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5주년특집]코로나 이후 은행업계

하나의 큰 문제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만일 이 문제에 따른 결과를 예측할 수 있고 나아가 완전히 통제할 수 있다면 이는 더 이상 ‘리스크’로 취급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문제의 결과를 전혀 알 수 없고 통제 할 수도 없다면…?

결과를 모르고 통제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단 하나, ‘문제가 문제가 되지 않도록’ 우리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것이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코로나 19라는 팬데믹은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물론 통제에도 실패하면서 전 세계 경제 구조의 급격한 변화를 강요하고 있다.

본지 창간 15주년을 맞아 코로나 19가 은행업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를 예측하고 나름대로의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코로나19는 은행계에 4가지 큰 숙제를 던져 줬다.

▲오프라인의 디지털화로 요약되는 ‘비대면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 ▲디지털 화에 따른 인력 재조정 재택업무 증가에 따른 근무 방식 재조정 ▲초저금리 장기화 및 영업 축소에 따른 신 수익원 창출 ▲부실 여신 예측과 해결 등이다.

온라인 뱅킹

오프라인의 디지털화로 요약되는 비대면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

금융 전문가들은 경제활동 재개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더라도 비대면디지털으로의 빠른 전환을 막을 수는 없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사실 코로나 19는 은행이 그간 말 못하고 고민해오던 한가지 질문에 대한 해답을 줬다. 지난 수년간 은행권에서는 오프라인 지점 운영의 효율성에 대한 질문이 끝없이 제기돼 왔다.

그런데 코로나 19로 비대면디지털로의 전환이 강제됐고 결국 성공적으로 정착했다.

은행들은 최근 수개월간 진행된 비대면전환 프로젝트를 통해 대면거래 축소에 대한 손실계산을 마쳤다.

한인 상장은행의 한 관계자는 “업무 대부분을 비대면디지털로 전환해도 충분히 은행을 운영할 수 있다는 계산이 섰다”라며 “만일 이런 디지털화가 은행 측의 일방적인 선택이었다면 문제가 다르겠지만 고객들 역시 대면거래 기피에 익숙해졌다. 향후 오프라인 지점 운영에 대한 중요성은 확실히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비대면디지털로의 전환은 현금이용 비중 감소와 온라인 거래 활성화로 이어져 결국 일반 화폐가 아닌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디지털화폐(CBDC) 도입으로 마무리 될 수 있다.

코로나 19 이전만 해도 오프라인 시장은 확실한 점유율을 갖고 있었다. 온라인의 점유율이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는 추세였지만 기존 화폐로 유지되는 금융기관의 오프라인 업무에는 큰 변화가 일어날 요소가 없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변화의 여지가 생겼다.

이미 일반 소비자의 상당수는 ATM을 통한 현금 인출만 아니라면 은행 지점을 방문할 이유가 없다.

만약 디지털화폐가 현금을 대체하고 재택근무 확산에 따른 출퇴근 감소, 그리고 오프라인 특화업체(코스트코 및 일부 그로서리 매장)의 매력마저 사라진다면 한인은행들의 주 고객인 스몰비즈니스 업체들 역시 기존 오프라인을 온라인화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게 될 것이다.

비대면 디지털화의 끝에 도달하게 되면 한인은행 역시 오프라인에서 진화, 그 형체가 없는 온라인화를 완성하게 될 것이다

재택근무

●디지털 화에 따른 인력 재조정 재택업무 증가에 따른 근무 방식 재조정

비대면디지털화가 완성되면 인공지능의 적극적 도입에 따른 인력 재조정 그리고 재택 근무 일상화에 따른 근무방식 변화가 불가피하다.

은행권에서는 부서별로 30~70% 정도의 인력을 재택근무로 돌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로이터 통신이 컨퍼런스보드 등과 함께 미 대기업 주요 경영진들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7% 이상이 코로나 19의 종식 여부와 무관하게 주 3일 이상의 재택 근무가 일상화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미 높은 재택근무비율을 보이고 있는 정보기술(IT) 기술과 대출 부서는 물론 홍보와 언더라이팅 직원들도 재택 근무의 비율이 증가하는 추세다. 한인은행들 역시 주 5일 출근 인력의비율이 코로나 이전에 비해 30% 이상 줄어든 것으로 알려진다. 출장 업무와 컨퍼스 등도 화상 스트리밍으로 대체되는 추세다.

금융 전문가들은 향후 5년 안에 은행 인력의 약 절반 이상은 정시 출근이 아닌 재택 근무를 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RPA 관련 세미나

재택 근무와 더불어 이른바 로봇프로세스 자동화를 통한 구조조정 및 온라인 뱅킹 강화도 불가피한 변화다. RPA(로봇프로세스자동화)는 지난해부터 금융권에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RPA로 업무 효율이 크게 올라서 ‘일하는 방식의 혁신’(Smart working)이 이뤄지고 ‘업무량 절감(Work Diet)’이 이뤄지면 인력의 상당 부분을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JP 모건체이스나 웰스파고 등은 이미 ‘머신러닝(ML) 기반의 여신 심사 등을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머신러닝이 본격화 되면 근무시간, 집중도 그리고 건강 등 다양한 요소가 효율성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과 달리 업무처리 속도가 빠르게 향상될 수 있다.

자체 학습을 통해 리스크를 관리하고 비상시 대안을 세우며 보안 및 컴플라이언스 지침 작성과 이행도 가능해 진다.

은행 RPA 업무 전문가들은 ” 아직까지는 은행 모든 업무에 이를 적용하기 어렵고 오류 발생시 이를 쉽게 해결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이런 오류는 앞으로 2~3년 내에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며 “결국 로봇이 사람의 업무를 대체할 수록 전통적인 은행 직원은 감소하게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IBM등 관련업계는 RPA시장이 올해까지 약 50억달러 규모에 불과하지만 성장폭이 매년 60% 이상이라며 이미 글로벌 기업 33% 이상이 IT·재무·회계·프로세스에서 로봇을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인은행들 역시 글로벌 은행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RPA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RPA가 여신은 물론, 자금, 재무, 회계, 준법감사, 외환 관리, 입금 및 대출 관리, 계약 갱신, 그리고 매입 정산 등 다양한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만큼 관련 비용을 확보해 도입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코로나 19 등으로 순익이 급감한 상태에서 RPA 프로젝트를 관리할 전문인력이나 외부 기관을 고용하기 어렵다는데 있다.

RPA는 인공지능의 성능은 물론 업무자동화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인력이 중요한데 이 분야의 스카웃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한인 은행의 자금력으로는 최상급 서비스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PPP

●초저금리 장기화 및 영업 축소에 따른 신 수익원 창출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10일 기준 금리를 0.00~0.25%로 동결하고 2022년말까지 ‘제로 금리’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공개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미국 경제 회복 속도가 매우 불안정적이다”며 “미국 경제 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하겠다. 미국의 경제가 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현재 금리 수준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초저금리의 장기화는 은행의 수익성 악화에 또 다른 원인이 된다.

연준이 코로나 19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몇 개월간 금리를 급하게 조정하면서가뜩이나 빡빡했던 예대마진(예금과 대출 금리간 격차)를 내기 어렵게 됐다. 당연히 은행을 대표하는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의 추가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인은행의 경우 주 고객층인 스몰 비즈니스가 막대한 타격을 입으면서 SBA의 급여보조프로그램인 PPP를 제외한 대출은 사실상 정지상태다. 가뜩이나 그 점유율이 낮던 기업금융(C&I)과 일반 소비자 대출은 예외로 치더라도 리테일과 호텔 그리고 모텔 등의 대출이 끊기면서 은행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인상장은행의 대출부서 관계자는 “코로나 19에 따라 위험군으로 분류된 리테일과 쇼핑몰 그리고 숙박업계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결국 대출이 어렵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가주는 물론 어렵게 영업망을 확대한 텍사스와 조지아 그리고 일리노이 등 역시 코로나 19의 영향을 받기는 마찬가지여서 순익을 개선할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미국 내 한인은행들은 한국 은행 등과 달리 해외 영업망이 없어 당분간은 신규 사업이 아닌 기존 사업에 대한 재평가를 통해 수익 구조를 모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은행들이 가장 먼저 손대는 곳은 지점과 인건비다.

은행은 지점 당 최소 100만달러 이상의 운영비가 소요된다. 지점 렌트비와, 관리비, 그리고 임금은 해당 지점의 수익 여부와 무관하게 매월 정기적으로 지출되며 이외에 홍보비 및 사무 용품 등이 더해지면 소요 비용은 더욱 늘어난다.. 반면 지점의 크기를 축소하고 서비스의 상당부분을 온라인으로 대체해 인건비를 아끼면 단기적으로는 은행의 순익이 빠르게 개선되기 때문이다.

디폴트

●부실 여신 예측과 해결

현재 미국은 물론 전 세계 각국의 정부는 코로나 19에 따른 부실 여신 증가에 따라 은행 건전성 규제를 일시적으로 완화하고 여신 확대를 독려하고 있다. 여신 확대가 불가피한 만큼 부실 여신 증가도 피할 수 없다.

최근 각 은행이 빠르게 도입하고 있는 기대신용손실(Current Expected Credit Loss·이하 CECL)이 바로 이런 부실 여신 예측과 해결을 위한 방법이다. CECL은 미래 손실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적립하는 것으로 한인 은행의 경우 뱅크오브호프와 한미은행이 올해 1분기부터 도입했고 PCB등 타 은행들도 올해 안에 이를 적용할 방침이다.

CECL을 적용하게 되면 대손충당금 증가에 따라 손실폭이 커진다. 올해 1분기 실적에서 각 은행들의 총자산 대비 순이익률(ROA)과 자기자본 이익율 (ROE)이 전년동기 대비 하락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

한인은행의 ROA를 예로 들면 .뱅크오브호프가 1.2에서 0.7로 0.5%포인트 내린 것을 비롯, 한미가 1.2에서 0.3으로 크게 나빠졌다. PCB와 Cbb는 각각 1.6에서 0.8, 1.3에서 0.6으로 반토막 났다.오픈뱅크도 타 은행에 비해 우수했지만 1.8에서 1.3으로 하락했다.

자기자본 이익율 (ROE)도 뱅크오브호프가 8.4에서 5.1로, 한미가 10.2에서 2.7로, PCB가 12.6에서 6.7로 폭삭 내려 앉았고 오픈은 14.6에서 11.0으로 Cbb는 11.2에서 4.8로 크게 감소했다.

ROA와 ROE가 줄면서 총대출에서 부실대출의 비율을 산출하는 부실대출률과 부실자산 비율도 증가추세다.

한인은행권에서는 뱅크오브호프를 제외한 남가주 5개 은행의 부실대출률이 증가했고 부실자산 비율도 뱅크오브호프와 오픈을 제외한 한미, PCB 그리고 Cbb가 증가했다..

한인은행들은 미 은행에 비해 부실 여신에 대한 우려가 더욱 높을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대출에서 상업용부동산(CRE)과 미중소기업청(SBA)이 차지하는 비율이 미 주류 은행에 비해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비교 대상을 LA 카운티로 좁게 잡아도 미 은행들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 비율은 72% 선이다. 그런데 한인은행들은 뱅크오브호프가 전체 대출의 75%를 차지한 것을 시작으로 한미가 79%, PCB가 83%, 오픈과 Cbb가 각각 89%와 86%로 집계됐다. 평균점을 적게는 7%, 크게는 17% 상회한 수치다.

코로나 19가 본격화된 지난 3월 이후 상업용 부동산의 연체 및 페이먼트 유예 비율이 급격히 치솟고 있는데 이는 곳 한인은행 대출의 디폴트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진다는 뜻이다..

은행들이 부실 여신을 해결하려면 결국 대출을 다원화해야 하는데 지금의 상황은 이 조차도 어렵게 하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은 물론 리테일 산업/기업 대출(C&I) 그리고 소비자 대출 모두 코로나 19에 따른 수익 감소의 영향을 받고 있어 방향 전환이 어려운 탓이다.

한인은행 관계자들은 “코로나 19에 따른 경기 침체기 동안은 특별한 대안을 내기 보다는 부실 여신이 나오지 않도록 대출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강화해 리스크를 줄이고 CECL을 높여 추가적인 안전망을 확보해야 한다”며 “신규 대출은 최대한 자제하고 우수 고객의 안전 대출은 지키며 재융자 유도 등을 기존 고객의 이탈을 최대한 막고 있다. 부실여신의 해결은 결국 경기활성화만이 답이다”고 설명했다. 최한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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