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의 지휘권 결단 언급…사실상 윤석열 사퇴 압박”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수사와 관련해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더 이상 지켜보기 어렵다면 결단할 때 결단하겠다”면서 지휘권 발동을 시사했다. 직접적으로 윤 총장의 거취문제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명시적 지휘권 발동 사례가 한 번에 불과할 정도로 드물다는 점에서, 사실상 자진사퇴를 거론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3일 검언유착 의혹 사건 전문수사 자문단을 소집할 예정이다. 전날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현안질의에 출석한 자리에서 “지금까지 지켜봤는데 더 지켜보기 어렵다면 결단할 때 결단하겠다”며 윤 총장에게 경고했다. 총장 지휘권 발동을 시사한 표현으로, 사실상 사퇴 압박으로 해석된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도 “장관이 결단을 언급한 것은 지휘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고, 이는 결국 윤 총장이 스스로 물러나도록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변호사는 “사실 윤 총장이 검찰 전체의 호응을 받는 상황이 아니고, 윤 총장에 대한 충성심으로 검찰 내부 구성원이 뭉쳐 있는 상태가 아니란 점을 추 장관이 알고 있기 때문에 마음 놓고 때리는 것”이라며 “하지만 그 임계점을 벗어나면 검찰 내부를 단합시켜 역풍이 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에게 명시적으로 지휘권을 발동한 사례는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이 김종빈 전 검찰총장에게 행사한 경우가 유일하다. 장관의 지휘권이 검찰청법에 명시된 권한이긴 하지만 검찰 안팎으로 민감한 문제라는 점에서 역대 장관들도 쉽게 꺼내지 않았다. 2005년 당시 천 장관은 김 총장에게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던 강정구 동국대 교수를 구속 수사하지 않도록 지휘권을 발동했다. 김 전 총장은 장관의 지휘권 발동을 수용하면서도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됐다’며 임기 시작 6개월 만에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검찰은 천 전 장관 지휘대로 강 교수를 불구속 기소했지만, 지휘권 발동 여파는 정치권에서도 지속됐다.

최근 추 장관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의 검찰 강압수사 의혹 진정을 두고 참고인 한모씨 조사를 서울중앙지검이 아닌 대검 감찰부가 직접 하라고 한 것에 대해 지휘권 발동인지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사건 자체가 아닌 조사 주체에 관한 지시여서 천 전 장관 사례와 동일선상에서 보기는 어렵다는 게 검찰 안팎의 대체적 시각이다.

대검은 추 장관의 발언에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검찰 내부에선 대검과 중앙지검이 사건 처리를 두고 평행선을 달리는 상황에서 장관이 개입하려는 모습이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추 장관이 관여하면 검찰의 독립성이 침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윤 총장은 지금까지 사퇴는 물론 거취와 관련해 언급한 적이 없다. 하지만 검언유착 의혹 사건 전문수사자문단 소집과 관련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제동을 걸고, 참모들인 대검 부장(검사장) 일부도 자문단 선정 절차를 놓고 등을 돌리면서 고립 상태에 빠졌다. 검사장을 지낸 한 변호사는 “이런 난국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조만간 검찰 정기인사가 단행되면 윤 총장의 입지는 더 좁아질 전망이다.

3일 전문수사자문단이 이 사건 피의자인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기소가 적절한지 여부 등을 심의하지만, 결과가 나오더라도 소집 절차가 정당했느냐를 놓고 갈등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 사건의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가 소집을 요청한 대검 수사심의위원회도 예정돼 있어 고착상태는 지속될 전망이다. 대검은 지난달 29일 9명의 이 사건 전문수사자문단원을 선정했다.

d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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