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태세전환에 주목받는 김여정 행보…공개 활동 줄일 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남 총괄’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행보에 제동을 걸었다. 이에 따라 그동안 활발히 진행됐던 김 제1부부장의 공개 활동이 상당 부분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치적 입지에는 큰 타격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지난 23일 김 위원장이 중앙군사위 예비회의를 통해 ‘대남 군사행동’을 보류하자 북한의 대남 비난 분위기가 착 가라앉았다. 25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비롯해 각종 선전매체에서도 대남 관련 비난 기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北 태세전환에 주목받는 김여정 행보…공개 활동 줄일 듯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이에 따라 지금까지 대남 강경·공세 국면을 이끌어오던 김 제1부부장의 행보가 애매해졌다. 김 위원장이 등장함에 따라 별도의 대남 관련 입장을 낼 여지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이 ‘대남 군사행동’에 보류를 선언한 만큼, 김 제1부부장이 대남 비난 담화나 도발 등의 공개 활동을 자제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지금까지 대남 사업에서 이뤄낸 ‘공’이 있는 만큼 정치적 입지에는 타격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김 위원장이 대남 공세를 전면 ‘철회’한 것이 아닌 만큼 김 제1부부장의 ‘대남 총괄’ 역할이 끝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 현재까지는 김 제1부부장이 언급했던 개성공단 철거나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여부가 완전히 결정된 것은 아니기에 향후 남북 간의 대화가 이뤄진다면 김 제1부부장의 역할이 재조명될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남북 적대 국면을 통해 김여정 제1부부장이 던지고 김정은 위원장이 수습하는 ‘남매 정치’ 이미지가 대내외적으로 각인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여동생이 ‘백두혈통’의 권위를 이용해 파급력 있는 행동을 선보이면 이를 김 위원장이 상황에 따라 국면을 조율할 수 있게 됐다는 해석이다.

또 이번 ‘남매 정치’ 이미지는 김 위원장의 권위를 더욱 높이는 효과도 가져왔다. 이번 대남 국면에서 뒤로 물러나 있던 김 위원장이 등장하자 곧바로 북한 내부 분위기가 정리됐다. 김 제1부부장을 앞세워 대남 사업을 진행해왔지만, 최후 결정권은 ‘최고지도자’인 김 위원장에게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김 제1부부장의 입에 따라 요동치던 남북관계는 이제 김 위원장의 입만을 바라보게 됐다. 이에 따라 향후 김 제1부부장의 행보 역시 김 위원장의 입에 따라 달라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김 위원장이 제동을 걸었다고는 하나 이미 김 제1부부장의 정치적 입지는 상당히 높아졌다. 남한은 그동안 김 제1부부장을 두고 김 위원장의 ‘메신저’ 역할로만 여겨왔다. 하지만 이제는 자신의 말과 생각을 직접 행동에 옮길 수 있는 북한의 ‘실력자’로 그 인식이 바뀌었다.

특히 김 제1부부장은 지난 20여 일간 남북한 모두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일각에서는 ‘후계자설’이 제기될 정도였다.

김 제1부부장은 지난 4일 대북 전단 살포 문제를 지적한 담화로 북한의 모든 주민의 호응을 끌어냈다. 그의 담화 이후 연일 북한 각지에서는 대규모 군중 집회가 열렸고 학생들의 거리 시위행진이 이어졌다.

지난 9일에는 남북 간 모든 통신연락선을 차단했다. 급기야 지난 16일에는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과감한 행동을 보여줬다. 지난 17일에도 문재인 대통령의 6·15 20주년 기념 연설에 정면으로 맞받아치며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갔다.

남한은 김 제1부부장 말 한마디에 들썩였고 그의 담화에 동요했다. 이후 남한에서는 그의 요구대로 대북 전단 살포가 한동안 어려워졌다. 그동안 아무런 진전이 없던 남북 관계에 전환 국면을 마련한 만큼 북한 내부적으로도 공을 인정받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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