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노동계에 포위당했다”…재계, 대타협 파행에 반발 고조

[헤럴드경제 정순식 기자] “‘해고금지 명문화’를 조건으로 노사정 합의를 이룬 나라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런 비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국난 극복을 위한 대타협을 무산시킨 민주노총 강경파들의 행동을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습니다”(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가 민주노총의 불참 선언에 무산되자 재계의 반발이 고조되고 있다. 임금인상 자제와 탄력근무제 확대 등 당초 경영계가 요구한 내용을 양보하고 대승적으로 대타협에 나서려던 재계는 노동계의 막무가내 행동에 당혹해하며 적잖은 배신감을 느끼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전날 민노총의 갑작스런 불참에 따른 노사정 대타협 불발로 재계 전반에 하반기 노사 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노동계의 반발 움직임 뿐 아니라 경영계 내부의 분위기도 대화의 기조에서 강경 분위기로 돌변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를 위한 상징적인 조치를 걷어찬 노동계의 행보에 그동안 쌓였던 불만이 쏟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경영계는 그동안 코로나19 사태로 경영 환경이 크게 악화된 만큼 노동계가 임금인상 요구를 자제하고 임금 삭감 등을 통해 경영 정상화에 힘을 보태달라고 강조해 왔다. 아울러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무조건 고용을 유지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도 견지해 왔지만, 이를 양보하고 대타협에 나서려 했었다.

경제단체 한 관계자는 “이번 노사정 대타협은 내용의 구체성보다도 그 상징적인 효과로서 우리 경제주체들의 심리 반등과 경제회복에 긍정적 파급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했으나, 오히려 무산되면서 불안한 우리 노사관계의 현실만 재확인 시켰다”며 “이로 인해 기업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이를 바라보는 해외 투자자들에게도 우리의 후진적인 노사 관계 리스크만 드러낸 우스운 꼴이 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재계 전반에서는 코로나19로 전대 미문의 경영 위기에 노동 현안에서 잇따라 정부와 노동계에 사실상 포위된 상황이 전개되는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 또한 거세지고 있다.

노동계가 지난 1일 두자릿수를 넘어서는 최저임금 인상안을 들고 나오자 재계는 위기 상황을 외면한 채 노동계가 기업과 노동자의 동반 붕괴를 종용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정부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안의 재추진을 위한 노조법 개정을 21대 국회 출범과 동시에 강행하는 현실 또한 기업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홍기용 인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노사 환경이 국제적인 비교에서도 상당히 기업에 부담을 주는 구조로 돼 있는데,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노조법 개정을 강행하는 건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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