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오만방자한 에이브럼스, 조선 총독 연상” 광복회, 주한미군사령관에 공식항의 추진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 13일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백선엽 예비역 육군 대장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독립유공자와 그 유족을 주축으로 설립된 광복회가 고(故) 백선엽 예비역 육군 대장을 ‘영웅’이라고 호칭한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에 대해 “마치 일제강점기 조선총독과 같이 오만방자함이 하늘을 찌른다”며 공식 항의하기로 했다.

김원웅 광복회장은 14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이 (백선엽 육군 대장에 대해) 영웅이고 보물이라고 했다”며 “지금 대한민국의 압도적 다수가 친일 문제 청산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외국 군대의 사령관이 그 문제에 대해 거리낌 없이 발언하는 것은 오만방자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한국에 대해 미국의 종속국가라는 인식을 갖고 있지 않다면 어떻게 이런 언행을 할 수 있겠느냐”면서 “이완용이 죽었을 때 조선총독 사이토 마코토가 추도사에서 동양 일류의 정치인이라고 격찬한 적이 있는데, 에이브럼스 사령관의 발언은 저에게 사이토 총독을 연상시켰다”고 했다.

그는 “미국 사람들은 나치에 대해 아주 엄격하다”며 “간도특설대는 유대인을 학살하고 레지스탕스(나치 저항세력)를 잔혹하게 탄압한 나치의 게슈타포(비밀경찰)에 비견되는 조직인데, 그 단체에 몸담은 백선엽을 영웅이라고 하는 것은 유대인은 중요하고 조선인은 그렇지 않다는 뜻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나치가 학살한 것은 유대인을 비롯한 백인”이라면서 “(나치와 간도특설대는) 똑같은 시대에 똑같이 잔학한 행위를 했는데 백인은 인류이고, 조선인은 인류가 아닌 것이냐”고 반문했다.

김 회장은 또한 “1920년생인 백선엽 씨는 만주군 간도특설대에 근무하면서 시라카와 요시노리로 창씨개명을 한 사람”이라며 “시라카와 요시노리라는 인물은 원래 일본 관동군 사령관, 육군대신 등을 지낸 일본 군부의 거물로, 윤봉길 의사가 1932년 4월 중국 상하이 홍커우공원에서 던진 폭탄에 맞아 현장에서 사망한 두 사람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제 ‘시라카와 요시노리(백선엽)’가 대한민국 국군의 아버지로 불리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윤봉길 의사는 어떻게 되는 것이냐”고 말했다.

앞서 지난 11일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전날 사망한 백선엽 장군에 대해 애도 성명을 내고 “진심으로 그리워질 영웅이자 국가의 보물”이라며 애도했다.

사령관은 “백 장군은 종종 주한미군을 방문해 한국전쟁과 군인으로서의 그의 경험을 이야기했다”면서 “백 장군은 오늘날 한·미 동맹을 구체화하는 데 믿을 수 없는 공헌을 했다”고 칭송했다.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도 같은 날 트위터를 통해 2018년 백 장군 생일파티 당시 찍은 사진을 올리고 “지도자이자 애국자이며 정치가였던 백 장군은 현대 한·미 동맹 구축을 주도했다”고 썼다.

이어 월터 샤프, 제임스 서먼, 빈센트 브룩스 등 역대 주한미군사령관들도 지난 13일 한미동맹재단을 통해 추모 메시지를 보냈다.

월터 샤프 전 사령관은 “백 장군은 한·미 동맹의 위대한 ‘롤모델’이었다”고 했고, 제임스 서먼 전 사령관은 “백 장군은 한국군은 물론 미군에서도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했다.

버웰 벨 전 사령관은 “백 장군의 조언은 미군의 전쟁계획 발전에 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빈센트 브룩스 전 사령관은 “백 장군의 한·미 동맹에 대한 영향을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고, 토머스 슈워츠 전 사령관은 “누구도 그를 대신하지 못할 것”이라고 썼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12일(현지시간)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한국은 1950년대 공산주의의 침략을 격퇴하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친 백선엽과 다른 영웅들 덕분에 오늘날 번영한 민주공화국이 됐다”며 애도를 표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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