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산책] 고양이와 소통하는 법

“오 이거 레어템인데, 이러기 쉽지 않은데….”

주말, 누워서 뒹굴거리는 내 옆에 바짝 붙어 자고 있는 냥이를 본 딸이 눈을 둥그렇게 뜨고 신기해하면서도, 의혹의 눈길을 보냈다. 냥이 스스로 와서 자고 있는 거냐며 딸은 재차 물었는데 나는 그렇다, 아니다 말을 하지 않았다. 부드럽고 따스한 털을 쓰다듬기 좋게 옆에 누인 건 사실이다. 그런데 녀석이 평소답지 않게 기분이 무척 좋았던지 그냥 옆에서 자버린 것이다. 녀석은 발치께를 제자리로 여긴다. 그러니 스스로 옆에서 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런 모양에 딸이 귀엽다고 “우리 공주님”을 연발하면서도 한편으론 의혹과 질투를 느낀 건 당연하다.

세상에 고양이는 많고 ‘고양이 없인 못 살아’하는 이도 많다. 이들이 고양이와 잘 소통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나에겐 고양이의 언어를 이해하는 게 쉽지 않다. ’야옹야옹’이란 울음소리도 다 같진 않은데, 듣기만 해도 밥을 달라는 건지, 모래를 갈아달라는 건지, 관심을 원하는 건지 알 수 있기를 원한다. 반대로 내가 하는 말을 냥이가 알아듣길 원하는데, 서로의 요구를 잘 알면 좀 더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가령, 예쁘다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목을 간질여 주면 가르릉거리다가도 돌연 물기도 한다. 애정을 표시하는 살짝 무는 정도가 아니라 상처가 날 정도라면 얘기가 다르다. 어쩌면 홀로 있고 싶은데 귀찮게 하는 건지도 모른다.

그런데 고양이의 소리언어와 몸짓언어를 다룬 책이나 인터넷에서도 시원한 답을 찾지 못했다는 데 고민이 있다. 고양이마다 타고난 성격과 환경에 따라 다를 수 있는 건진 모르겠다.

그런 면에서 관찰력이 뛰어난 작가들이 경탄스러울 때가 있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도리스 레싱은 런던에서 키우던 어린 잡종 샴고양이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산문 ‘고양이에 대하여’에서 드러낸 적이 있는데, 우월한 외모에 한층 도취된 녀석의 자존감 넘치는 행동과 심리를 흥미롭게 묘사하고 있다. “자신은 예쁜 것만이 유일한 장점인 예쁜 여자와 같다는 사실을 녀석은 거만하게 의식하고 있었다. 그래서 내면의 감시자가 내리는 명령에 따라 항상 몸의 포즈와 얼굴 표정을 유지했다. 공격적으로 내민 가슴, 언제나 찬사를 기다리며 긴장을 늦추지 않는 샐쭉하고 적대적인 눈”, “바닥으로 미끄러져 떨어질 때면 겁에 질려 마구 야옹거리기도 했다. 품위가 손상된 녀석은 서둘러 제 몸을 핥으며 자기를 지켜보는 사람들을 노란 눈으로 노려보았다. 사람들이 웃은 게 잘못이었다.”

이는 100%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만이 볼 수 있는 것들이다. 작가는 이 샴고양이와 검은고양이가 잠을 깨우는 방식에 대해서도 기술하는데, 눈꺼풀을 부드럽게 두드리고 코를 핥고 살짝 깨무는 섬세한 행동으로 깨우는 샴고양이와 달리 검은 고양이는 몸 위를 펄쩍 건너뛰는 행동으로 깨운다며, 검은 고양이는 인내심이 없어 샴고양이의 섬세함을 배우지 못한다고 말한다. 우리 집 냥이는 책이나 물건을 떨어뜨리는 행동으로 깨우는데, 싫어하는 행동을 하면 안 일어날 수 없다는 걸 아는 것이다.

다른 동물 종족과 사는 일은 사람의 일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데도 우린 자주 소통에 실패한다. 고양이 언어에 대한 고민이 커질수록 타인을 이해하는 일에 대한 생각도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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