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규의 작살]‘이재명의 오후 2시’..시간은 멈춘다

이재명 경기지사(당시 성남시장)이 집무실에서 아이들과 놀고있다.[성남시제공]

[헤럴드경제(수원)=박정규 기자]2014년 10월경으로 기억된다. 이재명 경기지사(당시 성남시장)는 사전약속없이 무작정 찾아간 본지 기자와 스스럼 없이 얘기를 나눴다. 분위기는 보통 집무실과 달랐다. 어수선했다. 아이들이 찾아오고 사진찍고, 한마디로 혼돈 그 자체다. 이런 인터뷰는 30년 기자생활만에 처음이었다. 격식도 없다. 더욱 이해 못할 대목은 인터뷰 도중 벌떡 일어나 “성남시의 주인이 누군지 아니?”라고 이 지사(당시 시장)가 아이들에게 물었다. 아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시장님”이라고 말했다. 의도했다는 듯 이 지사는 성남시 주인은 “너희들”이라고 했다. 바로 시민이라고 일깨웠다. 당시 이 지사 집무실은 시민들에게 공개된 장소였다. “북한군 빼고 다왔다”는 우스갯 소리까지 나왔다. 이 지사는 잠시 일을 멈추고 웃으면서 포즈를 취한다.아이들이 미래의 꿈과 희망이 적힌 종이를 내보이면 이 시장이 직접 사인하고 꿈도 심어줬다.

하지만 독특한 행보는 수많은 언론의 표적이 됐다. 상당수 언론들이 기자들이 쓰는 은어로 맹렬히 ‘조지는 중’이었다. 메이저급에서 시작해 인터넷 1인매체까지 이 지사를 혹평했다. 천생이 ‘싸움꾼’인 이 지사도 특유의 다혈질을 보였다. 송사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상당수 언론·정치인들과 송사를 진행하면서 한번도 굽히지않았다. 협상이라는 정치인의 속성는 그에게 보이지 않았다. 말그대로 함무라비 법전처럼 ‘눈에는 눈, 이에는 이’였다.

2015년 4월10일, 무상복지 3대 시리즈로 전국에 ‘이재명 신드롬’이 불었다. 드디어 한국갤럽조사에 대선 후보군에 ‘이재명’ 이름 석자가 등장했다. 그때 기자는 갤럽에 이름이 꼭 등장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그는 믿지 않았다. 기자가 말한 시점으로 부터 7개월이 지났다. 이 지사는 미국 순방중이었다. 특이한 점은 이때 안희정 충남지사가 제외되고 이재명 시장이 처음으로 포함됐다는 점이다.

갤럽은 이재명 시장은 무상급식중단으로 화제가 된 홍준표 지사(당시)와 정반대의 행보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는 이유로 이 시장를 포함시켰다고 밝혔다. 그때 등장인물을 보면 재밌다. 당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대표(22%), 박원순 서울시장(12%), 안철수 의원(11%),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9%), 김문수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장(5%), 이완구 총리(4%), 홍준표 경남지사(4%), 이재명 성남시장(1%). 꼴찌였다.

미국을 방문중인 이 지사(당시 시장)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한국갤럽조사결과를 보고 “허허~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여러분은 어떠신가요^^”라는 소회를 올렸다. 기분도 좋고 즐거웠다. 하지만 이때만 해도 그는 경기지사, 더 나아가 대권을 꿈꾸는 정치인이 아니었다.

이재명 신드롬은 사라지는 신기루가 아닌 쭉 뻗어가는 살아있는 신드롬이었다. 6년동안 그의 곁에서 취재를 하면서 느낀 점 중 가장 인상깊은 것 하나만 골라보라고 한다면 “그는 절대 포기하는 인물이 아니다”라고 단언할 수 있다.

그는 ‘흥행의 마술사’로 꼽힌다. 골든타임을 충분히 기다릴 줄 안다. 불리한 상황에서 재빨리 빠져나가려고 허둥지둥 대는 모습은 결코 본적이 없다. 항상 여유가 있었다. 성남시의회에서도 고개를 숙여본적이 없다. 항상 정공법으로 대치했다. 호불호(好不好)가 명확한 인물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공격할때는 심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사용 언어가 거칠기도했다.

그의 SNS는 힘이 넘친다. SNS 스승은 바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다. 황소처럼 질주하고, 좌고우면(左顧右眄)은 볼 수 없다. 정치인 중에서도 아주 특이한 성격의 소유자다. 의리도 중시한다. 그의 3대 그림자(관우 정진상, 제갈공명 김남준, 조자룡 유동규)는 호위무사다. 이중 경기관광공사 대표 유동규는 장비라는 별칭에서 최근 조자룡으로 승격(?)됐다. 코로나 19 언택트 관광 창시자로 깜작 놀랄만한 작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김진욱 수행비서관도 법원이나 검찰에서 이 지사 뒤쪽에서 찾아볼수 있을 정도로 한결같이 보좌했다. 광폭은 아니지만 소수 핵심정예 멤버는 똘똘뭉쳐 이 지사와 일합(一合)도 겨눌만한 배짱좋은 사나이들이다.

이 지사는 주위 사람를 쉽게 바꾸지도 않는다. 그가 좋으면 누가 험담해도 지킨다. 다른 인맥을 타고 내려오는 인물도 있지만, 이 지사는 늘 오랜 친구와 운명을 함께한다.

이 지사에게는 늘 관운이 동행했다. “대통령은 하늘이 만든다”라는 말이 나돌기 시작했다. ‘안이박김’ 살생 괴담이 나돌았을때 조현병 환자 살인사건이 발생해 1심에서 이 지사의 형 정신병원 입원 문제에 또 다른 관점을 제공됐다. 2심은 사실 손을 놓았다는 표현이 맞을 듯 싶다. 당연히 2심도 무죄라는 허술한 판단이 3심 대법원까지 가는 큰 화근이 됐다. 이 지사는 곧 사형선고를 받을 사람처럼 행동하지않았다. 경기도청은 카리스마 넘치는 이 지사의 행보로 대법원 판결이 있다는 사실도 잊혀질 정도였다.

7월16일 운명의 날은 밝았다. 그 사이 이재명을 아우라고 부르던 박원순은 사라졌다. 이 지사 판결문은 박원순 사망일 전에 작성됐기 때문에 정치적인 선고라는 가설은 엉터리다. 아직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이 지사가 부활하면 선고 생방송, 유튜브 중계는 이지사에겐 큰 호재다. 생환하면 족쇄를 풀어 수직상승, 현재 1위인 이낙연 의원을 크게 위협할 지 모른다. 반면 묘지 벌금 300에 갇히면 정치생명은 끝난다. 윷놀이로 치면 모 아니면 도다.

이재명 지사 보도는 늘 한결같았다. 소년공에서 시작해 검정고시, 사법고시, 인권변호사, 성남시장이라는 공식이다. 본인은 무수저라고 주장한다. 흙수저 급도 안된다는 얘기다. 태어날때 가진것도 없으니 잃을 것도 없다. 이 지사는 기자에게 “항상 최선을 다했을뿐 목표를 세운적이 없다”고 했다.

모닝커피를 마시면서 문득 기자에게 “가족같이 오랫동안 함께 살자”고 한 이 지사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지금 이 지사는 어떤 심정일까. 포커페이스로 동요를 막기위해 일부러 무심하게 경기도청 공무원들을 지휘하는 이 지사에겐 오늘 만큼은 살떨리는 하루가 될 듯 싶다. 생과 사의 시간은 무심하게 흐른다. 오후 2시 그의 시간은 멈춘다.

이재명 경기지사.

fob14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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