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정의선, 배터리 넘어 모빌리티 협력

현대자동차그룹과 SK그룹이 배터리를 넘어 미래차 분야로협력을 확대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7일 오전 SK이노베이션 서산공장을 찾아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전기차 배터리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배터리를 넘어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도 사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현대차그룹이 미래 신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개인용 비행체(PAV)와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에 들어갈 배터리에 대해 협업을 모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SK그룹이 성장동력으로 설정한 첨단소재, 반도체, 빅데이터 기반의 정보통신기술(ICT)사업에서는 현대차 텔레매틱스 시스템 확대와 차량용 반도체, 5세대 이동통신(5G)을 활용한 자율주행분야 협력 방안들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양사 회동에 현대차그룹에서는 정 수석부회장과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 알버트 비어만 사장과, 상품담당 서보신 사장이 동행했다. SK그룹에서는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지동섭 배터리사업 대표, 이장원 배터리연구소장이 참석했다.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외부 행사에 동반 참석한 것은 극히 이례적으로 정 수석부회장과 최 회장의 친분이 두터워 예우 차원에서 최 수석부회장도 동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수석부회장과 최 회장은 SK 공장에서 배터리 관련 생산시설을 둘러보고 연구개발(R&D) 부문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SK이노베이션 서산공장. [SK이노베이션 제공]

정 수석부회장이 방문한 SK이노베이션 서산공장은 2019년 설립된 SK그룹의 국내 유일 배터리 생산기지다. 공격적인 증설을 통해 연산 4.7GWh 생산능력을 갖췄다. 전기차 94만대(50kWh 기준)에 탑재되는 규모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삼성SDI와 함께 국내 3대 전기차 배터리 생산 업체이며, 내년 초부터 양산되는 현대·기아차의 전용 플랫폼(E-GMP) 기반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한다.

현대차에 5년간 납품할 E-GMP 1차 물량만 10조원에 달한다. SK이노베이션은 현대차가 이르면 하반기 발주할 3차 E-GMP 물량도 수주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한 현대차가 6일 스위로 수출한 수소전기트럭에도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가 탑재됐다.

정 수석 부회장의 이날 SK 공장 방문으로 삼성 이재용 부회장, LG 구광모 회장과의 연쇄 ‘배터리 회동’도 마무리됐다.

현재 글로벌 전기차 공급 순위 4위인 현대차는 오는 2025년까지 전기차 56만대를 판매해 수소전기차를 합쳐 세계 3위권으로 올라선다는 계획이다.

자동차·배터리 업계는 이번 전기차 회동으로 현대차와 배터리 3사가 ‘드림팀’을 구성해 차세대 배터리 개발 등을 위한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산업지형이 미래차로 바뀌는 상황에서 4대 그룹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생각을 공유하고 힘을 실어주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며 “‘포스트반도체’로 여겨지는 배터리 시장에서 일본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국내 그룹간 협업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정환·천예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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