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도 피델리스 무역펀드 정상만기 상환 불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무역금융펀드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무역금융회사들의 매출채권이 지급유예되면서 은행들이 판매한 무역금융펀드의 상환에 비상이 걸렸다. 최근 하나은행이 정상적인 상환을 하지 못해 보험금 청구절차에 들어간 데 이어 농협은행, 신한은행 등이 판매한 상품도 곧 매출채권 만기가 도래한다. 은행권에서만 3000억원 규모의 투자금이 안갯속에 빠지게 됐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이 200억원대 규모로 판매한 ‘피델리스싱가포르무역펀드 11호·17호’가 지난 5월말 상환에 실패했다. 매출채권 만기에 맞춘 상환에 실패하면서 자금회수 시점은 11월 말로 늦춰지게 됐다.

펀드 형식상 만기는 총 1년6개월이다. 하지만 매출채권 만기 1년에 지급유예 기간이나 보험금 청구 기간 등 사고 발생시 투자회수를 위한 기간 6개월이 추가된 구조다. 사실상 1년이 만기인 셈이다. 하지만 판매사와 운용사는 이같은 정상 상환을 투자자에게는 ‘조기상환’이라고 설명해왔다.

이 펀드는 SPC를 통해 싱가포르 무역회사(셀러 측)인 아피스(Apies)와 알지스(Alzys)가 매입회사로부터 받은 확정매출채권에 투자하는 구조다. SPC는 만기 후 제품구매자에게 회수된 자금을 양도받는 최종 인수자가 된다. 매출채권 만기시 SPC는 매입회사로부터 돌려받는 자금과 수익을 피델리스운용에 지급한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로 무역금융 환경이 악화돼 자금회수에 차질이 생겼고, 하나은행은 PB들에게 상환 실패를 알릴 수 밖에 없었다. 비슷한 상황임을 고려하면 아직 만기가 남아있는 19호 펀드 또한 상환에 실패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하나은행 외에 다른 곳도 상황은 비슷하다. 농협은행은 총 5개 펀드를 585억원 규모로 팔았다. 일부는 올해 안에 1년 6개월 만기를 앞두고 있다. 농협은행 또한 펀드 구조는 유사하지만 기초자산이 싱가포르 로디움, 홍콩 롱뷰 등의 매출채권이다. 싱가포르 로디움은 라임크레딧인슈어드(CI)펀드가 주로 투자한 매출채권 업체로 알려져있다.

신한은행은 피델리스싱가포르무역펀드를 총 1800억원어치를 팔았다. 신한은행의 경우 라임자산운용 사태 이후 후속상품으로 팔았기 때문에 만기가 비교적 늦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은 이밖에도 신탁부문에서 판매한 아름드리무역금융펀드에서도 상환 지연을 겪고 있다.

운용사와 판매사 측은 이번 조기상환 실패가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 유동성 문제일 뿐, 정상상환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보험가입을 통해 안전장치를 마련해뒀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무역금융펀드의 경우 통상 매출채권 발행회사가 매출채권을 되사거나, 대표이사의 채무 이행 보증, 보험금 상환 등을 안전장치로 제시한다.

하지만 무역금융펀드의 보험은 보장내용이 대부분 베일에 가려져 있다. 보험금 지급이 이뤄질 지 예측이 어렵다. 통상 무역관련 보험에서는 전쟁, 전염병 등 특수상황이나 매입회사와 판매사 간 분쟁 발생시 보험금 지급을 하지 않아야한다는 면책조항을 넣기 때문이다. 무역금융펀드가 각종 안전장치를 내세워 투자자들을 모으고도 환급이 쉽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상품을 판매한 PB들도 상황을 모른채 가슴만 졸이고 있다. 당연히 고객들도 ‘깜깜이’ 상태다.

한 은행 PB는 “피델리스운용의 무역금융 상품에 대해서도 본사에 문의했으나, 회수율을 높이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만 들었다”며 “무역금융펀드에서 문제가 많이 나오는 터라 불안하지만, 정확한 정보를 듣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SPC의 최종 양도승낙을 확인했다는 농협은행을 제외하고 나머지 두 곳은 보험금 조건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꺼리고 있다.

신한은행 및 하나은행 관계자는 “상환이 안될시 유동성을 통한 해결이나 보험 청구를 통해 문제없이 이뤄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운용사 측이 진행해야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서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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