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일깨운 ‘투어 대회의 소중함’

1일 열린 스킨스게임에 출전한 이수민(왼쪽)과 문경준./KPGA 제공

[헤럴드경제=김성진 기자] '꽃이 지고나서야 봄이었음을 알았다.'

있을 때, 풍요로울 때는 잘 모르던 것을 결핍하게 되면 절실하게 느끼는 경우가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전의 평범했던 삶'의 고마움을 이제서야 깨닫는 것 처럼….

스포츠 선수들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우승하면 큰 상금과 명예가 따라오던 대회들, 어쩔 때는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팬들이 없는 지금, 경기를 하며 팬들의 응원을 받던 때가 얼마나 감사한 시기였는지 절감하고 있을 듯하다.

지난 달 한국여자프로골프가 코로나사태 와중에 어렵게 투어를 재개해 2개 대회를 치렀고, 이번 주 3번째 대회인 롯데 칸타타여자오픈이 제주에서 열린다. 전 세계에서 이렇게 일찍 투어를 재개한 것은 한국여자골프가 처음이다.

수개월 동안 기약없이 연습만 하던 선수들은 모처럼 마련된 대회에 나서면서 ‘어려운 시기에 대회를 열어줘 감사하다’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비록 무관중 경기에다, 번거로운 검역절차를 매일 여러차례 거쳐야했지만, 상금을 획득할 수 있는 대회에 나서야하는 선수들에겐 고마운 일일 수 밖에 없다.

골프는 외형적으로 화려하다. 톱스타들의 경우 모자와, 백, 용품, 의류 등에 수많은 기업들의 후원을 받지만, 중하위권 선수들은 매 대회가 살얼음판이다. 예선탈락하면 고스란히 경비만 지출하고 돌아가야하는데, 그마저도 나설 대회가 없다면 상황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1일 열린 'KPGA 스킨스게임 2020'에서 출전선수들이 기자회견하고 있다. 연합뉴스

KLPGA가 150명 출전에 30억원짜리 대회를 연 것도 이런 골퍼와 캐디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다소나마 도와주기 위해서였다. 최하위도 600만원을 받을 수 있었던 이런 대회는 선수들에겐 '가뭄 속 단비'가 아닐 수 없다.

1일 열렸던 남자프로골프협회(KPGA)가 코로나19 극복 기금마련을 위해 열었던 이벤트 대회 'KPGA 스킨스'는 올해 처음 열린 남자골프 경기였다. 4명의 선수만 출전했고, 친선대회였지만 경기를 치른 선수들의 감회는 남달랐다.

경기 도중에는 서로 농담도 주고받으며 즐거운 분위기였지만, 경기 후에는 다시 냉혹한 현실에 대한 아픔을 절감했다. 경제적 어려움 탓에 대출을 받는 동료선수들 얘기를 꺼내며 눈자위를 훔치는 선수들의 모습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연봉을 받고 시즌을 치르는 여타 구기종목 선수들과 달리 골프선수들은 대회를 치러 상금을 받아야 투어생활을 버텨낼 수 있다. 1억원의 상금을 획득해도 각종 경비와 동계훈련비 등을 제하면 손에 쥐는건 일반 샐러리맨보다 결코 많다고 할 수 없다. 그 이하의 선수들은 더 고통스러운 건 당연하다. 골퍼보다 더 열악한 캐디들의 경우 대회가 없는 요즘 택배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버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남자골프는 내달 우성종합건설 아라미르CC 부산경남오픈(총상금 5억원)으로 힘겹게 투어를 재개한다. 안그래도 대회 수가 너무 적어 일본으로, 아시안투어로 떠나는 선수들이 속출했던 KPGA투어. 대회 하나, 또 이를 만들어주는 스폰서의 소중함이 절실히 선수들에게 다가오는 요즘이다.

언제 지금의 코로나사태가 종식될 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하지만 선수들과 골프계 종사자들이 투어와 팬, 스폰서의 가치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된 이후의 골프계는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

withyj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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