국민소득 줄어드니 저축 늘리고…악순환 빠지나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이 2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2020년 1/4분기 국민소득(잠정) 설명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 한국은행]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충격으로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동시에 물가 하락이 겹치면서 국민소득 수준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급락했다. 이처럼 소득이 줄어든 가계는 미래위험 대비 차원에서 지출을 줄이고 저축을 확대했다. 이같은 현상이 지속될 경우 실물 경제에선 디플레이션(침체 속 물가하락)이 나타나고 자산 시장에선 인플레이션을 보이는 디커플링(비동조화) 현상이 가속화할 수 있단 전망이다.

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1/4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3%로 집계됐다. 실질 GDP에 물가를 반영한 뒤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을 더한 명목 국민총소득(GNI)는 이보다 낮은 -2.0%를 기록, 1998년 2분기(-3.6%) 이후 최저를 나타냈다.

명목 GNI에 국외순수취경상이전을 더한 국민총처분가능소득(GNDI)은 -1.7% 감소, 이 역시 1998년 2분기(-8.2%) 이후 가장 낮았다. GNDI는 소비나 저축으로 자유로이 처분할 수 있는 총소득을 가리킨다.

1분기 명목 기준 최종소비지출(민간+정부)은 4.2% 감소, 1998년 1분기(-8.2%)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을 보였다. 이중 민간소비지출은 -6.5%를 기록, -10.6%를 나타냈던 1998년 1분기 이후 최저로 집계됐다.

소득이 줄면서 소비가 감소하자 저축률을 상승했다. 1분기 총저축율을 36.0%로 지난 2018년 3분기(36.3%) 이후 가장 높았다.

지난해 연간 실질 GDP 성장률 잠정치는 2.0%다. 지난 1월 발표한 속보치와 같다. 2018년 GDP 성장률 확정치는 연 2.9%로, 0.2%포인트 상향 조정됐다.

지난해 명목 GDP는 1919조원으로, 1년 전보다 1.1% 증가했다. 명목 성장률은 외환위기 때인 1998년(-0.9%) 이후 21년 만에 가장 낮았다.

명목 GDP를 실질 GDP로 나눈 값인 GDP 디플레이터는 0.9% 하락했다. 1999년(-1.2%) 이후 20년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이다.

노동소득분배율은 65.5%로, 2.0%포인트 올랐다. 한은이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53년 이후 가장 높았다. 노동소득분배율이란 한 나라에서 한해 생산활동으로 발생한 소득 가운데 자본을 제외한 노동에 배분되는 몫을 가리킨다. 급여, 즉 피용자보수를 국민소득(NI)으로 나눠 얻는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이날 설명회에서 “1분기 실질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데다 GDP 디플레이터까지 마이너스로 나타나면서 명목 GDP도 감소로 돌아섰다”며 “명목 GDP 감소는 그만큼 기업들의 채산성이 악화됐단 뜻이고 이는 투자와 고용 위축을 유발해 민간의 소비 감소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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