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출신 대법관 ‘전합’ 판결 주도…‘대법원 다양화’확인

학자 출신의 김재형 대법관이 최근 2년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권순일 대법관의 후임 인선을 앞둔 가운데, ‘대법원 다양화’ 구성이 가시화됐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13일 헤럴드경제가 2018년 6월부터 지난달까지 2년간 선고된 대법원 전원합의체 사건 47건을 확인할 결과 김재형 대법관은 주심을 맡은 사건 중 11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이 기간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 사건의 23%에 달했다. 김 대법관은 이 중 7건의 다수의견을 이끌며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판례를 세우거나 변경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김 대법관은 남편이 동의한 후 제3자의 정자를 사용해 인공수정한 자녀를 친양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첫 판례를 남겼다. 인공수정을 통해 형성된 가족관계도 헌법상 다른 자녀와 차별을 둬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 결정이 앞서긴 했지만,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한 대법원 판결 주심 역시 김 대법관이었다.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일행적을 다룬 다큐멘터리 ‘백년 전쟁’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 제재가 위법하다고 본 판결은 언론·출판의 자유를 넓힌 것으로 주목받았다.

여성 대법관들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박정화 대법관은 김재형 대법관 다음으로 많은 4건의 사건을 전합으로 가져갔다. 최저임금액을 맞추려 소정근로시간을 줄이는 계약은 위법이라는 판결이 박 대법관 주심 사건이었다. 민유숙 대법관은 2개의 사건을 전합에 회부했다. 시간급 통상임금을 산정할 때, 실제 근로시간을 사용하라는 판결에서 주심을 맡았다. 통상임급 산정 기준을 근로자에게 유리하게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 이 사건에서 민 대법관은 동료 대법관 12명의 동의를 이끌었다.

노정희 대법관은 3개의 사건을 전합으로 가져갔다. 복지포인트는 통상임금으로 볼 수 없다는 판결과, 임수경 전 의원에게 ‘종북의 상징’이라고 표현한 것은 인신공역으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노 대법관의 손을 거쳐 전합에 회부됐다. 노 대법관이 이끈 3건의 사건에서 전원일치 1건을 포함해 동료 대법관 10명 이상이 동의하는 다수의견을 이끌었다.

한편 이동원·조재연·김상환·노태악 대법관은 같은 기간 전원합의체로 사건을 가져간 경우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조재연 대법관은 법원행정처장을 겸임하고 있어 재판 업무를 하지 않고 있고, 노태악 대법관은 지난 3월 임명돼 재임 기간이 짧다. 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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