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날의 칼’ 최저임금…양극화 해소 위해 인상 필수적이나 시기·속도가 관건[2021 최저임금]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 우리사회의 고질병인 양극화 해소를 위해선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저소득층의 소득 개선이 시급하지만, 지나치게 빠르게 인상할 경우 오히려 일자리 위축으로 소득격차가 확대되는 부작용이 있어 인상 시기와 속도가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현정부 출범 직후인 2018년 최저임금을 역대 최대폭인 16.4% 인상한 후 기대와 달리 양극화가 되레 확대된 것이 이를 반증한다.

이후 정부가 최저임금 속도조절에 나서자 경제성장률이 둔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일자리 사정이 나아지고 소득이 늘어 양극화가 개선되는 추세를 보였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통한 양극화 완화 정책이 정반대의 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최저임금이 ‘양날의 칼’이었던 셈이다. 올해엔 코로나19 사태로 경제가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폭을 최소화해 고용유지에 초점을 두었다는 평가다.

14일 고용노동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최저임금과 일자리·소득이 정반대로 움직인 대표적인 케이스는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인상한 지난 2018년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 소득주도성장을 통한 패러다임 변화를 기치로 내걸고 당시 최저임금을 역대 최대폭인 전년대비 16.4% 인상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저소득층의 소득을 개선하고 소비를 촉진해 경제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고용시장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과 자영업 등은 물론 대기업조차 최저임금 부담으로 고용을 축소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매년 20만~30만명 이상 늘어나던 취업자 수 증가 규모가 2018년엔 9만7000명으로 줄어들면서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8만7000명) 이후 9년만의 최저치를 기록했고,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쳤던 7~8월에는 1만명 아래로 위축되기도 했다.

2018년에 고용시장에 충격을 줄 대형 대외악재가 없었고, 경제성장률도 2.9%로 완만한 성장을 지속했음에도 고용시장이 크게 위축됐던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로 인해 저소득층의 일자리가 타격을 받으면서 양극화가 더 확대됐다.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의 격차를 보여주는 5분위 배율은 2018년 4분기에 5.47배로 전년동기(4.61배) 대비 0.86포인트 확대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에 정부에서도 최저임금 속도조절에 나서 인상폭을 2019년 10.9%, 2020년엔 2.9%로 낮췄다. 이 효과는 2019년 후반에 나타났다. 일자리 증가폭이 확대되고 소득이 개선되면서 양극화가 축소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취업자 수 증가 규모는 2019년 3분기 36만6000명, 4분기 42만2000명으로 확대됐고, 5분위 배율도 2019년 3분기 5.37배, 4분기 5.26배로 낮아졌다. 미중 경제전쟁에다 일본의 무역보복 등 대외악재로 성장률이 2.0%로 둔화됐음에도 일자리·소득은 개선됐던 것이다.

물론 이를 모두 최저임금 탓으로 돌리긴 어렵다. 인구구조 변화와 복지확대 등 정부 정책도 큰 영향을 미쳤다. 단순히 최저임금과 일자리·소득이 정반대로 움직인다고 볼 수도 없다. 지난해 후반 양극화가 완화된 데에는 2018년 최저임금의 큰폭 인상 효과가 누적돼 나타난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결국 저소득층의 소득 개선과 양극화 완화를 위해선 최저임금 인상이 필수적이지만, 시기와 속도가 관건인 셈이다. 이런 측면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역대 최소폭인 1.5% 인상키로 한 것은 코로나 경제위기와 일자리 유지에 방점을 둔 것이란 분석이다.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도 “경제위기와 불확실성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고려했다”며 “두 번째는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에서 소득도 중요하지만 일자리가 가장 중요한 기반이라고 판단했다”고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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