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갈등 평행선…‘솔로몬의 지혜’는?

지난 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전국 42개 대학 3500명 대학생 등록금 반환 집단 소송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지난 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전국 42개 대학 3500명 대학생 등록금 반환 집단 소송 선포 기자회견에 참석한 대학생들이 소장 접수 패널에 각 학교별 소송 참여 학생수가 적힌 종이를 부착하는 상징의식을 펼치고 있다. [연합]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불거진 대학 등록금 갈등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학생들은 올 1학기 부실한 비대면수업이 진행된 만큼 등록금을 일부 돌려달라고 주장하지만, 대학들은 재정난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대학이 적립금을 활용해 자구노력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지만, 이를 두고도 이견을 보이고 있다. 급기야 전국 42개 대학의 대학생 3500명이 지난 1일 ‘등록금 반환 집단 소송’에 나섰지만, 갈등은 장기화될 조짐이다.

▶ ‘적립금 1000억원↑’ 20곳…“자구노력 하라”=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최근 대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요구와 관련해 대학의 적립금을 활용한 자구노력을 강조하고 나섰다. 유 부총리는 “재난적 상황에서 고통을 분담하고 최대한 자구노력을 한다고 했을 때 적립금이 1000억원 이상 있는 사립대는 등록금 문제 해결에 적극 적립금을 사용해야 할 것”이라며 “자구노력에 적극적인 대학은 정부 지원을 조금 더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적립금을 활용해 학생들에게 등록금 감면 혜택을 주는 대학에 대해 3차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확보한 1000억원 규모의 ‘대학 비대면교육 긴급 지원사업’ 지원을 늘리는 방안을 고심중이다.

대학교육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사립대학 누적 적립금 현황’에 따르면, 올 2월 말 기준 적립금이 1000억원 이상인 대학은 총 20곳이다. 홍익대가 757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연세대(6371억원), 이화여대(6368억원), 수원대(3612억원), 고려대(3312억원) 등이 ‘톱5’다. 이어 성균관대(2477억원)와 청주대(2431억원), 계명대(2310억원), 동덕여대(2230억원), 숙명여대(1866억원) 등이 6~10위를 차지했다. 한양대와 중앙대, 겨희대, 가톨릭대 등이 20위권에 들었다. 또 전체 사립대 153개 대학 중 누적 적립금 100억원 이상인 곳은 56.9%(87개)로, 이들 대학의 적립금 합계 금액도 7조722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대학들은 올해 원격수업 진행하면서 설비 지출 및 방역 비용도 늘어나 등록금을 반환할 여력이 없다고 호소한다. 더욱이 적립금은 ‘건축’, ‘퇴직’, ‘연구’ 등 사용처가 제한된 ‘특정목적적립금’이 대부분이어서 등록금 감면에 활용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대학등록금이 12년째 동결되고 있는데다 학령인구 감소로 적립금도 순식간에 바닥 날 우려가 있다”며 “적립금을 등록금 반환 용도로 사용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교육부에 따르면, 적립금은 학교의 예산변경절차에 따라 사용처를 변경할 수 있다. 등록금심의위원회나 기금운용심의위원회 등 대학 내 심의기구에서 의결하면 적립금을 활용해 등록금 감면 혜택을 주는 것이 가능해진다.

대학생 권 모군은 “건국대는 적립금이 871억원 불과한데도 등록금 환불에 가장 먼저 나섰다”며 “대학은 부실한 수업에 책임이 있는 만큼, 적립금 등을 일부 인출해서 노력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야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등록금 12년째 ‘동결’…‘의존율’ 높지만, 학생 ‘혜택’ 적어=학생들의 거센 요구에 지난 달 30일 건국대를 시작으로 단국대, 전북대, 대구대 등이 등록금 환불에 나섰다. 연세대와 고려대, 서울대, 숭실대, 전남대, 경북대 등 주요 대학도 등록금 환불을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하지만 환불에 나서려는 대학은 일부에 불과한데다 그 규모도 10%에 불과해 학생들의 요구안에는 미치지 못한다.

더 큰 문제는 등록금 반환 요구가 2학기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상당수 대학들이 2학기에도 비대면수업 위주로 일부 대면수업을 추가할 가능성이 높기때문이다.

등록금 갈등의 이면에는 등록금 인상이 지난 12년 간 동결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학생 부담이 높은 기형적인 구조가 자리한다. 한국의 사립대 연평균 등록금은 8760달러(약 1044만원)로 2018년 기준 전세계 4위로 매우 비싼 편이다. OECD에 따르면, 한국 보다 등록금이 비싼 나라는 미국(2만9478달러), 호주(9360달러), 일본(8784달러) 등 3곳 뿐이다. 이는 OECD 회원국 37곳과 비회원국 9곳 등 46개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다. 한국 국공립대 연평균 등록금은 4886달러(약 590만원)로 조사대상 국가 중 8위다.

더욱이 등록금은 대학의 핵심 재원으로, 전체 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의존율)이 53.8%(2018년 교비회계 기준)에 달한다. 그렇지만 등록금 인상이 12년째 동결되면서, 대학들은 재정난을 겪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2019년 기준 4년제 사립대의 평균 재정적자 규모는 한곳당 -17억700만원, 전문대는 -9억600만원을 기록했다.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대학은 최근 3년 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등록금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교육부가 등록금 인상 대학에 국가장학금 지원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불이익을 주면서 대학들은 올해까지 12년째 등록금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사립대 등록금은 2008년부터 2019년까지 11년 간 고작 0.57%(4만2100원) 올랐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소비자 물가지수를 반영한 2018년 사립대 실질등록금은 2011년 보다 11.8% 인하됐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비싼 등록금에 비해 학생들이 받는 혜택은 적은 편이다. 한국사학진흥재단에 따르면, 2018회계연도 기준 전국 192개 사립대학 교비회계 지출 중 학생에게 돌아가는 혜택인 ‘연구 및 학생 지원 경비 비중’은 31.5%(5조8755억원)에 그쳤다.

대학교육연구소 관계자는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수업의 질이 떨어졌기때문에 등록금을 돌려달라는 학생들의 요구는 정당하다”며 “등록금에 의존하는 사립대의 재정 구조와 고등교육에 대한 재정 지원을 게을리하는 정부의 태도가 문제”라고 말했다.

결국 수년 째 되풀이되고 있는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려면, 대학 재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동시에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 책임을 확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코로나19 감염병 같은 특수 상황으로 수업의 질이 낮아진 경우, 등록금을 감액하는 근거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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