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100% 배상’ 요구 확산 움직임…집단소송·징벌적 손해배상도 탄력 예고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가 전액 손실을 낸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플루토TF-1호)에 대해 ‘계약 취소, 100% 배상’이라는 초유의 결정을 내리면서 최근 연이은 사모펀드 손실 사태 피해자들의 배상 요구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회사에 더 무거운 책임을 물리는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움직임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1일 금감원에 따르면 전날 열린 분조위는 라임 무역금융펀드 분쟁조정 신청 4건에 대해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민법 제109조)를 인정하고 전액 반환 결정을 내렸다. 투자원금 손실 발생 상황에서 운용사가 허위·부실 기재한 투자제안서, 이를 그대로 설명한 판매사가 투자자의 착오를 유발했고, 투자자 성향을 판매 직원이 임의로 기재했다는 점을 문제로 삼았다.

이에 따라 최근 환매가 연기, 중단된 다른 사모펀드 피해자들의 100% 배상 요구에 불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판매사와 운용사에 모두 문제가 있었다는 당국의 판단이 나온 만큼, ‘연대 배상’ 책임을 요구하는 주장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일부 라임 펀드를 판매한 은행, 증권사들은 가입 원금의 30~51%를 선지급(보상)하는 방안을 내놨지만, 민원·고소 취하, 가입자 계좌 근질권 설정 등의 조건을 내걸어 반발이 적지 않았다.

일각에선 금감원이 진작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사모펀드 사태가 이처럼 확산하지 않았을 것이란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금감원이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에 80%까지만 배상토록 결정한 것은 불완전판매만 인정한 데 따른 것이었다. 그간 당국은 법원에서 사기죄로 최종 판결 확정이 나와야 100% 배상 요구 소송을 할 수 있다는 원론적 입장이었다.

지난 30일 금감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한 사모펀드 피해자들은 “미국이나 삼성전자가 망하지 않는 한 원금에 확정이자까지 무조건 받는 채권 같은 상품이라고 얘기를 들었고 투자자 성향 조사는 해본 적도 없다”며 한목소리로 금감원에 사기죄 판단을 요구했다. 금감원이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제178조) 위반을 적용하면 분쟁조정만으로 100% 배상을 받을 길이 열리게 된다.

지난 3월 제정된 금융소비자보호법에서 빠진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요구도 확산할 전망이다. 집단소송제는 일부 금융소비자가 금융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피해를 인정 받은 경우, 다른 피해자들에게도 판결의 효력을 적용시키는 제도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금융사의 위법행위가 악의적·반사회적일 경우 피해자에게 실제 손실액보다 훨씬 더 많은 금액을 배상하게 하는 제도다.

여당과 정부도 관련 입법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민주사법개혁 세미나를 열고 이들 제도 도입 방안을 논의했다. 법무부는 집단소송 법안을 다시 발의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금융소비자보호법을 개정해 집단소송제와 손해배상제, 적합성·적정성 원칙 입증, 판매사 책임 강화 등을 담아야 한다”며 “피해자들과 국회 토론회, 증언대회 등을 열겠다”고 말했다. 강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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