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이스타항공 “1700억 선결조건” 공방…인수무산 위기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이 인수 완료를 위한 1700억원대 선결조건 이행과 셧다운 결정 책임을 두고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인수 무산 시 법정 공방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8일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이 서로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을 내걸며 정면으로 부딪히는 양상”이라며 인수 무산을 우려했다. 그러면서 “산업적 영향과 일자리 유지에 미칠 파급력을 고려해 국토부가 대화를 촉진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실제 딜이 무산되고 나면 현재 논란이 되는 셧다운과 구조조정 결정을 두고 서로 유리한 증거를 제시하며 상대방의 책임을 주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지난 3일 양측에 “서로 ‘명확하고 수용가능한 대안’을 제시해 달라”고 당부했음에도 입장 차는 오히려 더 벌어졌다.

제주항공은 지난 7일 입장문을 내고 “미지급금과 체불임금, 타이이스타젯 지급보증(3100만달러) 등 1700억원을 10영업일 내인 오는 15일까지 해결하지 않을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며 사실상 최후통첩을 했다. 약 1700억원에 달하는 유동성을 남은 1주일 내 확보하라는 의미다.

제주항공 측은 이번 인수 법률 자문인 법무법인 광장에 입장문 자구 하나하나가 미칠 법리적 영향에 대해 자문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이스타항공도 반박 입장문을 내고 “제주항공은 미지급금 규모를 계속 키워 얘기하고 있지만 이미 계약서 상 제주항공이 양해한 사안”이라고 맞받아쳤다. 타이이스타젯 지급보증에 대해서도 “리스사가 이미 합의한 문건을 양측에 이메일로 보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양측은 법정에서 인수 무산의 책임을 서로 전가하기 위해 각기 유리한 부분을 부각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제주항공은 입장문 공개 당일 베트남 당국으로부터 기업결합심사가 통과됐다는 사실을 공개하며 “제주항공이 해야 할 일은 다했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스타항공 노동조합이 주장한 셧다운과 구조조정 개입 논란에 대해서는 “이스타 측이 계약 내용과 진행경과를 왜곡해 제주항공의 명예가 실추됐다”며 법적 책임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이스타항공은 “계약 당사자 중 먼저 계약 내용을 공개한 것은 제주항공”이라며 “신의성실과 기밀 유지 약속을 지키기 위해 책임있는 행동을 하라”며 반격했다. 그러면서 “셧다운과 구조조정에 제주항공이 개입한 근거를 얼마든지 제시할 수 있지만 자제할 것”이라며 추후 법정에서 증거로 활용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원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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