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애의 스크린에서 삶을 묻다] Way Back into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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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모두 방콕행이다. 최소한으로 허락된 공원 산책도 잰 발걸음으로 끝낸다. 여유를 부릴 수 없기 때문이다. 미치겠구나. 이럴 때는 할 수 없다. 상상의 나래를 펴야 한다. 현실에서는 눈을 씻고 찾아보려 해도 찾아볼 수 없는 그런 달콤한 로맨스가 제격이다.

어떤 영화가 있을까? 이 와중에 미국의 작곡가이자 뮤지션인 애덤 슐레진저가 코로나로 인해 지난 4월 1일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가 영화음악을 맡았던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원제 : Music and Lyrics, 2007년작)’ 은 한국에서도 영화는 물론 노래까지 크게 히트했었다.

음악을 완성해가는 과정을 통해 여성과 남성의 차이를 정말 잘 표현했던 영화라 시간이 많이 흐른 요즘도 가끔 찾아 듣곤 하는 노래였는데…  애덤 슐레진저의 사망은 내게도 큰 충격이었다. 코로나 바이러스, 이 놈은 예술가이든 평범한 일반인이든, 부자거나 가난하거나, 백인이든 흑인이든 아시안이든 가리지 않고 공격을 하고 있다. 그의 나이 1967년생이니 아직 음악인으로서 한창 활동할 수 있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코로나의 악령은 피하지 못했다. 그의 명복을 빈다.

영화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작곡은 하지만 작사에는 영 소질이 없는 소위 왕년의 가수왕, 알렉스(휴 그랜트). 알렉스는 지금은 한물간 가수로 지역행사인 놀이동산 무대에 등장하는 이벤트 단골 가수로 전락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요즘 가장 핫하다는 여성 솔로 가수 코라 콜만(헤일리 베넷)이 매니저를 통해 연락을 해왔다. 알렉스가 자신의 어린 시절 우상이었다며 새롭게 발매할 자신의 앨범 두 번째 트랙에 수록할 음악을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코라는 2년 전에 헤어진 남자 친구를 잊지 못해 준비하고 있는 신보의 두 번째 트랙으로 자신이 제목을 정한 노래를 넣기로 결정하고 매니저를 통해  ’Way Back into Love’라는 노래 제목을 알렉스에게 알려준다. 이 곡이 바로 이 영화의 OST다. 아래 링크를 통해 들어보시면 ‘아, 이 노래? ‘ 고개를 끄덕거리게 될 것이다.

휴 그랜트는 작곡을 하고 드류 베리모어는 그 곡에 가사를 부치면서 ‘사랑을 바라보는 남자와 여자의 사고 차이’를 영화 내내 아웅다웅 티격태격 쉬지 않고 우리에게 보여준다.

멜로디(Melody)가 처음 만난 남녀가 서로에게 느끼는 매력(성적 혹은 육체적 매력)이라면

가사(Lyrics)는 남녀가 만나면서 차곡차곡 쌓아가는 두 사람의 이야기

라는 소피(드류 베리모어)의 대사는 곡 제목이 말하는 것처럼  ’사랑으로 인해 상처 받은 이들이 다시 사랑으로 돌아가는 길’은 결국 남녀가 함께 쌓아가는 긴밀한 소통을 통해 회복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 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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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나… 할리우드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서도 배울 것이 있구나… 모든 것은 나의 스승이다. 이런 마음으로 집중해서 봤던 영화였다. 그렇지만 사실 이 영화에서 내가 흥미를 가졌던 것은 음악을 작곡하고 여기에 가사를 붙여 새로운 곡을 만들어내는 과정이었다.

세상에 없는 그 뭔가를 창작하면서 사는 삶에 대해 동경을 갖고 있는 나는 그중에서도 음악을 작곡하는 능력에 대해 경외심을 갖고 있다. 생각해보면 이 다음에 커서 뭘 하고 싶은지, 꿈을 키워주는 이도 없고 나 스스로도 꿈이란 걸 꾸지 못한 채 살아냈던 그 시절에 희미하게나마 되고 싶었던 것을 꼽아보라고 하면 아마 작사가였던 것 같다. 

이런 이유로 현재까지 나는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한다. 처음에는 취향이 없이 가요건 팝송이건 유행하는 음악들을 찾아 듣다 보니 지금은 조금씩 내가 좋아하는 취향이 생겼다. 그래도 워낙 호기심이 다양한 관계로 가요에서는 포크, 록, 인디 가리지 않고 많이 들으려고 한다. 여기에 재즈, 탱고, 보사노바, 뉴에이지, 클래식에 이르기까지 무한 잡식성으로 마구마구 듣는다.

최근에는 국악 공연을 다니면서 새삼스럽게 국악에 귀가 번쩍 트여 ‘내가 국악을 너무 모르는구나’ 자책하며 가야금이며 대금, 해금 등 악기 공부와 종묘제례악, 판소리 창 등 다양한 것들을 찾아서 들어보고 있다. 

참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해보고 싶은 것도 많은 50대다.  ‘내 호기심의 끝은 어디인가?’ 나도 궁금해진다.

이명애/자유기고가·서울 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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