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여권 ‘피해호소인’ 표현에 “2차 가해” 비판 확산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 변호사(오른쪽 두 번째)가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녹번동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뉴스24팀] 서울시와 여권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혐의 고소와 관련해 박 전 시장을 고소한 전 비서를 ‘피해자’가 아닌 ‘피해 호소인’이라고 표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선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황인식 서울시 대변인은 15일 ‘직원 인권침해 진상규명에 대한 서울시 입장’에서 민관합동조사단을 꾸려 박원순 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규명하겠다고 밝히면서 박 전 시장 고소인을 ‘피해 호소 직원’이라고 지칭했다.

황 대변인은 입장을 발표한 뒤 기자들이 ‘입장문에 피해자라는 표현이 없다’고 묻자 “해당 직원이 아직 시에 피해를 공식적으로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피해 호소인이 여성단체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시 내부에 공식적으로 (피해가) 접수되고 조사 등 진행되면 ‘피해자’라는 용어를 쓰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표현은 여권에서 반복적으로 쓰이고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며 “피해 호소인이 겪는 고통에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고 민주당 여성 의원들도 전날 입장문에서 ‘피해 호소 여성’이라고 지칭했다.

유력 대권 주자로 손꼽히는 이낙연 의원 역시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사과글에서 ‘피해 고소인’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에 야권을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은혜 미래통합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주당이 피해자를 피해자라 부르고 싶지 않아 집단 창작을 시작했다. 피해자를 피해자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 당”이라며 “의혹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민주당의 우아한 2차 가해 돌림노래”라고 비판했다.

안혜진 국민의당 대변인도 “이 대표가 ‘피해당했다고 호소하고 있는 사람’ 정도의 의미를 담아 새로운 단어를 조합 생성시키면서까지 피해자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마음을 은근슬쩍 내비쳤다”고 지적했다.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 역시 “피해자가 직접 기자회견을 통해 피해 사실을 알렸다는 점을 주목해볼 때 피해자로 명명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민주당의 표현 정정을 요구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SNS에 “저 사람들 사과할 생각 없다. 그냥 이 국면을 교묘히 빠져나갈 생각만 있을 뿐”이라며 “일본 정부가 인정을 안 하니 앞으로 위안부 할머니들도 피해 호소인, 피해 고소인이라 부를 건가”라고 꼬집었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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