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채 블랙홀’이 온다… 회사채 구축효과 우려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국공채 공급 증가로 회사채 구축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채권시장 투자수요가 국공채로 몰리며 회사채 시장을 더욱 위축시킬 것이란 전망이다.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으로 국채 발행이 늘어는 가운데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기업자산 매각지원 프로그램을 가동시키기 위해 특수채(공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캠코는 지난달 22일 이사회를 통해 2조원 규모의 특수채 발행을 의결했다. 캠코는 최근에는 일부 기업들을 상대로 사전수요조사도 진행했다. 자금난을 극복하기 위해 보유자산 매각을 검토하고 있는 기업들을 만나 자산 매입 가격 등에 대해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캠코의 기업자산 매각지원 프로그램은 이달 중순 기업 신청을 받고 1차적으로 발행할 특수채 규모와 금리를 결정할 예정이다. 캠코가 발행하는 특수채의 경우 보통 1% 초반대 금리다.

캠코는 향후 기업 자산매각 수요를 고려해 추가적인 특수채 발행을 검토할 방침이다.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재확산세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캠코가 추가적으로 기업 자산 매입 재원을 마련해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형자산 매각 기업의 수와 매각규모는 지난해 1분기 각각 17개 기업, 4000억원 규모에서 올해 1분기 34개 기업, 1조7000억원 규모로 급증했다.

캠코의 특수채 물량이 더해지면서 하반기 채권 시장에서 국공채 비중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정부의 정책금융지원 등으로 국채 공급도 가파르게 늘어나는 상황과 맞물리면서다.

국공채는 국채와 공채를 아우르는 채권으로 공채의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발행하는 지방채와 캠코와 같이 특별법에 의해 설치된 법인이 발행하는 특수채를 말한다.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6월 채권시장동향'에 따르면 국채 발행 규모는 28조8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10조5000억원(57.8%) 급증했다. 3차 추경으로 인해 향후 국채 공급 물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본예산 기준 130조2000억원이었던 국채발행 한도가 이번 3차 추경예산안을 통해 167조8000억원으로 증가했다.

반면 회사채 발행시장은 위축되고 있다. 기업들의 상반기 회사채 발행잔액은 작년 말보다 5조원 줄었다. 지난달 회사채 발행 규모는 1조1989억원으로 전월(1조1435억원) 대비 554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투자업계에서는 국공채 물량이 늘어날수록 채권시장 자금 가운데 상당수가 회사채 보다 국공채로 몰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회사채 시장이 상대적으로 위축되며 ‘구축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채권 시장에서도 안전자산인 국공채로 투자 수요가 더욱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기준 총 설정액 10억원 이상 71개 국공채형 펀드의 설정액이 최근 1개월간 997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일반 채권형 펀드에서 3591억원이 유출된 것과 대조된 자금 흐름이다.

송재원 신한PWM서초센터 팀장은 “국공채 공급 물량이 늘어나면서 채권 시장에서 회사채 구축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많다”며 “채권 시장의 수요는 한정적이고 경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회사채보다 안전한 국공채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nic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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