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죄 없는 배상 어딨느냐”…태평양유족회, 김어준 주장 반박

태평양전쟁피해자유족회(이하 유족회)가 라디오 방송에서 자신들을 두고 “사죄보다 배상이 더 중요한 단체”라고 공격한 방송인 김어준(52)씨를 “아무 것도 모르는 소리”라며 정면 반박했다.

유족회 산하 일본군대위안부역사자료연구소의 임수정 연구원은 3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우리(유족회)는 40~50년 전부터 ‘사죄하라, 배상하라’라고 외쳐 온 단체”라며 “사죄를 해야지만 배상이 되는 거지, 배상하고 사죄하고 어떻게 따로 떨어질 수 있나”라고 말했다. 이어 “사죄 역시 정신적인 배상”이라며 “유족회가 물질적인 배상만 원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강조했다.

임 연구원은 “피해자 할아버지들, 할머니들께서 계속 돌아가시고 계신 상황에서 너무 어려운 형편으로 살고 계신 분들께 살아 계실 때 뭐라도 해 드리고 싶어 배상을 강하게 강조한 것은 있다”면서도 “일본 정부의 사죄는 40년 전에도 원했고, 지금도 원하고, 앞으로도 계속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것을 위해 일본에 가서 재판도 한 것”이라며 “일본 정부와도 싸우기 바쁜데 한국의 다른 이들과 싸워서 되겠나, 일본과 싸울 수 있게 정부도 도움을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유족회 측은 지난 1일 인천 강화군의 한 식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생전에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일본군성노예제문제해결을위한정의기억연대 전신)과 윤미향(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정의연 이사장)을 상당히 두려워했다”며 “정대협과 윤미향은 수십년 동안 (정의연을)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피해자 중심의 단체가 아닌 권력 단체로 살찌웠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씨는 이튿날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유족회는)위안부 관련 단체라기보다 강제 징용 피해자 단체 쪽에 가깝다”며 “강제 징용 피해자 단체들과 위안부 피해자 단체는 보상·배상 문제를 놓고 입장이 오랫동안 갈려 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강제 징용(피해자 단체) 쪽은 피해자들이 살아 있는 시간 내에 보상을 받는 게 더 중요하다는데 방점이 찍혀 있었다”며 “(반면)위안부(피해자 단체) 쪽은 그게 아니라 사과를 먼저 받아야 한다(는 입장)”라고 주장했다.

1973년 설립된 유족회는 태평양전쟁 당시 강제로 끌려간 군인, 노무자, 여성근로정신대, 일본군 위안부 등 피해자들과 그 유가족들로 구성된 단체다. 이후 1990년 11월 발족된 정대협이 ‘정기 수요시위’ 등 국내에서 주로 활동을 했다면, 유족회는 1991년 도쿄 법원에서 고(故) 김학순 할머니와 피해 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등 일본에서 피해자 배상을 위한 활동을 주로 해 왔다.

유족회는 1995년 일본 민간 차원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배상을 위한 아시아여성기금이 조성됐을 당시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 법적 배상이 우선돼야 한다’는 정대협과 입장 차를 보이며 충돌하기도 했다.

한편 김씨는 이른바 ‘정의연 사태’의 시발점이 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 이용수(92) 할머니의 두 번째 회견 직후 같은 방송에서 “회견 문서도 이 할머니가 직접 쓴 게 아닌 것이 명백하다” 등의 발언을 하며 ‘배후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사법시험준비생모임(사준모) 측은 김씨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위반 또는 형법상 명예훼손죄로 고발했고, 해당 사건은 현재 윤 의원을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 형사 4부에 배당됐다. 박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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