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톡톡]이효리, 당당함의 변화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유재석, 이효리, 비(정지훈)가 오는 7월 ‘싹3(SSAK3)’라는 혼성 댄스 그룹으로 활동한다. 이들은 요즘 이번 프로젝트 그룹의 소속사인 MBC ‘놀면 뭐하니?’를 통해 데뷔 준비가 한창이다.

세 사람의 흥과 끼, 에너지는 요즘 데뷔하는 젊은 가수들 못지 않다. 뿐만 아니라 ‘핫’하기 까지 하다. 유재석은 ‘유산슬’ 등 다양한 ‘부(副)캐’를 선보이며 큰 사랑을 받고 있고, 이효리는 여전히 극강의 엔터테이너다.

노래와 영화, 드라마까지 트렌드를 읽지 못하고 흥행 참패로 인기가 떨어졌던 비는 옛날 사람, 아저씨라는 이미지가 생겼지만, 요즘 ‘1일 3깡’에 이어 ‘1일 7깡’이라는 신조어를 유행시키며 역주행의 아이콘이 됐다.

이효리의 활약은 거침이 없다. 토크가 모두 살아있다. 성(性)적인 이야기조차 자연스럽게 소화한다. 무안함은 유재석과 비 몫이다. 비는 어디 가서 말로 밀리는 멤버는 아닌데, 여기서는 듣기 모드다.

이효리는 2003년 솔로 1집 ‘텐미닛’으로 KBS 가요대상을 수상했다. 이때는 스포츠지 연예부에 이효리 담당기자가 있었다. 연예기자들이 스타들의 동태를 체크하기는 하지만 전담 마크 기자를 두는 경우는 효리가 유일했다.

그때와 17년 후인 지금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대체불가 존재감이라는 점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달라진 것은 그때는 기획이자 콘셉트였다면 지금은 리얼이고 ‘찐’이라는 점이다.

당시 이효리의 ‘강요된 섹시미’는 잘 통했다. 애니콜 CF는 그 결정판이다. 과도한 자신감으로 무장한 ‘남성 지배형 섹스어필’은 ‘내숭 떨지 말 것’ ‘속에 있는 말을 거리낌 없이 할 만큼 당당할 것’이라는 시대조류와 맞아떨어지면서 힘을 얻었고, 유통기한을 팍팍 늘릴 수 있었다.

그럼에도 기획상품이라는 느낌은 어쩔 수 없었다. 10대 걸그룹 핑클로 출발한 이효리는 요정→소녀→커리어우먼→섹스어필의 기획과정을 무난히 넘기며, 기획스타 유통기한의 최대치를 보여준 바 있다. 그럴 즈음 그는 은퇴를 했다.

세월이 흘렀다. 그러다 방송에서 불러주길 기다리는 왕년의 스타가 된다. 불러줘도 추억팔이 외에는 딱히 할 게 없다. 하지만 이효리는 달랐다. 기획이라는 옷을 벗어던지고, 자연과 생태, 아날로그의 삶을 살았다. 그러면서 그런 삶의 경험을 더욱 구체화하고 내면화했다.

디지털로 정신까지 복잡해진 요즘 사람들에겐 이효리의 단순한 삶이 오히려 좋은 콘텐츠가 됐다. 대중에게는 선택하고픈 라이프스타일로 다가온다. 이효리에게 요가를 배우는 것은 ‘로망’이다. 이는 대중성과는 거리가 먼, 저택에 살면서도 이효리 민박 프로그램이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다.

이효리의 대담하고 독보적인 멘트는 자극성보다는 좀 더 솔직해지자는 말로 들린다. 일종의 인터넷 밈(meme)이자 조롱의 유희문화가 탄생시킨 ‘깡’ 열풍의 당사자인 비에게 “지훈아, 난리났더라. 너 괜찮아? 속상하지 않니? 너 멘트가 똑같다”라고 말하는 이효리는 자연스럽다.

대중은 그런 '진짜배기' 이효리를 좋아한다. 옛날 가수처럼 행동하면서도 요즘 트렌드와 스타일을 꿰뚫고 있는 것도 이효리의 강점이다. 돈 떨어질때 쯤이면 다시 방송에 나오는 게 아니다. 과거나 지금이나 대중심리와 통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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