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콩+모싯잎’ 환상의 조합…영광에 가면 ‘모싯잎송편’이 있다

영광모싯잎송편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이 맘 때 전남 영광의 백수해안도로를 달리면 도로 옆 가파른 절벽 아래로 푸른 잎들이 일렁인다. 짭조름한 바닷바람을 맞고 자란 모싯잎의 물결이다. 영광군의 모싯잎 재배면적은 70ha가 넘는다.

모싯잎의 아성에 도전하는 또 다른 농작물은 동부콩이다. 영광에선 좁다란 시골 길을 사이에 두고 한 쪽에는 모싯잎, 다른 한 쪽에는 동부콩이 자라고 있는 모습을 심심치 않겠 볼 수 있다. 7월이 되면 동부콩은 수확을 시작한다. 하얗게 익은 영광 동부콩은 흔히 만나게 되는 수입산과는 품격이 다른 맛을 낸다. 

동부콩과 모싯잎은 영광의 지역 경제를 떠받치는 특별한 음식의 식재료로 사용된다. 2017년 ‘지리적 표시’ 인증을 받은 영광 모싯잎송편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인증한 유일무이한 송편이다.

영광모싯잎송편은 가공식품으로 지리적 표시 인증을 받은 독특한 식품이다. 물론 가공식품으로 지리적 표시 인증을 받은 식품으로는 순창 고추장이나 상주 곶감, 진도 홍주 등이 있다. 하지만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영광모싯잎송편은 원물이 세 가지 이상 가공된 식품이라는 점에서 특이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리적 표시 인증을 받은 ‘영광모싯잎송편’은 영광 모싯잎, 영광 동부콩, 영광 쌀에 영광 천일염(부재료)으로 만들어야 ‘영광모싯잎송편’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 이게 기본 규정이다.

모싯잎으로 송편을 만드는 지역은 많다. 그럼에도 영광이 ‘최고’가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모싯잎이 자라기에 좋은 기후와 토양을 갖춘 데다, 역사성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역사성’에 대한 부분은 문헌으로 남겨진 기록을 우선한다. 농림축산식품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관계자는 “구전을 통해 인정을 받을 수도 있으나 대체로 다양한 문헌을 통해 해당 식품이나 농산물, 임산물을 먹어온 기록이 남겨진 경우라야 역사성을 인정받는다”고 말했다.

조선 헌종 15년(1894년)에 나온 동국세시기에 따르면 “영광 지방에선 새해 농사를 시작하는 첫 날 모싯잎송편을 만들어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모싯잎송편은 일꾼의 나이만큼 나눠줬다고 한다.

영광모싯잎송편은 작고 동글동글한 요즘 송편과는 생김새부터 다르다. 엄격한 지리적 표시 인증을 받은 만큼 ‘영광모싯잎송편’이라는 이름을 붙이기 위해선 철저한 규정을 따라야 한다. 생산기준을 파고 들면 더 깐깐해진다. 송편의 빛깔과 식감을 만드는 주역인 모싯잎은 전 처리 과정도 까다롭다. 5~10월까지 재배한 것을 채취해 10분 정도 끓는 물에 삶은 뒤 찬물에 3~4회를 씻어 수분을 제거한 후 사용한다. 동부콩 역시 100℃ 내외에서 삶아 사용한다. 동부콩은 콩과 팥의 중간 정도의 식감으로, 소를 만들 때 사용된다. 국내산 동부콩은 다른 모싯잎 송편이 많이 쓰는 미얀마산 동부콩과 달리 겉껄질이 짙은 갈색빛에 가깝다.

(사)영광에서모싯잎떡을만드는사람들에 따르면 지리적 표시제를 받은 이후 모든 영광모싯잎송편은 표준 생산기준을 따르게 돼있다. 송편을 만들 때는 4명이 한 조가 돼서 작업한다. 철저한 분업화가 정착됐다. 쌀을 들어 올려 롤러에 넣는 일부터 성형기에서 빠져나온 송편의 모양을 잡는 일까지 이어진다.

송편 한 개당 피 40g, 소 20g이 기준이 돼 총 60g 무게의 송편 한 개를 빚어야 한다. 크기로 치면 8~10cm, 일반 송편의 1.5~2배 정도다. “60g이 기준이 되는 것은 오래 전부터 그 정도 크기로 만들었던 것을 그대로 따른 방식”이라는 것이 조합 측의 설명이다.

영광모싯잎송편이 104호 지리적 표시 인증을 받은 이후 영광군은 많은 변화가 일었다. 지난 해 말 기준으로 모싯잎송편 제조업체는 130여 곳, 연 매출도 280억 원대로 늘었다. 영광군은 모싯잎송편으로 전국 군 단위에서 택배 물량이 가장 많은 지역이 됐다. 문 교수는 “떡 소비가 나날이 줄고 있는데 영광은 모싯잎송편으로 유일하게 떡 산업이 성장 중이다”라며 “떡 산업만 잘 되는 것이 아니라, 이로 인해 모싯잎, 동부콩, 쌀 재배 농가가 동반 성장했다. 지역 농식품으로 인해 지역의 경제가 활성화되고, 일자리가 늘어나는 지역 클러스터(Cluster)화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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