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의료용 고무장갑’ 만드는 이 남자

미국 최초의 의료용 고무장갑 생산 기업인 라이노헬스의 생산라인 전경. [라이노헬스 제공]

“미국 사회의 호응에 솔직히 아직 어리둥절합니다. 사업에 대한 전문성과 면밀한 시장분석, 적기 투자 판단이 맞물린 결과라고 봅니다.”

미국에 본사를 둔 의료용 고무장갑 전문업체인 라이노헬스 윤동진 CEO(부사장·사진)는 미국 진출 2년 만에 거둔 성과가 아직 낯설다. 공장가동 1년 만에 2단계 설비 증설에 착수해야 할 정도로 주문이 몰리고, 미 정부에서도 주목하는 기업이 됐기 때문이다.

라이노헬스는 미국에 최초로 세워진 의료용 고무장갑 생산법인. 미국 내 의료용 고무장갑 시장은 연 500억장에 달하지만 이를 직접 생산하는 회사는 라이노헬스가 유일하다. 라이노헬스가 등장하기 전 미국은 이를 전량 수입에 의존했다. 말레이지아산 시장점유율이 80~90%인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윤 부사장은 “미국이 수입에 의존했던 건 인건비가 싼 동남아에서 사서 쓰는 게 합리적이라 판단한 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미국에 공장을 짓고 생산해도 승산이 있다고 봤다. 시장가격이 왜곡돼 있다는 걸 파악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말레이지아에 고무장갑 원재료를 공급하는 ㈜정우에서 잔뼈가 굵었다. 시장 상황을 꿰고 있었다. 다만, 윤 부사장은 자신의 힘만으로 초기 투자자금만 수 십억원에 달하는 사업을 벌일 수 없었다. 그러던 차에 신영증권이 조력자로 나섰다. 신영증권은 면밀한 시장분석을 토대로 투자솔루션을 제공했다.

윤 부사장도 “고무장갑 원자재 공급회사인 ㈜정우에서 쌓은 노하우에 더해 최종 투자결정에 이르기까지 신영증권 에이팩스 패밀리오피스의 도움이 컸다” 고 했다.

윤 부사장이 투자를 결정한 데엔 몇가지 이유가 더 있다. 최신 자동화 생산설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다. 말레이시아 전역의 고무장갑 생산라인을 돌아보며 터득한 노하우가 있었다.

윤 부사장은 지난 2018년 300만달러를 투자해 시간당 1만개, 연산 8000만개 의료용 고무장갑 생산이 가능한 공장을 착공했다. 이렇게 출발한 라이노헬스는 지난해 2월 4g, 5g짜리 의료용 고무장갑을 시험 생산했다. 그해 10월 설비를 완공,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했다. 지금은 24시간 풀가동해도 주문량을 댈 수 없을 정도다.

윤 부사장은 이에 대해 “코로나19 사태가 일부 수요를 유발했지만 실제로는 이 시장이 성숙한 데 원인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내 고무장갑 시장은 2018년까지 연간 7~8%씩 성장했고,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12% 증가한 500억장 규모로 커졌다. 의료용 외에도 산업용, 가정·요리용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라이노헬스는 지난 5월까지 매출 230만달러에 120만달러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영업이익률이 52%인 셈이다. 이 추세대로라면 연 매출과 영업이익률은 각각 600만달러, 3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라이노헬스는 밀려드는 주문을 소화하기 위해 2, 3단계 설비 증설계획을 세웠다. 우선 올해 4000만 달러를 투자해 시간당 고무장갑 3만개를 생산할 수 있는 라인 6개 증설 공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또,증설이 완료되는 내년 말께 6개 생산라인 추가 증설 공사에 돌입, 오는 2023년까지 연산 21억개 생산 규모로 회사를 키울 방침이다. 계획대로라면 올해 600만달러(72억원) 매출 규모의 회사는 3년 뒤인 2023년 1억3000만달러(1560억원) 매출 기업으로 탈바꿈한다.

설비증설 및 운영자금 조달 목적으로 이 회사가 추진하는 4000만달러 투자유치 계획에는 현지 정부와 미 농무부도 참여한다. 농무부의 투자가 확정되면 유치 목표액을 100만달러 초과하게 된다.

윤 부사장은 “선진국에서 굴뚝산업은 안 된다는 편견이 있지만 이는 아마도 전문성과 시장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이 없어서 생긴 얘기 같다. 세계 어느 곳에서든 기회의 땅을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한편 라이노헬스는 미 현지 언론에 지역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화제 기업으로 소개되고 있다. 일자리 불모지인 뉴멕시코주에서 ‘350개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으로 한미 양국의 우호관계를 증명하는 투자 사례로 회자됐다.

라이노헬스 공장이 위치한 나바호자치국(Navajo Nation)은 북아메리카 인디언 종족 중 가장 많은 인구를 차지하는 최대 원주민 보호구역이다. 이 부족 800여명은 6·25전쟁 때 참전하기도 했다. 유재훈 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