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뮤지컬 베테랑 전미도 ‘슬의생’으로 드라마 존재감 ‘꾹’

연극배우 출신의 전미도가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주연 역할에 도전해 존재감을 확실하게 드러내는 데 성공했다.

-“나는 실제로는 채송화와 달리 연애 잘한다”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 전미도(38)는 잘나가는 연극배우이자 뮤지컬배우다. 공연 경력만 15년이다.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신인이다. 긴 호흡의 드라마는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처음이었다. 여기서 전미도는 후배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는 교수 채송화 역으로 시청자에게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매력을 어필하는 데 성공했다. 괜찮은 드라마 배우 한 명이 나온 느낌이다.

“그동안 연극과 뮤지컬 무대를 통해 상도 받았다. 개인적으로는 연기에 대한 갈증과 고민이 있었다. 내가 머물러 있는 게 아닌가? 연기가 정형화되고 갇히는 것 아닌가 하는 상황에서 오디션 제안이 왔다. 그런데 대사를 많이 주더라. 합격한다면 비중 있는 역할일 것 같았다.”

전미도는 ‘슬의생’이 기존 의학드라마와 달라 좋았다고 했다. 그는 “기존 의학드라마에서 보여주던 호흡의 연기를 하지 않아서 좋았다. 드라마 첫 장면에 석현(김대명 분)이 감전된 전기기사를 심폐소생시키면서 119를 부를 때, 다급하게 부르지 않고 차분하게 판단하고 해결한다. 이우정 작가님과 신우정 감독님은 실제 전문직이기 때문에 차분하고, 이성적 방법을 찾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하더라. 그게 이 드라마의 특징을 잘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슬의생’은 분명 색다른 의학드라마다. 전미도는 이 점에서 큰 매력을 느낀 듯했다.

“기존 의학드라마가 의사와 환자, 병원 안에서 일어나는 일에 중점을 뒀다면, 우리 드라마는 의사 직업을 가지고 있는 다섯 명 친구의 일상적인 이야기, 우정이나 사랑이나 가족 관계, 일상, 그리고 그들의 취미 생활로 뻗어나가는 가지들이 기존 의학물과 달랐다. 제 역할인 송화 캐릭터도 잘 보였다. 역시 호흡이 달랐다.”

이렇게 의사들의 병원 이야기와 소소한 일상, 우정만으로도 충분히 드라마를 보고 싶게 만들었던 힘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전미도는 “큰 자극이 없는데도 계속 보게 만든다. 잊고 있는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면서 “감정선을 섬세하게 잘 그려낸다. 그런 것이 우리 드라마의 인기비결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극중 채송화는 평소 잠을 안자고 병원 일을 챙기는 모범 교수이고, 친구와 후배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 실제 전미도와 어느 정도 비슷할까?

“직업의식은 채송화와 비슷하다. 저도 성실하고 책임감이 있다. 맡겨주신 분에게 믿음을 주려고 최선을 다한다. 그런데 후배에게 송화처럼 그렇게까지 잘해주지는 못한다. 나도 이 부분은 감동받았다. 연애도 송화와 나는 다르다. 나는 연애 잘한다. 그래서 결혼도 했다.”

채송화는 익준(조정석 분)과 치홍(김준한 분)으로부터 구애를 받지만 선뜻 결정을 못한다. 오히려 확실하지 못한 표현법이 어장관리 아니냐고 했더니 아니라고 했다.

“시즌1에서는 시원한 얘기가 안 나온다. 시즌제로 가기 때문일 것 같다. 대본상으로는 송화와 익준이 어느 정도 감정을 주고받았는지, 송화가 익준을 어느 정도 좋아했는지 모른다. 익준의 행동에 대한 송화의 반응은 대본에는 ‘당황한다’라고만 돼 있다. 그래서 중립적으로 표현하려고 했고 빌미를 안 주려고 최선을 다했다. 어장관리는 아니다.”

인터넷에는 익준-송화의 러브라인을 응원하는 ‘익송파’와 치홍과 송화가 맺어지기를 바라는 ‘치송파’까지 있다. 전미도에게 어떤 게 더 좋냐는 질문을 던지자 “채송화로서 말하기는 곤란하다. 두 사람 중 한 사람에게 미안하게 된다. 하지만 실제 저라면 재밌는 사람이 더 좋다고 말할 거다. 익준이 더 재밌다”면서 “어떻게 진행될지는 시즌2에 나올 것이다”고 말했다.

전미도는 “우리 드라마는 20대가 20년 가까이 우정을 쌓아오는 것, 이게 주된 이야기이다. 사랑뿐 아니라 40대가 겪고 있는 문제들. 이혼하고 돌싱이 되고, 그 이후의 모습, 결혼 과정 등으로 확장할 수 있다”면서 “익준-송화도 40대 어른의 사랑이다. 즉흥적이고 풋풋한 사랑과는 달리 사회적으로 경험이 많고, 이혼의 아픔도 있는 사람들의 사랑을 얘기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니 담백하고 심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미도는 “남편이 질투 안 하고, 좋다고 응원해준다”고 했다. 시즌2에서 스킨십이 나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하자 “그건 걱정이다”고 했다.

부산이 고향인 전미도는 “엄마가 딸이 연극영화과를 나와 연기한다고 자랑해도 사람들이 누군지 몰랐지만, TV에 나오니 이제야 자랑거리가 생긴 것 같다”면서 “시기적으로도 드라마에 도전하길 잘했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으로 복귀하는데, 코로나로 대학로 공연팀이 침체에 빠져있어 내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고 했다.

“사람들이 나에게 자연스럽게 인사하고 채송화 선생님으로 부르는 등 갑자기 많은 관심을 받는 게 마냥 좋지만은 않지만, 차라리 즐기는 게 낫겠다고 받아들인다. 오히려 감사함으로 받아들이니까 즐길 수 있다.”

전미도는 앞으로도 연극, 뮤지컬, 드라마, 영화 등 장르를 안 따지고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서병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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