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시각] ‘소설 쓴다’는 법무부장관님, 답변 바랍니다

지난 8일 저녁, 대검찰청이 윤석열 검찰총장 명의의 입장을 발표했다.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 수사팀을 그대로 유지하고 총장이 사건에서 손을 떼는 대신, 서울고검장의 지휘를 받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묘수다’, ‘서울고검장은 무색무취한 분이다(편향되지 않았다는 뜻)’, ‘장관 지휘를 거의 받은 것으로 봐야 한다’ 등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흥미롭게도 이 반응이 나온 것은 대검이 아니라, 법무부였다.

하지만 발표 1시간40분 만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총장 입장을 지휘 불복으로 간주했다. 밤늦게까지 언론 보도가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총장 명의로 발표된 ‘절충안’은 법무부와 대검이 사전에 협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 등 여권 인사들이 소셜미디어에 게시한 법무부 장관의 입장문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던 내부 가안이었다는 점도 밝혀졌다.

사전에 협의한 내용이 왜 막판에 틀어졌는지, 내부 검토 발표문이 왜 여권 인사들에게 유출됐는지 설명이 필요했지만 법무부는 입을 다물었다. 추 장관이 며칠 뒤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법무부가 장관 몰래 독립수사기구를 제안할 리 없다, 언론과 대검의 소설 쓰기는 지양돼야 한다”거나 “특정 의원과의 연관성 등 오보를 지속하며 신용을 훼손한다면 상응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밝힌 게 고작이다.

법무부 대변인실은 언론이 요청한 질의응답 브리핑을 열지 않겠다고 했고, 내부 검토 문구가 유출된 경위에 대한 진상조사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민감한 사안에 대한 언론 브리핑을 장관 허락 없이 대변인실에서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법무부가 검찰총장 입장문을 대검과 협의하면서 장관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일 역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추미애 장관이 소셜미디어에 남긴 글은 의문에 대한 답이 되지 못한다. 첫째, 법무부가 독립 수사기구를 제안할 리 없다는 말은 무의미하다. 법무부 관계자들이 이미 협상 사실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쟁점은 협상을 했는지 여부가 아니라, 장관이 사전에 알았는지다. 당연히 장관에게 사전에 보고됐을 것이라 보는 게 합리적이다. 이런 사안을 장관에게 알리지 않고 협상안을 만들었다면 추 장관은 즉시 검찰국 간부들을 징계해야 한다. 만약 장관이 사전 보고를 받은 사안이라면, 1시간40분 만에 입장이 돌변한 사유가 무엇인지 해명해야 한다.

둘째, 소셜미디어에 카카오톡과 텔레그램 대화 내역을 올린 것은 법무부 내부 가안이 밖으로 유출된 경위에 대한 설명이 될 수 없다. 대화 화면은 추 장관이 법무부 관계자들과 발표문을 조율했다는 정도의, 너무나 당연한 내용이다. 정작 필요한 것은 법무부 실무진이 왜, 어떤 경로로 외부에 가안을 전달했고, 왜 하필이면 친여권 인사들만 이른 시간에 이를 입수해 일제히 올린 것인지에 대한 해명일 것이다.

추 장관은 ‘여성 장관에 대한 관음 증세가 심각하다’고 했다. 하지만 언론은 ‘여성 추미애’에 관심을 두는 게 아니다. 추 장관은 성별과 무관하게, 법무부 장관으로서 직접 언론과 질의응답 하는 과정을 통해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 직접 나서는 게 가장 바람직하고, 그게 어렵다면 대변인을 통해서라도 응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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