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개념 양자컴퓨터 개발 실마리…고차원 위상부도체 관측 성공

연구팀은 고차원 위상부도체로 예상되던 텅스텐 디텔루라이드에 초전도 조셉슨 접합을 형성해 관측한 결과 이론적 예측과 부합하는 경첩 상태를 확인했다. [포스텍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겉과 속이 다른 물질’로도 불리는 위상부도체는 고체 물리학의 패러다임을 바꾼 물질이다. 위상부도체는 원래 전기가 통하지 않는 물질이지만 위상이 다른 두 물질의 경계에서 전도성을 갖는다. 이 독특한 성질 때문에 양자 컴퓨터 등 미래 과학 분야의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위상부도체 자체도 아직 많이 발견되지 않고 있지만, 고차원 위상부도체는 지금까지 이론상 있을 것이란 예측만 무성했던 존재였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를 포함한 국제공동 연구팀이 고차원 위상부도체의 존재를 처음으로 밝혀내 새로운 개념의 양자컴퓨터를 만들 수 있는 길을 열었다.

포항공과대학교(포스텍) 물리학과 이길호 교수팀은 미국 레이시언 BBN 테크놀로지,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 홍콩과기대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고차원 위상부도체 존재 관측에 성공했다.

위상부도체는 위상수학이 적용되며 2007년 처음 생긴 개념으로, ‘위상학적 꼬임’에 의해 부도체지만 가장자리에서는 전기가 통하는 물질이다. 통상적인 위상부도체보다 꼬임이 더 많이 일어나는 고차원 위상부도체는 이론적 예측만 많고, 실제로 확실하게 관측된 사례는 거의 없었다.

연구팀은 이 관측에 초전도체 연구의 핵심이기도 한 조셉슨 접합을 활용했다. 조셉슨 접합은 두 초전도체 사이에 비(非) 초전도물질을 사이에 끼워 넣어도, 전압 없이도 두 초전도체 사이에 전류가 흐르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고차원 위상부도체에는 1차원의 경첩상태가 나타나는 것으로 예측됐는데, 이런 경첩 상태는 금속성 몸통 때문에 제대로 관측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조셉슨 접합을 만들어 외부 자기장에 의해 어떻게 전류가 흐르는지를 관측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고차원 위상부도체로 예상되던 텅스텐 디텔루라이드에 초전도 조셉슨 접합을 형성해 관측한 결과 이론적 예측과 부합하는 경첩 상태를 확인했다.

이 연구성과는 기존의 위상부도체 개념을 고차원으로 일반화시키는 개념으로, 이론으로만 존재 여부를 생각할 수 있었던 물질이 실제로도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한 결과다. 또, 초전도와 위상물질의 접합에 관한 연구로서, 위상초전도 현상 연구의 기반이기도 하다.

특히 이 연구는 위상양자컴퓨터라는 새로운 개념의 양자 컴퓨터로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중요한 연구결과로 평가되고 있다. 지금까지 연구돼왔던 일반 양자컴퓨터의 경우 치명적인 약점으로 ‘결 어긋남’이라는 현상이 제기되고 있는데, 이는 외부잡음 때문에 양자정보를 잃어버려 컴퓨터가 오류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위상양자컴퓨터의 경우는 양자정보가 위상학적 보호를 받기 때문에 외부잡음에도 오류가 나지 않아 실용화 가능성이 더 높은 차세대 양자컴퓨터 개념으로 주목을 모으고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머티리얼스’ 7월 6일자에 게재됐다.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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