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물가 쓰나미 덮친 글로벌경제

초저물가 현상이 세계 경제를 덮쳤다. 해외 주요국의 물가 상승률이 일제히 1%를 밑도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났다. ‘마이너스 물가’ 현상도 세계 곳곳에서 나타났다.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수요 부진과 유가 하락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2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1%를 밑돈 회원국은 총 23개국으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가 존재하는 35개국 중 절반을 넘어선 65.7%에 해당한다.

심지어 그리스(-1.4%), 슬로베니아(-1.2%), 스위스(-1.1%), 에스토니아(-0.8%), 스페인(-0.7%), 이스라엘(-0.6%), 스웨덴(-0.4%), 핀란드(-0.3%), 캐나다(-0.2%), 포르투갈(-0.2%), 아일랜드(-0.1%) 등 11개국은 ‘마이너스(-) 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0% 상승률로 제자리 걸음을 한 국가도 덴마크, 이탈리아, 라트비아 등 3개국이 있었다. 한국의 4월 물가 상승률은 0.1%로 35개 OECD 회원국 중 15번째로 낮았다.

그 결과 OECD 평균 물가는 0.9% 오르는 데 그쳤다. 2015년 이후 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1년 사이 물가 상승률이 1%에 못 미치는 국가가 5배 이상 늘어났다. 지난해 4월만 해도 35개 OECD 회원국 중 물가 상승률이 1% 미만인 국가는 4개국에 불과했다. 당시 한국은 0.6%를 기록, OECD 내에서 가장 낮은 물가 수준을 보였다.

지난해만 해도 연간 물가 상승률이 미국(1.8%), 영국(1.7%), 독일(1.4%) 등은 모두 1%대를 웃돌았다. OECD 회원국 평균 물가상승률은 2.0%로 한국(0.4%)를 훨씬 웃돌았다. 주요 20개국(G20)도 무려 3.5%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국제유가 하락이 초저물가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주요국 봉쇄로 원유 수요가 급감한 탓이다. 지난 4월 20일 국제유가는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세계 경제의 초저물가 현상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제유가는 배럴당 30달러 수준으로 회복했지만 여전히 급격한 상승 가능성은 낮다. 아직 원유수요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주요국의 봉쇄 완화에도 코로나19의 재확산 가능성이 존재하며, 실물 경제가 회복되더라도 원유 수요 증가로 가시화되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소요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 글로벌 경기 위축과 그에 따른 유가 하락이 물가에 반영되고 있다”며 “한국의 경우 중장기적으로도 물가가 하향하는 추세에 있기 때문에 이에 대응한 통화 정책이 필요할 때”라고 분석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코로나19로 글로벌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되며 예비적 저축 수요가 증가한 것도 주요국 물가상승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향후 소비자물가의 흐름은 ‘우리 경제가 코로나19 충격으로부터 어떠한 모습의 회복세를 보이는가’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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