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잃은 돈, 증시로도 몰린다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전장보다 1.42포인트(0.06%) 오른 2,203.30으로 개장했다. [연합]

증시에도 돈이 넘쳐나고 있다. 유동성 장세가 연출되면서 실물과 주가가 따로 노는 ‘디커플링(de-coupling)’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주가거품 붕괴론이 고개를 드는 이유다.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시 대기 자금으로 꼽히는 투자자예탁금(장내파생상품 예수금 제외)은 지난달 26일 50조5095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후 이번주 들어 45조~46조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최고치에서 소폭 줄어든 규모이지만, 최근 3년(2017년말 26조4954억원, 2018년말 24조8496억원, 2019년말 27조3933억원)에 배 가량 급증한 수준이다.

개인이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서 빌린 신용융자 잔고도 13조원을 넘어서면서 연일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예탁증권 담보융자까지 더한 ‘빚투’ 규모는 30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단기 투기성 개인투자자 자금이 급등하고 있어 조정 국면 진입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올 지경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최근(13일 기준) 신용거래융자는 13조2014억원으로 지난 10일 13조를 돌파한 이후 연일 역대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예탁증권 담보융자는 현재 17조2346억원으로, 신용융자와 담보융자를 더한 신용공여 규모는 30조원을 넘어섰다.

증권업계는 빚 투자가 급증하면서 현 상황을 유동성 과잉으로 보고 리스크 관리에 나서고 있다.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예탁증권 담보융자 대출을 중단키로 했다.

갈 곳을 잃은 돈은 공모주 투자에도 쏠리고 있다. 지난달말 실시된 SK바이오팜 공모주 청약에는 31조원(경쟁률 323대 1)에 달하는 증거금이 몰렸다. 이어 이달 들어 실시된 공모주 청약도 이른바 ‘대박’ 행진을 이어갔다. 2차전지 장비 제조업체 에이프로(증거금 4조6800억원, 경쟁률 1583대 1)과 티에스아이(2조9900억원, 1621대 1), AI·빅데이터 기반 소프트웨어 업체 솔트룩스(1조7900억원, 954대 1), 체외진단 의료기기 개발업체 제놀루션(1조원, 895대 1) 등이다.

유동성 장세를 이끌고 있는 개인투자자들은 펀드 등 간접투자보다는 종목 직접투자에 더 적극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2분기 주식시장(코스피+코스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전분기 대비 45.5% 늘어난 21조8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개인의 순매수 금액은 약 40조원에 달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 순매도를 보인 것과 대비된다.

증시에 과도하게 돈이 몰리면서 주가거품 붕괴론도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개인이 주도하는 장세는 시중 유동성 증가, 침체 이후 회복 기대라는 특징을 보이면서 1999년 코스닥 열풍을 떠올리게 한다”며 “2000년에 코스닥은 81.4%, 코스피는 52.4% 하락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이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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