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 포럼-박종구 초당대 총장] 큰 정부론을 경계한다

올해 3차 추경 예산이 이달 초 확정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확장적 재정 정책의 일환이다. 한 해에 세 차례나 추경 예산을 편성한 것은 1972년 이후 48년 만이다. 그만큼 상황이 위중하다는 의미다.

코로나19 사태로 민간 소비가 줄고 실업이 급증한 탓에 총수요 진작을 위한 재정 투입은 불가피한 것이 현실이다. 경제 불평등이 심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정부 개입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신자유주의적 시장 만능주의에서 탈피해 정부가 보다 적극적 역할을 수행하는 큰 정부론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다만 재정 확대에 따른 정부 비효율 문제가 관건이다.

국가 채무가 올해 말 840조원에 달하면서 국가 채무 비율도 43.5% 수준으로 상승할 전망이다. 2018~2020년 재정 지출 증가율이 경상 성장률의 2배를 초과했다. 이 같은 사례는 1998년 외환 위기, 2003년 카드 대란, 2008년 금융 위기 때 예외적으로 발생했는데 이제는 뉴 노멀이 됐다.

공공 부문 인건비와 복지 지출 급증이 재정 지출 팽창을 견인했다. 올해 공공 부문 피고용자 보수는 158조원 규모다. 전년 대비 6.6% 늘어난 것으로,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7년 이후 최고의 증가폭이다. 경기 부양을 이유로 공공기관 고용을 항구적으로 늘리는 방안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속적인 공공 고용 증가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공공 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고용 확대 추이를 보면 그 속도가 지나치게 가파르다.

1980년대 이후 미국이 비교적 건실하게 성장한 배경에는 공공 부문 인력과 지출의 적절한 통제가 있었다. 현재 총고용에서 차지하는 연방 공무원 비중은 1980년 수준이고, 연방 지출 비중도 1950년대 아이젠하워 정부 때와 큰 차이가 없다. 민간 부문의 창의와 활력이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비정규직은 경기 부진으로 작년에 87만명 늘었지만 공공 부문의 정규직은 오히려 증가했다. 853개 공공기관 대상 정규직 전환 실태조사에 따르면 300개 기관에서 경쟁 없이 정규직 전환이 이뤄졌다. 한 마디로 ‘묻지마 전환’이다. 이는 ‘기회는 불평등, 과정은 불공정, 결과는 역차별’이라는 시비마저 낳고 있다. 공공 부문이 철밥통으로 불리는 이유다.

복지 지출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점진적인 증액이 불가피하다. 이 문제는 현행 복지 체계를 중복지·중부담에서 고복지·고부담으로 바꾸는 패러다임 전환과 맞물려 있다. 우리 사회가 수용 가능한 국민 부담률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에 대한 국민적 컨센서스 도출이 시급하다.

현금 복지 급증도 경계해야 한다. 재정 건전성 악화의 주범이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재정 건전성 지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는 OECD 32개국 중 26위로 하위권이다. 2010년 14위에서 급락했다.

내년도 적자 국채 발행액이 역대 최대에 이를 전망이다. 올해 5월까지 관리 재정 수지가 77조원 적자다. 작년보다 41조원 늘어났다. 경기 회복 속도가 기대에 못 미칠 경우 더 늘어날 것이다. 한국판 뉴딜 사업 규모도 당초 76조원에서 100조원 이상으로 늘어난다고 한다. 정부는 사회안전망 강화와 친환경 인프라 구축을 위한 공공 투자를 대폭 늘릴 것으로 보인다. 그 어느 때보다 공공 자금의 생산성·효율성 제고가 중요하다.

지속 성장이나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기본적으로 민간 부문의 몫이다. 큰 정부가 아니라 스마트한 정부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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