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최대 지출에 재정건전성 ‘비상’…올 한해만 112조 적자

정부가 사상 최대 규모의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는 등 재정지출을 확대함에 따라 재정 상황이 역대 최대로 악화하는 것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올 한해 재정적자가 112조원에 달하고, 이로 인한 국가채무 증가 규모도 사상 처음으로 111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정부는 재정상황도 엄중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국민과 기업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어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재정의 역할을 먼저 고려해야 할 때라며 재정확대의 불가피성을 역설하고 있다. 재정확대를 통해 위기극복→성장견인→재정회복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3일 정부가 35조3000억원 규모의 3차 추경안을 확정하면서 내놓은 재정총량 변화를 보면 올해 총수입은 470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본예산(476조1000억원)에 비해 5조4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코로나19 충격으로 인한 경제위축 등으로 세수가 큰폭 감소하는 것을 반영한 결과다.

반면에 3차례 추경을 포함한 총지출은 547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본예산(469조6000억원)보다 77조5000억원 급증할 전망이다. 총지출 증가율은 16.5%로 사상 최대 증가폭을 기록하게 된다.

이처럼 정부 수입은 줄어드는 반면 지출을 크게 늘리면서 재정적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총지출에서 총수입은 뺀 통합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76조4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에 이르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적자 비율은 4.0%로 1975년(4.4%) 이후 45년만의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기금 수지를 제외해 실질적 재정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올해 112조2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해 GDP 대비 5.8%에 이를 전망이다. 규모·비율 모두 역대 최대치다. 일반적인 재정적자의 마지노선으로 간주되는 3.0%를 훌쩍 넘어 재정이 급속도로 악화되는 것이다.

재정적자는 국가부채로 이어지게 된다. 중앙·지방정부 채무를 합한 국가채무는 올해 840조원에 달해 지난해말(728조8000억원)보다 111조4000억원 급증할 전망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3.5%로 지난해(38.1%)에 비해 5.4%포인트 급등한다. 규모나 비율, 증가폭 모두 사상 최대다.

물론 우리나라의 국가채무 비율은 다른 선진국들보다 양호한 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국가채무 비율은 우리나라의 2배를 넘는 109.2%(2018년 기준)에 달한다. 재정악화에 대한 우려에도 주요국 대부분이 코로나19에 대응해 GDP의 10% 안팎에 달하는 각종 지원 및 대응책을 내놓고 실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GDP의 14%에 달하는 270조원의 지원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경우 구조적 저성장과 저출산·고령화로 코로나19 이후에도 재정 수요는 급증하는 반면, 세입 기반은 약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금과 같은 재정확장 정책을 지속할 경우 남유럽식 재정위기에 봉착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증세를 포함한 근본적 세수 확충 방안이 시급하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차 추경안 브리핑을 통해 “재정도 어렵다”며, “하지만 지금과 같은 비상경제시국에 간곡히 요구되는 국가의 역할, 최후의 보루로서 재정의 역할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었다”고 추경 편성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3차 추경에 따른 국가채무, 적자부담 등 건전성에 대한 지적을 잘 유념하해 중기적 건전성이 악화되지 않도록 각별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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