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자사주 매입·배당금 지급 제한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는 25일(현지시간) 대형은행 34곳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발표하고, 경기가 느린 회복세를 보일 경우 일부 은행의 재정 건전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며 은행들에 자사주 매입 금지와 배당금 제한을 명령했다. 사진은 워싱턴 연방준비제도 본부. [AP=헤럴드경제]

미국의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 이하 연준)가 34개 대형 은행들에 대한 자사주 매입을 중단하고 배당금 지급 규모를 현 수준 이하로 제한할 것을 명령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최악의 경기 침체 상황에서도 금융시장의 자본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다.

연준은 25일(현지시간) 대형 은행을 대상으로 극심한 경기 침체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를 점검하는 연례 스트레스 테스트(자본 건전성 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느린 ‘U자’형 회복과 ‘W자’ 형태의 이중침체 시나리오 상에서 일부 은행의 자본이 최소 기준에 근접할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 같은 제한을 발표했다.

연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올해 말 추가적인 경기 후퇴에 더해 느린 회복이 이어진다면, 은행들이 5600억달러에서 7000억달러의 대출 손실을 입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 중 수 개의 은행들이 최소 자본에 근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연준은 최악의 상황에서 자본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방어책으로 3분기 은행들의 자사주 매입을 금지하고, 배당금 지급 규모도 현 수준 이하로 제한할 것을 명령했다. 앞서 대부분의 대형 은행은 지난 2분기에도 자사주 매입 중단을 합의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은행들은 스트레스 테스트가 도입된 이래 처음으로 자본 수준 유지를 위한 자본 지출 계획을 오는 29일 제출해야한다.

연준 일각에서는 연준이 내놓은 배당금 상한제가 은행 재정 건전성을 유지키기에 부족하다며 배당금 지급 자체를 중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라엘 브레이나드 연준 이사는 별도의 성명에서 “대형 은행들이 자본을 고갈시키도록 허용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연준의 대책에는 코로나19 재확산과 동시에 미 경기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예상보다 심각한 수준으로 향하고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이미 금융 전문가 사이에서는 수차례 코로나19 이후 금융업계가 입을 타격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제기돼왔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준 총재는 지난 4월 “코로나19 사태가 오래동안 지속되면 은행업계의 긴장감이 심화될 것”이라면서 “연준과 의회, 재무부가 개입해 은행이 건전하게 운영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연준의 결정은 이미 대공황 이후 최악의 침체기를 맞고 있는 미국 경제에 암울한 현실을 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발표에 앞서 이날 미 통화감독청(OCC)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권의 고위험 투자를 막기 위해 도입한 이른바 ‘볼커룰(Volcker rule)’ 완화, 벤처캐피털과 유사 펀드에 대한 투자 확대를 용이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승인했다.

계열사 간 파생상품 거래 시 증거금을 쌓도록 한 규정도 삭제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해당 규정 삭제로 시중에 400억달러(48조원) 규모의 자금이 풀릴 것으로 추산된다.

볼커룰 규제 완화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사안이다. OCC는 이번 법안 개정을 통해 “직접 접근할 수 있는 것보다 지리적으로나 산업적으로 더 광범위한 영역에서 다양하고 장기적인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손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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