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도 5G에 화웨이 배제…미국, 반(反)화웨이 전선 확대 [美中갈등 고조]

14일(현지시간) 영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장비 사용을 금지하면서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반(反)화웨이’ 전선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영국이 5세대(5G) 이동통신망 구축에서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배제하기로 했다. 중국과 갈등을 벌이는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판정승을 거두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국가안보회의(NSC)에서 내년부터 화웨이 장비를 구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미 설치된 장비는 2027년까지 없애도록 했다. 유선 광대역 인터넷망에서도 화웨이 장비를 2년 내 사용 중단하도록 했다.

이는 지난 1월 제한적으로 화웨이 장비를 허용하기로 한 결정을 불과 반년 새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홍콩 국가보안법 등으로 영국 보수당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강해진 것도 이번 정부 결정에 영향을 줬다.

같은 날 하원에 출석한 올리버 다우든 영국 디지털·문화·미디어·체육부 장관은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면서도 “영국 통신 네트워크와 국가안보, 경제를 위해 지금 당장은 물론 장기적으로 옳은 결정”이라고 밝혔다.

중국과 화웨이는 즉각 반발했다. 영국 주재 중국대사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영국이 다른 나라 기업에게 개방적이고 공정하며 차별 없는 비즈니스 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화웨이 영국 법인 측은 “영국 디지털 발전의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미국은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영국은 이번 결정으로 국가 안보를 지키는 나라 대열에 합류했다”고 밝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결정이 미국의 의미있는 승리라면서 다른 나라들은 후속 조치 압박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미국은 이번주 로버트 오브라이언 국가안보보좌관이 프랑스 파리에서 영국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정부 관계자를 만나 화웨이 제재를 논의할 예정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각 나라들은 5G장비와 소프트웨어가 국가 안보와 경제, 프라이버시, 지적 재산권, 인권을 위협하지 않는다는 것을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며 다른 나라들에도 반(反)화웨이 전선 동참을 강조했다.

영국에 이어 미국의 ‘화웨이 보이콧’에 동참할 다음 나라로는 캐나다가 꼽힌다. 현재 미국과 미국의 최우방인 영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로 구성된 기밀 정보 동맹체 ‘다섯개의 눈’(Five Eyes) 가운데 공식적으로 화웨이 금지를 선언하지 않은 나라는 캐나다뿐이다.

다만 이미 지난 6월 캐나다 이동통신 대기업 3곳이 모두 화웨이 5G장비를 쓰지 않기로 결정한데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5G 인프라에 화웨이 참여를 반대하는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어 캐나다 정부가 화웨이를 금지시키는 것은 시간 문제로 보인다.

만약 캐나다가 화웨이 제재에 동참한다면 2018년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 체포로 촉발된 중국과 관계 악화는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자칫 간첩 혐의로 중국에 억류된 자국민 2명의 석방 협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캐나다 정부의 중국정책 자문역을 지낸 찰스 버튼 브록대 부교수는 “중국에 대한 캐나다의 유화정책이 자국민 석방 협상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면서 캐나다가 동맹국과 다른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말했다.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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