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 업적과 개인죄과’ ‘역사 공과와 국가명예’ 의 충돌…법제화 필요”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정이 13일 오전 영결식이 열리는 서울시청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헤럴드경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백선엽 장군의 빈소를 조문하고 있다. [연합=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박원순 서울시장과 백선엽 장군의 죽음이 우리 사회를 둘로 갈랐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서울특별시장(葬), 백선엽 장군의 대전현충원 안장을 가지고 정치적 논란과 사회적 갈등이 고조됐다. 박 시장 장례의 격을 두고서는 서울시 기관장으로서의 업적과 ‘성폭력 피해자의 2차 가해’ 때문에 의견이 엇갈렸다. 백 장군의 안장 논란은 고인의 6·25 전쟁 공로와 친일 행적을 두고 벌어졌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공직자의 공적 업적과 개인의 죄과, 공적 인물의 역사적 공과를 평가할 수 있는 기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고, 그에 합당한 국가적 명예를 부여할 수 있는 제도의 입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두 고인을 둔 사회적 논란을 진보-보수 진영간 대립 뿐 아니라 ‘세대갈등’의 시각에서 봐야 한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죽음의 정쟁화에 대해선 한 목소리로 우려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박 시장의 죽음엔 진보적 가치와 ‘미투(Me too)’ 논쟁이, 백 장군 죽음엔 항일민족 투쟁사와 반공 투쟁사가 맞물려 있다”고 했다. 이어 “3선 서울시장의 장례식을 서울시장으로 하는 건 상식 중 상식이겠으나 이 경우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가 걸린다.

백 장군의 경우 항일 어젠다는 진보가, 반공 어젠다는 보수가 주도해왔으니 양 쪽에 걸쳐 있던 백 장군의 죽음이 정쟁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박 평론가는 “모든 사항에 대한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령 박 시장의 장례 격을 따지는 문제의 경우 ‘범죄나 범죄 의혹으로 불명예스럽게 사망했을 경우 가족장으로 한다’ 는 등의 공위 공직자의 예우에 관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현충헌법 등에도 ‘친일 행적이 있을 경우 안장하지 않는다’ 등의 법제화가 필수적이라는 것이 박 평론가의 제언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두 인물의 죽음을 둘러싼 현상을 “망자의 정치학”이라고 일컬었다. 엄 소장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이 정치인들에게 학습효과를 일으켰다”며 “노 전 대통령의 죽음 이후 친노의 부활이 있었고, 이런 학습효과에 따라 양 진영이 서로 갈등의 소재로 삼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고 봤다.

세대 갈등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었다. 엄 소장은 “박 시장 죽음을 두고 30대 중반에서 40대까지는 젠더 감수성보다는 진보 가치를 내세우는 반면, 20대에서 30대 중반까지는 성인지 감수성을 더 중요시한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백 장군의 경우 “6·25 전쟁을 경험한 세대는 75세 이상이고, 그 아래 60대까지는 간접경험을 통해 백 장군에 대한 공과를 평가하고 있다”며 “386 세대가 586 세대가 되며 어느 정도 논란이 감소한 측면이 있듯 시간이 지나면 해소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예측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이번 여권에선 백 장군 조문에 참여했다”며 “이것만으로 과거에 비하면 (쟁정화가) 좀 더 나아진 면이 있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윤 실장은 이어 “과거에는 정치권이 갈등을 조장해 대중들이 따라갔다면 요즘은 양 쪽의 성난 대중들이 강하게 이야기하고 정치권은 눈치를 보는 형국이 나타난다”며 “시민단체나 지지세력 등 비정치권이 극단적으로 움직이는 걸 보며 이를 제어하는 것이 향후 정치권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외과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논쟁을 피할 수 없다”며 “다만 서로 존중하고 인정하며 지켜야 할 선을 넘지 말아야한다. 그러면 나아갈 수 있다”고 했다.

h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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