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미적’·서울시는 ‘셀프’·여당은 ‘외면’…분노한 시민들 “적극적인 檢 수사 기대”

지난 13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장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가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이 고소인에게 보낸 것”이라며 비밀 대화방 초대 문자를 공개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병국·주소현·신주희 기자] “서울시나 경찰이나 다 한통속 아니냐.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를 하는 게 맞다.”

서울시가 지난 15일 브리핑을 통해 민관합동조사단(이하 조사단)을 꾸려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한 진상 조사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조사단은 수사권이 없는 데다, 서울시의 사실상 ‘셀프 조사’여서 시민들의 불신은 여전하다. 경찰 역시 아직까지 고소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검찰에 송치하지 않은채 해당 의혹을 들여다보기만 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이 공무상 비밀 누설로, 서울시는 성범죄 방조 혐의로 각각 고발되면서 이들보다는 검찰이 보다 적극적으로 진상 규명에 나서야 된다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16일 검찰이 관련 고발 사건을 배당하며 수사에 나서자, 시민들은 특히 박 시장 성추행 의혹에 대처하는 정부와 여당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한편 검찰 수사에 대한 기대도 표했다.

서울 성동구에 거주하는 대학생 우모(26)씨는 이날 소식을 듣고 “시장의 공(功)을 떠나서 성추행 의혹에 대한 수사는 수사대로 진행돼야 한다”고 검찰 수사에 환영하는 뜻을 밝혔다. 그는 최근 일부 여당 인사들의 발언을 언급하며 “더불어민주당 인사들 중 고령의 의원들은 나이가 워낙 많아서 그러려니 하고 넘겼다”면서도 “40~50대 의원들은 비교적 젊은 편인데도 사고가 꽉 막혀서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게 실망스럽다”고 했다.

실제로 윤준병 민주당 의원은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을 통해 “정치권의 논란 과정에서 입게 될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등을 방지하기 위해 죽음으로 답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고 했다가 논란이 일자 사과했다. 윤 의원은 피해자가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시기인 2018년 1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박 시장 밑에서 서울시 행정1부시장으로 근무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도 당 차원의 대응을 묻는 한 기자의 질문에 흥분하며 “XX자식”이라고 했다가 결국 사과했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회사원 박모(28·여)씨는 “박 시장 성추행 의혹보다 이에 대한 여당 반응이 더 충격적”이라며 “죽은 사람을 부관참시하라는 것이 아니었다. 의혹 규명 의지에 대한 물음인데도 여당 대표가 ‘예의가 아니다’며 화를 냈다”고 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위력에 의한 성폭력 사건으로, 박 시장이 갖는 지위 때문에 이제서야 수면 위로 드러난 사건인데 대통령, 여당 대표 등 ‘권력’을 가진 이들이 나서서 추모했다. 보기 안 좋다”고 덧붙였다.

경기 수원시에 거주하는 장계철(74)씨도 검찰의 적극적인 수사를 촉구했다. 장씨는 “서울시 자체에서 조사해 봐야 손바닥으로 햇빛을 가리는 것”이라며 “진상 조사를 검찰에서 해야지 그걸 서울시에서 하면 어쩌나”고 말했다.

경기 포천시에 사는 대학원생 이훈석(27)씨도 “서울시는 당사자다. 국회는 여야가 너무 편가르기만 한다. 경찰은 또 공소권 없다고만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소 유출 건이 청와대에서 나왔다는 얘기도 있다. 검찰이 믿긴 힘들지 몰라도 그래도 믿고 수사를 맡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박 시장의 성추행 혐의와 관련한 고발장이 최근 잇따라 접수됐다. 보수 성향 변호사단체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은 박 시장의 피소 사실 유출 의혹과 관련해 경찰·청와대·서울시청 관계자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시민단체 활빈단도 성명불상의 청와대 및 경찰 관계자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서울시 관계자들은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 방조 혐의로 고발했다.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 역시 고소 사실을 유출한 혐의(공무상 비밀누설, 증거인멸 교사, 공무집행방해)로 청와대 관계자와 경찰 관계자에 대한 고발장을 대검찰청에 접수했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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