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 부른 朴시장 ‘고소내용 유출’ 경로, 새 단서 나오나

경찰이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휴대전화에 대한 포렌식을 실시하면서 성추행 의혹 뿐 아니라 고소사건 수사 상황 유출에 대한 의혹이 새 국면에 접어 들었다. 실제 해당 의혹들은 확산일로에 있다. 특히 수사 유출 의혹을 부인한 경찰청은 사실관계 파악도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수사 상황 유출은 박 시장의 극단적 선택을 비롯, 사건에 대해 진상 규명조차 못하고 종결시키는 파국을 가져 왔다.

14일 경찰에 따르면 박 시장의 휴대전화는 잠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경찰이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파악하지 못했을 경우 휴대전화를 여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박 시장의 휴대전화가 열리게 되면, 수사 상황 유출 단서도 포착될 것으로 보인다. 박 시장 고소인 측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고소와 동시에 피고소인(박 시장)에게 수사 상황이 전달됐다”고 주장했다.

고소 사건을 접수 받은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를 곧바로 경찰청에, 경찰청은 청와대 국정상황실에 보고했다. 모두 지난 8일 이뤄졌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주요 상황 보고 기준이라는 것이 있다. 이 기준에 따라 주요 인물이나, 큰 사건의 경우 상급 기관인 청와대나 총리실에 보고가 된다”며 “이번 사건의 경우 총리실에는 보고가 안 되고 청와대에만 보고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와 경찰청은 모두 박 시장의 수사 상황 유출을 부인하고 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3일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청와대는 (박 시장에게)관련 내용을 통보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경찰청도 부인하고 있다. 특히 경찰은 이에 대한 사실관계 파악도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청와대와 경찰 둘 중 관계를 흘린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 뿐이다. 너무 포괄적이다”며 “경찰이 현재로서는 유출 경로에 대한 감찰, 진상 조사, 사실관계 확인을 말하기 이른 시기”라고 말했다. 이어 “경찰이 곤혹스러운 상황이긴 하지만 추이를 더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소사건을 수사해 온 서울지방경찰청도 현재로서는 어떤 것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진상 규명 또는 사실관계 파악에 대해 묻자 “우리 쪽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현재 상황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것도 없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서울지방경찰청은 피고소인 사망에 따라 사건은 종결되고, 이에 대한 진상조사도 진행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또 다른 서울지방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수사 실익이 없다”며 “사건이 종결돼 진상 조사를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고소인 A씨 측은 모종의 경로로 고소 사실이 고소 당일 박 시장에게 바로 전달됐다고 보고 있다. A씨 측 변호인인 김재련 변호사에 따르면 지난 8일 오후 4시30분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한 A씨는 다음날 오전 2시30분까지 고소인에 대한 1차 진술 조사를 받았다.

김 변호사는 “9일 새벽 2시30분까지 피해자 1차 진술 조사를 마쳤는데, (같은 날)오후부터 가해자(박 시장)가 실종됐다는 기사가 나왔고, (10일 새벽)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고 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도 “서울시장 지위에 있는 사람에게 본격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증거 인멸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을 우리는 목도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누가 국가 시스템을 믿고 위력 성폭력 피해사실을 고소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한편 A씨 측은 고소장 형태의 글이 박 시장이 실종된 이후 유포된 것과 관련해 “인터넷에서 고소장이라고 떠돌아다니는 그 문건은 저희가 수사기관에 제출한 문건이 아니다”며 “그 문건 안에는 사실상 피해자 특정할 수 있는 그런 부분들이 들어있어 오늘자로 저희가 서울지방경찰청에 해당 문건 유포한 자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수사해 처벌해달라는 고소장 접수한 상태”라고 밝혔다. 박병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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