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은행 순익 감소 속 자사주 매입, 배당 규제로 ‘고민’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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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은행들이 거듭된 악재에 부딪히고 있다.

지난주 연방준비제도(이하 Fed)가 은행들의 자사주 매입 제한과 배당 인상 조치 금지를 발표하자 한인은행 주주들의 동요가 커지고 있다.

Fed는 최근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시티뱅크 등 주요 대형은행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발표하며 오는 3분기 동안 은행의 배당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고, 자사주 매입은 제한할 것을 결정했다. 자사주 매입 중단및 현금 배당 인상 금지 조치는 한인은행에 순익 감소에 이은 또 다른 악재다.

◇자사주 매입 중단조치에 따른 영향 : 한인은행들은 지난 수년간 은행 차원은 물론 이사장, 이사, 그리고 고위 경영진까지 나서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다. 뱅크오브호프와 한미은행, 퍼시픽 시티뱅크(PCB), 오픈뱅크 등 4대 상장은행은 모두 수차례에 걸쳐 자사주 매입에만 수억 달러 이상의 돈을 쏟아 부었다.

뿐만 아니라 4개 은행의 행장, 최고재무책임자(CFO), 이사장과 이사 등 12명이 올들어 매수한 각 은행의 주식 수도 28만주에 육박하고 있다.

은행과 주요 이사 그리고 간부들이 자사주를 적극 매입한 이유는 단 하나 떨어진 주가를 끌어올리려는 시도에 있다.

표면적으로는 “한인은행의 주가가 매우 저평가돼 있으며 정상으로 회복하기만 하면 큰 수익을 낼 수 있고 은행의 건전성과 배당도 높기 때문에 투자가치가 충분하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이를 말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다.

한인 상장은행의 모 간부조차 “자사주 매입은 미래 수익에 대한 기대가 아닌 자기 은행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강한 믿음을 대외적으로 보여줘 투자자를 유치, 주가 부양에 일조하기 위한 것인데 Fed가 자사주 매입을 금지하면서 이제는 이런 ‘브레이크’ 조차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자사주 매입이 없다면 한인은행의 주가는 지금보다 20% 가량 더 떨어질 수도 있다”라며 그나마 남아 있던 안전망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인정했다.이 말은 곧 자사주 매입이 중단돼 주식가치가 더 떨어지면 한인은행에 대한 신규 투자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 기존투자자들 역시 손해를 감수하며 이탈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뜻한다.

◇순익 감소 와중에 배당 문제 골치 : 뱅크오브 호프와 PCB,그리고 오픈 뱅크는 올해 2분기 기준으로 각각 주당 14센트, 주당 10센트, 그리고 주당 7센트의 현금 배당을 지급하고 있다.문제는 이들 은행의 순익이 지난 수개 분기 연속 급감하며 현금 배당을 유지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한인은행들의 수익 급감은 1분기 수익 및 대출만 봐도 알 수 있다.

올해 1분기 현재 남가주에서 영업하는 뱅크오브호프, 한미은행, 퍼시픽시티뱅크(PCB), Cbb,오픈뱅크 등 5개 한인은행의 수익성은 전년 동기 대비 크게 감소했다.

은행 수익성을 나타내는 총자산 대비 순이익률(ROA)의 경우 한인은행 5곳 모두 전년동기 대비 하락했고 총대출에서 부실대출의 비율을 산출하는 부실대출률도 뱅크오브호프를 제외하면 모두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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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여보호프로그램(PPP)을 제외하면 사실상 대출이 중단된 상황인데 위험도가 높은 상업용 부동산 대출은 여전히 지나치고 산업/기업 대출(C&I)은 전체 대출의 20%선에도 미치지 못해 갈 길이 여전히 멀다. 높은 이자를 챙길 수 있는 소비자 대출은 전체 2%에 미치는 은행이 단 한곳도 없을 만큼 유명 무실하다.

이와 같은 상황만 본다면 배당을 줄이는 것이 합리적이다. 배당이란 말 그대로 회사가 영업을 잘해 남은 이익을 투자액만큼 나눠 받는 것으로 경영 성과에 따라 그 액수가 충분히 조정될 수 있다.의무 사항도 아니며 논리적으로도 수익이 줄면 배당도 줄여 현금 보유 비중을 늘리는 것이 현명하다.

은행 중에서는 HSBC, 바클레이스, RBS, 로이즈, 스탠다드차타드 등이 이미 올해 배당 중단을 선언했고 JP 모건체이스도 배당 중단 혹은 배당금 감소 카드를 만지 작거리고 있다.

한인은행들이 실제 분기별 현금 배당을 중단했던 사례도 있다. 한인은행들의 지난 금융위기 당시 일시적으로 분기별 현금 배당을 중단했다가 수익성이 개선된 지난 2012년 현 뱅크오브호프의 전신인 구 BBCN(주당 5센트)을 시작으로 윌셔은행(현 뱅크오브호프)과 한미은행이 배당을 다시 시작, 매년 그 금액을 인상해 왔다. 배당을 중단하면 투자자가 물밀듯 빠져 나갈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실제 주식을 정리한 주주는 얼마 되지 않았다.

◇투자자 잃을까 우려 배당 중단 못한다 : 한인은행 관계자들은 “자산비율과 대출 현황, 그리고 손실 등의 각종 수치만을 보면 당분간 배당을 줄이거나 동결하는 조치가 불가피하지만 그간 주가 하락으로 인해 손실을 입은 주주들과 투자자를 생각하면 쉽게 결정을 내릴 수가 없다”며 ” 온라인 뱅킹 강화와 임금 협상, 그리고 지점 재조정 등 경비 절감 방안을 최대한 검토한 후 이마저도 실효성이 없다면 배당을 조절하게 될 것이다. 한인은행의 배당은 타 은행의 배당에 비해 그 중요성이 그만큼 크다”라고 말했다.

실제 이 관계자의 지적대로 그간 한인은행들은 주가 변동 상황을 배당금 증액 결정에 크게 반영하지 않았다.그 이유는 투자자들의 대다수가 안정적인 배당금 때문에 유입,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1분기 순익 발표 후 한 한인 상장은행의 주주는 “주가가 반등은 고사하고 오히려 떨어지는 상황임에도 매도를 하고 있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 매 분기별로 수익이 일정하게 들어오기 때문”이라며 “배당금이 최소 현 수준대로 유지되지 않으면 상당수의 투자자들이 다른 주식을 찾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 창립 혹은 출범 초기부터 함께 해온 1기 투자자들 역시 배당이 중요한 것을 인정하고 있다.

한 은행의 초기 창립 멤버 인 한 주주는 “은행 창립부터 지금까지 투자한 돈의 ROI(투자자본수익률)만 생각하면 한인은행의 주식은 사실상 낙제점”이라며 “출구전략이 보이지 않는데도 투자금을 빼지 않은 것은 이사회 멤버로서 누릴 수 있는 수익과 혜택 그리고 적지 않은 배당금이 있어서다. 한인은행들과 같이 성장 모델에 한계점을 보이는 기업은 배당을 통해 투자자를 끌어들이고 잡아두는 것이 맞다”라고 답했다.

반면 미리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단 한미은행은 타 은행에 비해 내부 동요가 적은 것으로 알려진다. 한미은행은 이미 지난 5월 초 전 분기까지 이어지던 주당 24센트의 현금 배당을 주당 12센트로 과감하게 조정했다.

한미은행은 당시 “코로나19 사태로 깊어진 경영 불확실성과 새롭게 도입된 기대신용손실(Current Expected Credit Loss, 이하 CECL)로 각종 예비금액을 늘려야 하는 상황을 고려, 현금 배당을 줄이기로 결정했다”라며 “추후 현금 배당도 분기별 실적에 따라 유동적으로 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미은행의 한 주주는 “배당금 조정을 발표하기 전 잦은 대화를 통해 주주들과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라며 “코로나 19라는 예상하지 못한 사태에 부실 대출에 따른 일시적인 대손충당금 증가라는 상황을 충분히 고려했다”라고 설명했다. 최한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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