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3대은행 2분기 대손충당금 280억달러…“경제 내리막길 더 험난”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 JP모건·웰스파고·씨티그룹 등 미국 3대 은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촉발한 경기침체가 애초 예상보다 더 깊고, 오래갈 걸로 전망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기대하는 경제 회복세와 딴 판이다. 이들 은행은 상당히 줄어든 2분기 순익 등 실적을 발표했다. 돈을 빌려간 고객이 갚지 못할 걸 대비해 따로 쟁여둔 돈(대손충당금)이 3곳에서 총 280억달러(약 33조7800억원)에 육박했다.

1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경영진은 이날 2분기 실적발표 뒤 내놓은 성명 등에서 경기회복이 ‘장기전’이 될 걸로 예측했다.

제니퍼 피에프작 JP모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경기침체는 훨씬 오래갈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틈만 나면 3·4분기 경제는 위대할 거라고 장담했는데, 판세를 다르게 본 진단이다.

시티뱅크

찰스 샤르프 웰스파고 최고경영자(CEO)는 “경제 하강의 길이와 혹독함에 대한 우리의 견해가 상당히 나빠졌다”고 밝혔다. 씨티그룹도 성명에서 “더 높은 수준의 압박과 더 느린 경제회복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 은행의 한층 비관적인 전망은 수백만명이 여전히 실직 상태이고, 경제활동을 재개하려던 주(州)가 코로나19 확산 억제를 위해 다시 봉쇄조처를 시행하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이미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동안 주택담보대출 상환·신용카드 사용액 결제를 미루는 조치를 취했지만, 실업수당 등 경기부양책이 속속 종료하면 고객의 재정상태가 더 나빠질 걸로 보고 있다.

WP는 이번 경기침체는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은행 산업이 직면한 첫 번째 큰 시험이라고 지적했다.

연방준비제도(Fed)도 지난달 대형 은행을 대상으로 자본건전성평가(스트레스 테스트)를 한 결과를 토대로 자사주 매입 중단과 배당금 지급 규모를 현 수준 이하로 제한하라는 새 규정을 발표했다. 은행의 현 재정상태는 괜찮은 수준이지만, 일부는 경기회복상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체이스

이들 은행의 실적은 눈에 띄게 나빠졌다. 충당금 적립 규모가 늘어난 영향이다. JP모건은 2분기 46억9000만달러(약 5조6584억원)의 순익을 냈다. 지난해 같은 달의 96억5000만달러에서 51.4%나 급감했다. 충당금을 104억7000만달러 쌓은 게 결정적이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는 기자 대상 컨퍼런스콜에서 “정상적인 침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은행의 2분기 매출은 시장 예상치(303억달러)보다 많은 330억달러다. 선방했다는 평가도 나오는 대목이다. 주식시장 변동성이 심해 채권 및 주식 트레이딩 부문의 매출이 79%나 급증했다.

웰스파고는 시련의 2분기를 보냈다. 24억달러의 순손실을 냈다. 금융위기 이후 10여년만의 첫 분기손실이다. 매출은 178억달러로 줄었다. 작년 같은 기간엔 216억달러였다. 충당금은 95억7000만달러 적립했다. 시티그룹도 2분기 순익이 73% 급감했다. 충당금으론 79억달러를 쌓았다.

이들 3대 은행의 2분기 충당금 총액은 279억4000만달러에 달한다. 작년 2분기 충당금(37억4000만달러) 대비 7.5배 가량 늘어났다. 미래 불확실성이 그만큼 커졌다는 걸 의미한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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