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대멸종 단계…전혀 새로운 생명의 대역사 진행 중”

‘내 삶을 바꾸는 기술’을 주제로 한 ‘이노베이트코리아 2020’ 포럼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린 가운데 이정모 국립과천과학관장이 ‘여섯 번째 대멸종서 살아남기’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박해묵 기자

“사실 멸종은 그렇게 심각하고 우울한 단어만은 아닙니다. 멸종이야말로 지구에서 생명이 끊임없이 이어지게 해준 결정적인 힘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는 하나의 종(種)으로서 인류 미래를 다시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이정모 국립과천과학관장은 14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헤럴드경제 ‘이노베이트코리아 2020’에서 기조연설에 나서 이 같이 밝혔다. ‘여섯 번째 대멸종에서 살아남기’를 주제로 한 기조연설에서 이 관장은 지금 지구는 ‘대멸종이 진행 중인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는 “멸종이 빈자리 몇개를 만들어서 새로운 생명이 등장하게 하는 기회라면 대멸종은 생태계를 거의 텅 빈 공간으로 만들어 전혀 새로운 생명의 역사가 시작하는 대역사다”고 설명했다.

▶‘개인’이 아닌 생태계 ‘종’으로 인류 접근해야= 이 관장은 무엇보다 인류를 수많은 생태계 중 하나의 ‘종’으로 보고, 여섯번째 대멸종을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지난 다섯 번의 대멸종을 보면 최고 포식자는 반드시 멸종했고 현재의 최고포식자는 바로 인류”라며 “인류는 수천만 종의 미생물, 식물, 동물과 함께 살아야 한다. 인류도 역시 복잡하게 얽힌 먹이사슬에서 작은 하나의 구석을 차지할 뿐이다”고 말했다.

이 관장은 자연사는 곧 ‘멸종’의 역사라고 강조했다. 그는 “수억 년이나 바다를 지배했던 삼엽충도 사라졌고, 커다란 몸집과 신비로운 몸설계로 지구를 지배했던 공룡들도 한순간에 사라졌다”며 “지난 생명의 멸종에서 우리 인류는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지속할 수 있을지 고민하기 위해 자연사를 공부하고 자연사박물관을 세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정말 인류는 멸종할까? 이 관장은 “인류라고 영원할 수 없다”면서도 “인류는 더 오래 지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호모사피엔스는 이제 생겨난 지 20만년 밖에 되지 않았다”며 “우리는 훨씬 더 지속해야 정상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인류가 태어나기 전까지 지구에는 어떤 생명도 이름을 가져본 적이 없다”며 “인류는 지구 생명과 우주를 위해서도 더 오래 지속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뜨거워지고 있는 지구, “기후 ‘변화’는 한가한 용어”= 이 관장은 운석 충돌 등 과거 대멸종의 이유에는 수십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기후 문제’를 가장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았다. 인류의 멸종을 ‘늦추기’ 위해선 기후 문제가 필연적으로 따라 올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무엇보다 “1820년 전 세계가 기상관측을 시작한 후 가장 뜨거웠던 7월은 2019년, 가장 뜨거웠던 5월은 올해다”며 “기후 변화라는 한가한 용어를 쓸 때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이 관장은 “학자들은 지구 온난화 대신 지구 가열이라는 분명한 용어를 쓰자고 한다. 기후 변화도 마찬가지다”며 “변화는 좋은 쪽으로 갈 수도 있고 나쁜 쪽으로 갈 수도 있다. 이제는 분명하게 기후 위기라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문제 개선도 시급한 과제로 봤다. 해답은 ‘다양성’이다. 그는 “석탄과 석유라는 화석연료에서 벗어나 다양한 에너지원을 취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낮춰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기후 문제’는 현재 ‘코로나19’의 수십 배에 달하는 더 큰 ‘위기의 파도’를 불러올 수 있다고도 그는 경고했다.

이 관장은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고통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 사태가 끝나면 거대한 경제위기가 몰려올 것”이라며 “하지만 이는 그 뒤에 오는 기후위기라는 파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인류가 조금이라도 지속되기 위해서는, 과거 대멸종의 역사를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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