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효리 픽’ 뉴트로 장인 박문치 “지금 재미있는 걸 하고 있을 뿐”

‘뉴트로 장인’으로 불리는 박문치는 보컬이 아닌 작곡가 겸 프로듀서로 대중의 주목을 받은 이례적인 뮤지션이다. 최근 MBC ‘놀면 뭐하니?’에 출연, ‘이효리 픽’으로 눈도장을 찍으며 전국구 스타가 됐다.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방탄소년단의 ‘작은 것들을 위한 시’, 지코의 ‘아무 노래’에 90년대 감성을 입혔다. 감탄이 이어졌다. “왜 문치 문치 하는지 알겠네.”(유재석) 유튜브를 탈출한 ‘뉴트로 장인’의 주말 예능(‘놀면 뭐하니?’) 나들이는 파장이 컸다. 실검 1위는 기본이었다. “90년대 음악을 가장 잘 소화하는 프로듀서”라는 한 마디에 ‘이효리 픽’으로, 소위 말해 ‘떴다’. 하지만 난데 없이 튀어나온 신인가수라고 생각했다면 오산. 이미 온라인에선 멋과 재미 좀 아는 ‘신박한’ 뮤지션으로 이름을 날렸다. 황량한 한강 고수부지를 배경으로 ‘옛날 필터’를 입힌 ‘네 손을 잡고 싶어’ 뮤직비디오엔 신종 댓글놀이가 이어진다. “박문치씨 이민 가셔서 지금은 LA한인타운에서 일식집 하신다네요.” 박문치가 응답했다. “ㅋㅋㅋㅋㅋ 아 저 한국살거덩여?????”

시간을 넘나들며 등장한 박문치(본명 박보민·24)는 요즘 가장 ‘힙’한 뮤지션의 반열에 올랐다. 최근 홍대 인디거리에 위치한 레이블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에서 만난 박문치는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며 근황을 들려줬다. 유재석 이효리 비가 뭉친 혼성그룹 ‘싹쓰리(SSAK3)’의 데뷔곡에도 공모했고, 이들이 다시 부른 듀스의 ‘여름 안에서’ 프로듀서로도 이름을 올렸다. “하루에 1~2시간을 자며 작업 중”인 날들이다.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제공]

박문치는 최근 몇 년 사이 불어닥친 ‘뉴트로(새로움(New)과 복고(Retro)의 합성어) ’ 열풍의 ‘선구자’ 격이다. 그가 대중 앞에 처음 등장한 것은 2017년. 당시 본명 박보민으로 ‘울희액이’를 발표했다. 복학생의 심경을 담아낸 이 노래가 ‘뉴트로 장인’의 1호 작업물. ‘울희액이’는 SNS를 타고 회자되며 이슈가 됐다. “유통사도 없이 혼자 만들어 낸 앨범이었는데 온라인 유머 페이지에 퍼지면서 이슈가 됐어요.” 박문치는 “첫 앨범치고 반응이 괜찮았다”고 했지만, 10~20대 사이에서 상당한 인기를 누렸다. 이름은 그때 바꿨다. 키우던 강아지인 ‘뭉치’의 이름을 바꿔 ‘문치’로 했다. 실패 없는 도전기의 시작이었다.

“90년대엔 다양하고 과감한 것들이 많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한테는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그 시대를 알기는 하지만, 직접 겪지는 못했잖아요. 자세히 들여다 보니 굉장히 신선하고 매력적이었어요. 무대 매너도 지금과는 너무나 느낌이 달랐고요.”

박문치의 음악은 복합적이다. 시티팝이나 뉴잭스윙 등의 장르 구분은 무의미하다. 음악 색깔은 기본, 동묘 구제숍을 돌며 그 시절 패션을 완성했고, 뮤직비디오의 배경이 되는 공간까지 발품 팔아 찾아냈다. 한 땀 한 땀 담아낸 20세기 감성이다. “90년대 정서에서 가장 끌렸던 것은 순수와 행복이었어요. 모든 곡이 행복한 건 아닌데, 콘셉트가 확실하더라고요. 지금은 모든 걸 돌려 말하는 경향이 있는데, 슬프면 울고 소리 지르는 일차원적인 표현, 아니면 아예 댄스로 만드는 식의 표현 방식이 마음에 들었어요. 지금 이런 걸 하면 어떨까, 재밌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시작이었어요.”

[MBC ‘놀면 뭐하니?’ 캡처]

그의 음악이 특별한 것은 90년대 감성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한다는 데에 있다. 분명 과거를 소환했지만, 2020년의 일상이 무심하게 들어앉았다. 90년대 혼성그룹의 상큼발랄함을 전면에 내세운 ‘널 좋아하고 있어’엔 ‘널 많이 좋아한다고 네게 카톡카톡 하고 싶어’라는 ‘요즘 문물‘도 등장한다. 직설적인 90년대 표현 방식에, 현재의 통신 수단을 빌려왔다.

“그 시대를 살았던 분들 중에선 이게 무슨 90년대 노래냐는 이야기도 하세요.” 박문치도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이건 90년대 노래가 아니에요. 단지 그 시절의 느낌을 가지고 싶은 요즘 노래예요. 카톡 가사를 썼던 것도 요즘 노래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였어요.”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따로 있다. 박문치 역시 가장 끌렸다는 행복한 감정과 순간을 한 곡에 담아내는 것이었다.

“박문치로 낸 음악은 무조건 재밌고, 행복한 걸 하고 싶었어요. 음. 사실 제가 잘 생긴 남성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이돌처럼 예쁜 여성도 아니고, 어떤 간지 나는 포인트를 잡아서 할 자신도 없었고요. 그냥 내 음악은 스트레스를 안 받으면서 최대한 재밌게,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싶었어요. 재밌는 걸 하다 보니 뉴트로를 하게 된 거예요. 지금 제일 재미있는게 이거니까요.”

박문치가 지금의 음악 스타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엔 부모님의 영향도 적지 않았다. 아버지는 ‘올드팝 마니아’였고, 한 때 7080 라이브 클럽을 운영했던 어머니는 장르에 제한을 두지 않고 다양한 음악을 섭렵한 음악광이었다. 한영애부터 라틴 음악까지 즐겨 듣던 다양한 음악 취향은 박문치의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혀준 계기였다. 음악을 시작한 건 초등학교 때였다. “남들 다 하는 클래식 피아노도 했고, 초등학교 3학년 땐 리코더 합주단에 들어가게 됐어요. 그때 합주의 즐거움도 알게 됐죠.” 그러다 색소폰을 배우라는 엄마의 말에, “아저씨 같다”며 기타로 방향을 전환했다. 연주자로도 재능이 뛰어났다. 기타 선생님은 전공을 하라고 했지만, 박문치의 생각은 달랐다. “어차피 음악을 할 거면 작곡 전공을 하는게 낫지 않겠냐”고 했다. “지금 생각해도 신기해요. 제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하고 생각을 했는지.”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제공]

지금은 ‘뉴트로 장인’으로 인기를 얻고 있지만, 박문치의 역량이 ‘뉴트로’에만 머물진 않는다. ‘요즘 음악’에도 손길이 닿고 있다. 가수 강다니엘의 ‘인터뷰(Interview)’, 그룹 ‘엑소’ 수호의 솔로곡 ‘사랑, 하자’, 대세 알앤비 가수 죠지의 ‘바라봐줘요’에도 참여했다.

“사실 뉴트로로만 너무 이미지를 굳히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제가 유명한 분들의 곡을 작업한 후에 이슈가 됐어요. (웃음) ‘사랑, 하자’가 1위를 했던 그날은 제 생일로 지정하겠다고 했어요. 박문치로 낸 건 아니지만, 현시대에 맞는 곡으로 작곡가로서 최고의 성적을 낸거잖아요. 여러 아티스트와의 작업을 통해 보여주는 또 다른 활동이 제가 꿈꾸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로의 모습이에요.” 대세 뮤지션들의 러브콜을 받는 만큼 언젠가는 크러쉬와 호흡을 맞춰보고 싶다는 마음도 전했다. 자신과 같은 ‘재미 추구형’ 뮤지션일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다. “재미 추구에 열려있는 분 같아 재밌게 작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박문치가 걸어가는 길에 아직 결정된 건 없다. 지금은 뉴트로에 ‘꽂혀’ 있지만, 몇 년 뒤 그의 이름 앞엔 새로운 음악 장르가 붙을지도 모른다. “그때 다른 게 재밌으면 다른 걸 들고 나올 거예요. 제 음악은 ‘열린 결말’이라고 해두고 싶어요. 제가 고집을 부리는게 아니라, 듣는 사람의 몫인 거죠.”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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