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선전선동 전략?…북한의 담화 발표 패턴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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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4일 본인 명의로 발표한 담화에서 탈북민단체의 최근 대북전단 살포 책임을 남측 당국에 전가하면서 응분의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남북 군사합의 파기 등에 나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헤럴드DB]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대남 비난 담화(4일)를 통해 엿볼 수 있는 것은 북한의 선전선동 방식이 변화한 정황이다.

북한은 그간 무게감 있는 메시지가 담긴 담화 등을 밤 중에 기습적으로 발표하곤 했다.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전 세계로 급히 타전하는 방식이었다.

김 제1부부장의 앞선 두 번의 담화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3월 3일 발표된 그의 첫 담화는 청와대를 향한 비난이 담겼는데, 이는 당일 밤 10시가 넘은 시간에 발표됐다. 같은 달 22일에 발표된 대미 담화 역시 새벽에 발표됐다.

이 같은 북한의 방식에 대해서는 그간 갑작스러운 입장 발표를 통한 일종의 여론 흔들기와, 메시지의 파급력을 노린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실제 북한의 ‘기습’ 발표가 나오면, 정부 당국은 관련 동향과 북한의 의도 등을 파악하기 위해 갑작스럽게 분주해질 수밖에 없고 여론도 일시적으로 대북 주목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이 같은 분석은 설득력이 있었다.

그런데 지난달 8일 인민무력성 명의로 발표된 대남 담화에서 다소 특이한 변화가 처음 감지됐다.

당시 북한은 인민무력성 대변인 명의로 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담화를 발표했다. 우리 군의 서북도 합동방어훈련을 비난하는 내용이었다.

북한군을 총괄하는 인민무력성의 대변인 명의는 수위가 높은 축에 속한다. 이 같은 내용의 담화를 다소 ‘차분하게’ 발표한 것은 북한이 그간 해왔던 방식과는 차이가 있는 지점이었다.

김 제1부부장의 지난 4일 담화도 같은 맥락에서 특이한 점이 있다. 앞선 두 번의 담화와 달리 노동신문을 통해 발표된 것이다. 신문은 또 같은 날 미중 갈등에 대해 중국을 지지하는 당 국제부 대변인의 성명도 신문을 통해 처음 공개했다.

이에 대해서는 분석이 아직 한 가지 방향으로 모아지지 않고 있다.

먼저 인민무력성의 서북도 방어훈련 비난이나 김 제1부부장의 대남 비난 담화 모두 우리 측을 향하고 있는 만큼 일부러 북한 주민들에게 메시지 전달을 위해 신문에 이를 게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의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대내용이 아닌 대외용으로 활용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이 대미, 대남 담화를 모두 신문에 게재하지 않는 것은 외부용 메시지와 내부용 메시지를 구분하기 위해서이다.

이번 담화가 신문에 실린 것은 북한이 남북관계의 진전을 단기적 과제로 꾀하지 않고 있다는 분석과 연계된다. 올해 정면 돌파전이 최소 10월까지 이어지고 비핵화 협상 재개도 미국의 대선으로 미뤄진 상황에서 남측과 급하게 대화를 재개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그래서 이를 주민들에게도 알려 내부 분위기를 다잡는 목적으로 신문에 담화를 실었다는 것이다.

선전선동 전략 자체에 변화가 생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어차피 신문이 대외적으로도 공개가 되는 만큼 남측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의 여론을 오전부터 저녁까지 길게 끌고 가기 위해서는 이를 신문을 통해 공개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도 변화에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북한의 선전선동 방식의 변화는 다른 지점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북한은 최근 인터넷 플랫폼인 유튜브를 통해 기존의 딱딱하고 형식적인 방식이 아닌 자연스러운 방식의 영상 선전물을 공개하고 있다. 자체 웹사이트가 아닌 해외 플랫폼을 활용하는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인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또 북한은 올 들어 최고인민회의와 당 정치국 회의 등을 통해 내부적으로 조직개편 등의 많은 변화를 가하고 있다. 선전선동 전략의 변화도 이 과정에서 동반됐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몇 가지 손에 꼽을 수 있는 정도의 변화로만 북한의 전반적인 전략 변화를 감지하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향후 북한의 추가적인 입장 발표 방식 및 선전매체들의 활동 방식 변화를 통해 관련 변화를 세부적으로 분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뉴스 1)

달라진 선전선동 전략?…북한의 담화 발표 패턴 변화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4일 자로 실린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의 대남 담화. (평양 노동신문=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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