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체 합의’ 판깬 민주노총…“위기극복 골든타임 놓친다”

지난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노정위원회의 사회적 합의 이후 이후 22년 만에 민주노총이 참여하는 ‘완전체’ 노사정 대타협이 성사되는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막판 민주노총이 불참으로 돌아서면서 합의서 서명이 무산됐다.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산업 현장에서 노사협력의 분위기를 조성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고용충격을 극복하기 위해서 노사정 대타협이 시급한 상황에서 커다란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를 제안한 민주노총에서 내부 의견 통일을 이루지 못한 채 결국 판을 깼다는 점에서 민주노총은 국민적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1일 오전 서울 총리공관에서 노사정 대화 협약식에서 노사정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노사정 대화 협약식이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협약식 시작을 불과 30분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 민주노총이 돌연 불참을 통보해왔다. 노사정 대표들이 상호 신뢰를 위해 이날 협약식에 달기로 한 ‘신뢰’라는 꽃말을 가진 노란색 ‘프리지아’ 브로치는 용도폐기됐다. 프리지아는 1982년 바세나르 협약을 체결하는 등 노사정 대화의 선진국인 네덜란드가 1940년대 남아프리카의 야생꽃을 개량해 만들었고, 우리나라도 국산 품종을 개발해 생산하고 있다.

이번 노사정 대표자회의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노사정 대화를 제안한 민주노총이 조율과정에서 합의안에 거부하면서 지난달 30일 예정된 시한을 하루 넘겼고 이날 또 다시 협약식이 무산됐다. 노사정 주체는 그간 양대 노총 사무총장·부위원장, 경총·대한상의 부회장, 기재부·노동부 차관 등이 참여하는 부대표급 회의에서 특고 등에 대한 고용보험 확대 방안, 고용 유지를 위한 고통분담 방안, 노사정 합의의 이행 점검 방안 등 핵심 쟁점을 둘러싼 합의를 시도했지만 합의가 쉽지 않았다.

천신만고 끝에 전날 최종 합의안을 도출해 냈다. 정부는 고용유지를 위해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수준 90% 상향 조치를 3개월 더 연장하고, 여행업·관광숙박업 등 특별고용지원 업종에 한해 고용유지지원금 지급 기간을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고용 유지를 위해 노사가 고통을 분담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경영계는 경영 개선 노력을 선행하고 현 고용이 유지되도록 최대한 노력하기로 했다. 이에 노동계는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인한 매출 급감 등 경영 위기에 직면한 기업이 노동시간 단축, 휴업·휴직 등 고용 유지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는 경우 이에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합의 도출을 위해 민감한 ‘임금동결·해고 금지’ 등 핵심 내용은 뺐다.

그럼에도 이 최종안은 민주노총의 공식 의결기구인 중앙집행위원회(중집)의 추인을 받지 못했다. 민주노총은 중집 회의에서 노사정 대표자 회의 결과에 대해 집중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회의를 마쳤다. 노사정 회의 최종안에 명시된 60여개 항목(이행 점검 및 후속 논의 항목 제외) 중 4개 항목에 대한 반발이 컸다는 후문이다. 일부 내용이 노동자들의 정리해고를 부추길 수 있고, 사업주에게 유리한 결정이어서 노동조건이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결국 사달을 냈다. 민주노총 내 최종안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거셌던 만큼 합의 선언 이후에도 논란이 계속될 가능성이 있었고, 합의 파기로 이어질 가능성도 어느 정도 예견된 상황이었다.

어렵사리 합의에 이르렀지만 최종 합의문 발표가 무산된 상황이라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길은 멀고 넘어야 할 산이 더 많다. 더이상 늦추다간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 노사정은 위기가 더 심화하기 전에 힘을 합쳐 ‘일자리는 지키고, 기업은 살리고, 경제는 일으키는’ 일에 나서야 한다. 노사정 간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사상 초유의 위기 극복에 노사정이 총력을 경주해도 모자랄 판에 분열한다면 위기 극복에 오히려 해가 된다”면서 “노사와 정부가 한목소리로 위기 극복에 힘을 모으기로 합의하고 실행에 옮기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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