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열풍? ‘미스터 트롯’ 열풍…“무명 트로트 가수들은 여전히…”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코로나19 때문에 가뜩이나 행사도 줄었는데, 그나마 불러주던 데도 이젠 안 찾더라고요.”

잘 알려지지 않은 트로트 가수 A씨는 ‘트로트 전성시대’에 남 모를 속앓이를 하고 있다. 그는 “트로트가 대세라는데, 이전보다 설 무대가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지금 대한민국엔 명실상부 ‘트로트’ 열풍이 불었다. TV조선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 ‘내일은 미스터 트롯’이 매회 무섭게 시청률 경신을 써내려갈 때 이미 광풍은 예고됐다.

음원 플랫폼 지니뮤직은 지난 1월 말 트로트 차트를 오픈한 이후 트로트 음원 스트리밍 수가 4개월간(2~5월) 185% 증가했다고 밝혔다. ‘내일은 미스터트롯’에서 1, 2위로 뽑힌 임영웅, 영탁이 음원 차트를 이끈 주역이다.

실제로 5월 4주차 지니 트롯차트에선 영탁의 ‘찐이야’가 1위, 임영웅의 ‘이제 나만 믿어요’가 2위, 영탁의 ‘니가 왜 거기서 나와’가 3위에 올랐다. 톱10 안에는 개그맨 김신영이 가수로 데뷔한 둘째이모 김다비의 ‘주라주라’(4위), 홍진영의 ‘오늘 밤에’(8위) 등 두 곡을 제외하면 ‘미스터 트롯’에서 진선미로 꼽힌 임영웅 영탁 이찬원의 곡이 장악했다.

영탁

방송가에서도 ‘미스터 트롯’ 톱7은 단골손님이 됐다. TV조선 오디션 출신이라는 한계는 애초에 없었다. 전국 시청률 30%를 써낸 괴물 프로그램 출신 답게 지상파와 종편, 케이블을 넘나들었다. JTBC ‘아는 형님’엔 ‘미스터 트롯’ 톱7이 총출동했고, MBC ‘전지적 참견 시점’에선 최종 3위에 오른 ‘찬또배기’ 이찬원이 출연했다. 두 프로그램은 이들 출연분을 3주에 걸쳐 방송에 내보내며 이들의 화력에 몸을 실었다.

뿐만 아니라 ‘미스터 트롯’ 톱7은 방송을 넘어 광고와 각종 행사도 모조리 섭렵하며 가요계 대반전의 주인공들이 됐다. 톱7만이 아니다. 톱30은 물론 ‘미스터 트롯’ 출연 가수라는 타이틀만 있으면 섭외 리스트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사각지대는 있었다. ‘미스터 트롯’으로 트로트가 인기를 모으고, 트로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지만, 그동안 묵묵히 한 길을 걸었던 트로트 가수들은 요즘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3~4년차 트로트 가수가 소속된 기획사 관계자는 “요즘엔 행사나 방송이나 ‘미스터 트롯’ 출연자들만 찾으려고 하니 기존에 10~20만원 정도 차비 수준만 받고 얼굴과 노래를 알리려 했던 가수들의 설 자리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로트 열풍이 아닌 ‘미스터 트롯’ 열풍”이라고 덧붙였다.

TV조선 제공

워낙에 전 국민의 사랑을 받다 보니 방송가에서도 ‘미스터 트롯’으로만 시선이 향하거나, 이미 스타 트로트 가수들만 더 주목받고 바빠진 상황이 됐다. 방송이 비추지 않는 사각지대에 있던 트로트 가수들은 점점 더 사각지대로 내몰리는 상황이다. 업계에선 지금의 트로트 열기가 장기간 이어지려면, 더 많은 트로트 가수들에게 설 자리가 주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방송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

또 다른 트로트 기획사 관계자는 “전 세대에서 트로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오디션 출신들이 인기를 얻으며 기존 트로트 가수들이 ‘미스터 트롯’을 거치지 않으면 주목받지 못한다고 인식할까 우려가 된다”며 “‘미스터 트롯’에 출전하진 않았지만, 실력 있는 무명의 트로트 가수들이 여전히 많다. 그들에게도 무대와 방송의 기회가 주어져야 진정한 트로트 열풍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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