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광장] 햄버거병에 걸린 햄버거 가게

얼마 전 안산의 한 유치원에서 집단 식중독에 걸린 일이 있었다. 우리 예쁜 아이들이 식중독에 걸렸고, 그 정도도 심해서 가슴 아파하며 뉴스를 봤던 기억이 있다. 그 식중독의 이름은 ‘용혈성요독증후군(HUS)’으로, 일명 햄버거병이었다. 이 병은 장출혈성 대장균에 의한 합병증 증세로 설사, 복통, 혈변 등을 일으키며, 전염성이 매우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병의 이름이 왜 햄버거병일까? 이유는 1982년 미국에서 햄버거를 먹은 어린이들에게서 처음 발견이 돼 햄버거병이라고 불리고 있다. 이 병은 사실 덜 익힌 햄버거 패티에서만 감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자료를 찾아보니 2011년 독일에서는 채소를 통해 845명이 감염되고 54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배추 절임을 먹고 100명의 환자와 7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즉, 이 병의 원인은 햄버거에 의해 발생되는 것이 아니라 덜 익힌 음식이나 생식을 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병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의사들은 이 병의 예방책으로 감염의 우려가 있는 음식은 잘 익혀서 먹으라고 조언한다.

그럼에도 기사에서도 흔하게 햄버거병이라고 쓰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심지어 병원에서 운영하는 블로그나 홈페이지에서도 햄버거병이라 쓰고 있다. 알기 쉽게 하기 위해 쓰는 말이지만, 그것으로 피해를 보는 곳이 있다면 조금 더 생각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도 처음에는 우한 폐렴으로 불렸다. 그런데 중국에서의 항의와 특정 지역을 거론하는 것은 좋지 않다는 이유, 정식 병의 원인이 코로나바이러스이기 때문에 코로나로 쓰기 시작했다. 필자도 처음엔 우한 폐렴으로 불렀다가 지금은 코로나로 쓰고 있다. 이 병의 발견은 햄버거였지만, 이젠 언론에서도 정식 명칭을 쓰는 것이 맞다.

네이버에서 검색해보면 햄버거를 먹었는데 햄버거병이 기사에 나서 걱정이 된다는 글과 함께 질문이 올라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정말 햄버거를 먹어서 걸리는 병이 햄버거병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변의 햄버거 가게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햄버거병으로 알려지면서 햄버거집은 직격탄을 맞았다고 한다. 특히 수제 햄버거집이나 개인 햄버거집은 매출이 급감하는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매출이 줄어든 상태였기 때문에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단순하게 햄버거에서 걸리는 병이 아닌 데도 병의 이름 때문에 오는 충격이었다.

이런 이유는 일단 기사 제목이 햄버거병으로 인한 피해나 문제를 제목으로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햄버거병은 햄버거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라 식중독에 의한 것이다. 현재 위생에 관한 법률이 강화됐고, 식당들도 위생에 대한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그럼에도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되겠지만, 특정 상품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 아닌 것을 알았으면 한다. 그리고 이제 햄버거병이 아니라 용혈성요독증후군을 사용하거나 식중독이라고 공식적인 병명 또는 포괄적인 병명을 사용하는 것이 올바를 것이다.

모두 힘든 시기를 걷고 있다. 우리가 말을 쓰거나, 옮길 때 혹시 피해를 보는 곳이 있는지를 살펴보고 배려하는 것이 필요할 때이다.

한상호 영산대 호텔관광학부 외식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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