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선엽, 마지막 복장은 6·25때 전투복…친일 논란은 계속

15일 오전 대전시 유성구 갑동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고(故) 백선엽 장군 안장식'에서 육군 의장대가 고인의 영현을 운구차량에서 꺼내고 있다.[연합]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6·25전쟁 당시 공을 세운 우리 군 최초 4성 장군 고 백선엽 예비역 육군 대장의 유해가 15일 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이날 오전 7시 30분 서울 아산병원에서 영결식을 마치고, 대전현충원으로 이동해 11시 30분 장군2묘역에서 안장식이 열렸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열린 안장식에는 유족을 비롯해 서욱 육군참모총장과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역대 참모총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영결식에는 정부 대표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참석했지만, 안장식에는 박삼득 국가보훈처장이 참석했다.

육군참모총장 주관의 '육군장' 안장식에서 경북 다부동 전투 참전용사와 장병 등이 백 장군 묘에 허토했다. 허토용 흙은 전우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백 장군의 생전 뜻대로 경북 칠곡 다부동과 경기도 문산 파평산 등 그가 참가한 격전지 8곳의 흙이 뿌려졌다.

서욱 총장은 "눈 감는 순간까지도 백 장군은 국가와 국민의 발전을 기원했다"며 "무거운 짐을 후배들에게 맡기고 편하게 눈을 감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6·25전쟁 당시 전투복과 같은 모양의 미군 전투복을 수의로 착용한 고인은 유족의 눈물 속에 영면에 들었다.

육군 등에 따르면 발인 하루 전인 14일 오후 서울아산병원에서 열린 입관식에서 고인에게는 6·25전쟁 당시 착용했던 전투복과 같은 모양의 미군 전투복이 수의로 입혀졌다.

6·25당시 국군은 자체 전투복이 없어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군이 입었던 군복 등을 입고 전쟁을 치렀다. 유족 측은 골동품 시장에서 1944년 미군 전투복을 직접 구매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서울아산병원에서 열린 영결식에는 유가족과 정경두 국방부 장관, 박한기 합동참모본부 의장,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 연합사령관 등 한미 군 수뇌부를 비롯해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 역대 육군참모총장, 보훈단체 관계자 등 70여 명이 참석했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국회 국방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민홍철 의원 등 정치권 인사들도 참석했다.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출신의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 미래통합당 이종배 정책위의장, 김선동 사무총장, 성일종·김현아 당 비대위원, 당 재외동포위원장 김석기 의원, 지상욱 여의도연구원장, 배준영 당 대변인, 군 출신 신원식 의원 등도 자리했다.

영결식은 육군 의장대가 위패, 영정, 고인이 생전에 받았던 태극무공훈장과 미국 은성무공훈장, 태극기로 감싼 관을 들고 입장하며 시작됐다. 백 장군의 부인 노인숙 여사와 장남 백남혁씨 등 유족 9명이 그 뒤를 따라 들어왔다.

추도사는 송영근 예비역 중장과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이 맡았다.

송 예비역 중장은 "한미연합사령부에 근무할 때 고인의 저서가 미 장병 필독서로 활용되고 미군들이 '진정한 영웅'이라면서 고인에게 인사드리는 모습을 지켜봤다"며 "미군은 이렇게 백 장군을 수호하는데 정작 우리는 살아있는 영웅을 제대로 모시지 못했나 회한이 컸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장으로 동작동(서울현충원에)에 모시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추도사에서 "위대한 인물에 대한 추도사를 전달할 수 있는 영광을 갖게 돼 몸 둘 바를 모르겠다"며 "백 장군은 거목이셨고, 사심이 전혀 없으셨으며, 겸손하고 정이 많으신 분으로 한미 동맹을 강화하기 위해 일생 동안 끊임없이 노력하셨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백 장군은 지상 전투의 가장 절망적이고 가장 암울한 순간에서 유엔군 전력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한국군을 이끌었다"며 "백 장군의 삶을 조용히 기억하고 되돌아보자"고 말했다.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전우여, 안녕히 가시라(Farewell, friend)"고 작별을 고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전날 논란이 된 '영웅'이나 '보물' 등의 표현은 쓰지 않았다.

전날 광복회는 에이브럼스 사령관에 대해 "한국 사회에서 압도적 다수가 친일 청산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친일 논란이 있는 고 백선엽 씨에 대해 외국군 사령관이 거리낌없이 '영웅'이라고 말하는 건 오만방자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마치 일제 강점기 이완용이 사망했을 때 그를 격찬한 사이토 마카토 조선 총독을 연상시킨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서한을 보내 "에이브럼스 사령관을 본국으로 송환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10일 백 장군이 사망하자 다음날 "진심으로 그리워질 영웅이자 국가의 보물"이라며 애도 성명을 냈다.

한편, 이날 영결식에서는 존 틸러리 등 역대 연합사령관들도 영상을 통해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버웰 벨 전 사령관은 "백 장군은 미국 독립전쟁을 승리로 이끈 조지 워싱턴과 같은 한국군의 아버지"라고 평가했다. 빈센트 브룩스 전 사령관은 "백 장군의 한미동맹에 대한 영향을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영결식이 끝나고 백 장군의 운구 행렬이 대전현충원에 도착하자, 현충원 입구 도로를 가운데 두고 그의 국립묘지 안장에 대한 찬반 단체가 대치해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광복회 등 독립유공자 단체는 "친일반민족행위자 백선엽 대전현충원 안장 반대" 등의 구호를 외쳤다. 대한민국재향군인회 등 예비역 단체는 "백 장군은 구국의 영웅"이라고 맞섰다. 경찰은 8개 중대 420명의 인력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논란 속에도 마침내 고인은 국립묘지에 묻혔다. 그러나 그의 친일 논란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국회에서는 국립묘지에 안장된 친일 인사들의 묘지를 이장하는 내용을 담은 국립묘지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지난 4·15 총선 전 이 법안에 대해 찬성한 의원이 200명을 훌쩍 넘어 이르면 오는 9월 통과될 전망이다.

soohan@heraldcorp.com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