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하나은행 합작 미주법인 설립 공동경영…해외사업 ‘동맹’

진옥동 신한은행장(왼쪽), 지성규 하나은행장

은행권에서 보기드문 ‘진지’한 동맹이 구축되고 있다. 글로벌 진출을 위해 진옥동 신한은행장과 지성규 하나은행장 사이의 의기투합이다. 은행간 협력을 넘어 합작법인 설립 후 공동경영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기 시작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하나금융은 이달 초 공동협의체를 구성했다. 정지호 신한은행 글로벌사업그룹장과 이종승 하나은행 글로벌그룹장이 공동의장을 맡았다. 이들은 각 지주사에서도 글로벌부문을 책임지고 있다.

구체적인 협업 사안은 양 금융그룹의 실무진이 참여하는 실무협의체가 맡아 추진한다. 현재 두 금융그룹은 협업 과제로 내놓을 아젠다를 정리하고 있다. 아젠다 확정되면 협업을 본격 추진하게 된다.

특히 중장기로 신한·하나은행이 외국에서 지분합작해 공동경영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미주권이 1순위 대상지다. 오랫동안 국내 은행들이 단독으로 거점을 세우고 영업을 해왔지만 실적 확대에 어려움을 겪는 곳이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도 각자 미주권에 현지법인을 세웠지만 실적은 신통치 않다.

신한은행의 미국 법인인 아메리카신한은행은 올 1분기 10억12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하나은행의 미국법인인 KEB하나뉴욕파이낸셜, KEB하나로스앤젤레스파이낸셜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1년 전보다 각 94%, 63% 줄었다.

신남방권도 후보지역이다. 신한·하나은행의 베트남, 일본, 중국 현지법인은 나름대로 영업 경쟁력을 갖췄다. 하지만 다른 나라의 대표 은행들과 견주면 자산과 영업망 등에서 열위에 있다.

한 은행 고위관계자는 “(동남아에서) 지금은 고금리로 이익이 나지만 금리가 떨어지면 자체 경쟁력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며 “규모의 경제로 버텨야 한다”고 말했다.

두 은행이 구상하는 국외 합작법인의 지배구조는 현지인 법인장을 세우고, 양 은행이 1명씩 부법인장을 보내는 식이다. 두 은행이 합친 만큼 법인장에겐 기존의 2배 이상을 고액연봉을 제시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현지 금융시장 사정에 밝은 전문경영자를 영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한·하나 실무협의체는 국내외 제도적·법적 장애물도 살핀다. 현재로서는 국내 금융지주회사법 등에서 문제될 여지는 없으나 외국의 금융법령과 감독규정 등을 검토해야 한다.

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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