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톡톡]‘뉴트로’ 현상에 접근하는 한 방법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뉴트로(Newtro)는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문화적 용어다. 문자 그대로 풀면,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경향을 말하지만, 단순히 유행은 돌고 돈다는 의미 이상을 뜻한다. 과거의 것이지만 이를 경험한 바 없는 젊은이에게는 신상품과 마찬가지로 새롭다는 의미 이상을 뜻한다.

그것은 과거 그대로를 재현(再現)하는 게 아니라 과거에 현재적 관점이 들어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어떻게 하면 콘텐츠가 될 수 있는지의 문제와도 닿아있다.

트로트는 기본적으로 ‘레트로’ 콘텐츠다. 하지만 ‘미스터트롯’은 트로트의 신파성을 조금 걷어내고 트로트 영역에서 아이돌 팬덤 문화까지도 받아들이면서 트로트 르네상스를 만들어냈다. ‘가요무대’가 트로트를 그대로 보여줬다면, ‘미스터트롯’은 트로트를 좀 더 넓게 해석하며 현재의 관점을 포함시켰다.

‘놀면 뭐하니?’도 과거 히트작에 형식적, 내용적인 현재의 관점이 모두 들어가 있다. ‘놀면 뭐하니?’를 형식적으로 단순화 하면 유재석 1인의 무한도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유재석 혼자 과거의 ‘무한도전’을 그대로 찍는 게 아니라 유재석의 유튜브 도전기 느낌이 난다.

내용적으로도 유산슬의 대히트곡 ‘합정역 5번 출구’를 탄생시킨 박현우, 정경천, 이건우 등 ‘올드 세대’를 박토벤, 정차르트, 작가의 신이라 각각 부르면서 B급화시켰다. 이는 현재의 관점이자 젊은 세대에게도 친숙하게 받아들이게 해준다.

요즘은 이효리, 비, 유재석로 구성된 혼성댄스그룹 싹쓰리가 90년대를 연상케 하는 복고풍 스타일을 보여주며, 어떤 현재적 관점을 집어넣을지가 궁금하다.

그런 점에서 보면 과거 크게 히트한 ‘개그콘서트’와 개그맨들도 현재의 관점을 접목해 새롭게 살려낸다면, 또 한번 대박상품이 될 수 있다. 이제 ‘개콘’은 KBS에서 끝나기 때문에 이런 뉴트로를 선점한 자가 콘텐츠의 주인이 된다.

‘콘서트 7080’, 미사리 카페는 과거를 그대로 보여주기만 하다 시효가 다한 것이다. 이런 과거는 새로운 감성의 짜릿함과 긴장감이 전혀 없는 ‘따분한 편안함’이다. 편안하기는 하지만 지루하고 답답한 느낌을 준다. 미사리 카페는 윤시내를 데려올 것인가, 이용을 출연시킬 것인가에서 경쟁력이 결정되는 게 아니다.

윤석호 PD의 사계절 시리즈도 갈수록 힘이 떨어졌다. 과거의 순수함과 아련함만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응답’ 시리즈, ‘슬기로운’ 시리즈 제작진은 과거속에 현재적 관점을 적절히 가미시킨다. 기성세대들이 한심하게 생각했던 정은지 같은 ‘빠순이’들이 팬질을 하며 분업으로 습득한 일들을 발판 삼아 오히려 대학에도 진학하고 취업도 한다. 팬질의 무한긍정이 ‘응답’ 시리즈가 전했던 당시로서의 현재 관점이라 할 수 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많은 사람들을 가슴 찡하게 만든 ‘임산부 신’도 잊혀져가는 가치들을 일깨워준다. 병원 대기시간이 길어지면 참지 못하는 우리들에게 현재적 관점에서 새삼 느끼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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