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대통령 ‘탐정업 직업화’ 공약, ‘공인제’보다 ‘보편적 관리제’가 바람직

김종식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장)

‘탐정(업)’이란 특정 문제의 해결에 유용한 정보나 단서·증거 등 자료를 수집·제공하는 서비스업을 말한다. 즉 탐문과 관찰 등 합당한 수단으로 ‘난제(難題)에 대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거나 관련 자료를 수집하는 일’을 주로 하는 직업이다. 이는 공권력의 도움이나 개입을 기대하기 난망한 사적(私的)인 의문과 궁금 해소에 그 기여도가 높이 평가되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과 유럽연합(EU) 28개회원국 등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보편적 직업으로 뿌리내린지 오래다.

한국의 탐정(업)은 어떠한가? 1977년 12월31일 제정된 ‘신용조사업법’을 시작으로 한 지금의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약칭 신용정보법)’을 통해 40년 넘게 ‘탐정업과 탐정 호칭 사용’을 일반적으로 금지해 왔다. 신용질서확립을 목적으로 제정된 신용정보법이 신용질서와 무관한 일반의 탐정업무까지 짓누르고 있었다. 그러던 중 2018년 6월 헌법재판소는 ‘신용정보법이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으니 위헌임을 선고해 달라’는 헌법소원사건 심판을 통해 ‘탐정업의 업무영역에 속하지만 금지되지 않는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다’고 판시했다. 이는 사생활 등 개별법을 침해하지 않는 탐정업무는 당장이라도 불가능하지 않음을 가름한 최초의 사법선언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청도 지난해 6월 행정해석을 통해 가벌성(可罰性) 없는 합당한 탐정업무까지 무조건 금기시 해온 관행은 법리와 시대상으로 보아 온당치 않다고 판단하고, 자격기본법에 따라 ‘타법을 침해하지 않는 탐정업을 민간차원에서 직업화 하겠다’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을 경유한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 등 8개 단체(11건)의 민간자격 등록신청을 전격 수리한 바 있다(‘탐정학술지도사’, ‘실종자소재분석사’, ‘생활정보지원탐색사’ 등). 이는 ‘개별법을 침해하지 않는 탐정업 그 자체는 금지의 대상으로 삼을 이유가 없음’을 시사한 주무관청(경찰청)의 결단이였다는 점에서 실로 그 의미가 크다.

거기에다 그간 탐정업의 직업화 및 법제화에 최대 걸림돌로 작용해 왔던 ‘신용정보법 제40조’의 탐정업 관련 금지사항(‘특정인의 소재나 연락처를 알아내는 일 금지’와 ‘탐정 명칭 사용 금지’ 조항)이 2020년 2월4일 국회(금융위원회 업무, 정무위원회 소관)에서 개폐(금지해제)돼 오는 8월5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로 탐정(업)을 금지한다거나 거부한다는 명시적 법문은 대한민국 법전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게 됐다. 대한민국에서의 탐정업은 더 이상 음지의 일도 관허업(官許業)도 아닌 사실상의 ‘보편적 직업(자유업)’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이제 ‘나는 탐정입니다’라거나 ‘탐정사무소’라 간판을 거는 등 광고를 해도 무방하며 개인정보보호법, 위치정보법 등 개별법의 취지와 목적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탐문 등의 방법으로 ‘실종자나 가출인 등 특정인의 소재나 연락처를 파악하는 일’도 사실상 불가능하지 않게 됐다. 이로 한국형 탐정업(민간조사업)은 ‘의문과 궁금 해소’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탐정(업)의 진수(眞髓)라 할 ‘사실관계파악(자료수집) 서비스’를 합당하게 제공할 수 있는 전기를 맞게 됐음은 물론 ‘새로운 일거리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국가적 과제에도 일익 부응할 수 있는 명실상부한 신직업 반열의 문턱에 섰다.

하지만 ‘탐정업을 금지했던 법조항은 사라졌으나, 탐정(업)을 허용 또는 용인한다는 법문은 아직 어디에도 없다’는 점에서 한국형 탐정업의 출발은 다소 혼란스럽거나 어중간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법적 뒷받침 없는 직업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다. 사실 모든 직업이 법제화 돼야 한다는 법도 없고, 모든 직업을 법제화할 필요도 없지만 탐정업의 경우 법제화는 업(業)의 성격상 필수적이라 하겠다. 탐정업무는 대개 의뢰자의 요청과 탐정업 종사자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암암리에 이루어지는 특성상 개별법이나 사생활 또는 타인의 권익을 침해할 소지가 상존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탐정업 부적격자의 진입 차단이나 서비스품질 향상, 의뢰자와 수임자간 신의·성실 준수 등을 도모할 ‘법제화’가 절실하다.

탐정업의 법제화는 세계적으로 크게 두 개의 모델이 있다. ‘공인제’와 ‘보편적 관리제’가 그것이다. ‘공인제’란 일정한 인원을 선발해 그들에게만 탐정업을 허용하는 탐정제를 말하며, 탐정(업)의 서비스품질을 중시하는 미국 등 영·미권에서 주로 채택하고 있으나 탐정활동의 일반화(비공인탐정들의 음성적 탐정활동 만연)에 따라 공인제 탐정(업)이 지녔던 특별함이나 존재감이 날로 퇴색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와 비교되는 ‘보편적 관리제’란 인류의 역사를 통해 그 무엇으로도 막지 못했음은 물론 날로 진화하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음성적 탐정’이 ‘공인제 탐정법(공인탐정)’ 생긴다하여 사라질리 만무하다는 경험론에 바탕을 둔 제도로 ‘실익이 거양되지 않는 공인제보다 탐정업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모두 신고(등록)하게 하고 이를 적정하게 관리하는 게 차라리 낫다’는 실용주의적 모델이라 하겠으며 이를 채택하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는 세계 최대 규모(6만여명)의 탐정산업을 이룬 일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헌법재판소의 판례와 주무부처의 행정해석, 신용정보법상 탐정업 관련 금지의 해제 등에 따라 ‘지금 당장이라도 누구나 탐정업을 할 수 있다’는 법제 환경으로 보나 이미 탐정업을 전업 또는 겸업하고 있는 사람의 수가 8000여명에 이르고 있다는 점(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 추산) 등을 감안할 때 탐정업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모두 신고(등록)하게 하고 이를 적정하게 관리하는 일본식 ‘보편적 관리제’를 채택함이 백번 옳아 보인다. 현시점에서 ‘소수의 인원을 선발해 그들에게만 탐정업을 면허하는 영·미식 공인탐정제’를 거론함은 현실을 도외시한 부질없는 일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이런 여러 여건을 감안할 때 문재인 대통령이 치안력 보완과 일자리·일거리 창출 등 국민편익을 위해 대통령선거 때(2017년 5월) 공약한 ‘공인탐정제 도입’ 방안은 현실적으로 모델 변형(‘공인제’를 ‘보편적 관리제’로 변경)이 바람직해 보인다. 지금 상황에선 ‘공인탐정제’를 논하는 일보다 이미(2018년 6월이후) ‘보편화되기 시작한 탐정업’의 직업화를 촉진하고 규율할 ‘(가칭)탐정업 업무 관리법’ 제정에 박차를 가하는 일이 순리이자 정도라 여겨지며 그를 통해서도 ‘탐정업 직업화(공인탐정제)’라는 공약 본래의 취지나 목적은 충분히 대체 달성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kjs0011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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