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동결 했지만…175조에 또 160조 지원 부담 숙제로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한국은행이 16일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고민은 더 깊어지게 됐다. 코로나19 지원에 175조원이 투입되는 데다 ‘한국형 뉴딜’에 2025년까지 다시 160조원이 집행될 예정이어서다. 정부 세수 만으로 조달 불가한 액수여서 결국 한은의 발권력 동원이 또다시 화두가 될 수 있어서다. 적자국채 공급확대에 따른 금리상승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추가 금리인하나 국채매입 프로그램 가동 등의 대책이 필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올해 들어 두 차례 기준금리를 내렸던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6일 기준금리를 0.5%로 동결했다. 앞서 3월 16일 '빅컷'(1.25%→0.75%)을 단행하며 사상 처음으로 '0%대 기준금리' 시대를 열었고, 지난 5월 28일에는 기준금리를 연 0.5%로 인하했다.

▶0.5%가 실효하한 추가인하 어려워=한은의 기준금리 동결은 이미 시장에서 예상돼 왔다. 코로나19 확산 여파에 대응하고자 이미 역대 최저인 0.5%까지 내린 만큼 당장 추가 조정에 나설 가능성은 적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넘쳐나는 시중 유동성을 고려했을 때 기준금리를 쉽게 움직이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여전히 시장에선 올해 내 기준금리가 조정될 가능성을 낮게 내다보고 있다. 한은이 신중한 행보를 보일 것이란 전망에는 경기가 회복세와 부동산 과열 등의 배경이 깔려 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를 낮추게 되면 부동산 시장으로의 자금 쏠림을 가중시킬 수 있어 금리인하는 부담이 된다"

실효하한을 고려할 경우 추가 인하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효하한은 통화정책이 유효한 금리 하한선이다. 시장에서는 대체로 0.50% 수준 정도를 실효하한으로 본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5월 기준금리를 0.5%로 낮출 당시 "실효하한에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재정지출 지원 필요성 커져=기준금리 인하압력이 다시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정부가 적극적인 추진 의지를 밝힌 ‘한국판 뉴딜’이 최대 변수다. 향후 5년간 160조원이 투입될 국가적 사업으로 인해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방향이 재설정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올해 하반기에만 6조30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정부는 아직 한국판 뉴딜 계획의 구체적인 재원조달 계획은 내놓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매년 예산을 편성할 때 반영한다는 방침이지만 신규 투자여력을 위한 세수 확충 방안과 함께 국채 발행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판 뉴딜의 재원으로 국채 물량이 늘어나면 한은의 정책 공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공급 과잉으로 채권 가격이 하락(수익률 상승)하는 상황에 한은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채권시장 수급 조절을 위해 국채 매입에 나서거나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채권가격을 끌어올리는 정책적 판단이 가능할 수 있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한국판 뉴딜은)채권 수급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향후 통화정책이 어떻게 이를 뒷받침하느냐가 관심"이라고 말했다.

이미 170조원이 넘는 코로나19 금융지원을 위해 막대한 유동성을 쏟아 부은 한은 입장에서 추가적으로 국채 매입을 확대하긴 부담스럽다. 올해 세 차례 추경으로 올해에만 적자국채가 100조원 가까이 발행됐다. 정부의 국채 발행 물량이 늘어나면서 한은은 올해 들어 1조5000억원 규모의 국고채 단순 매입을 세 차례 실시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번 7월에는 13조6000억원 규모 국채가 추가 발행될 예정이다. 8월 이후에는 3차 추경으로 인한 23조8000억원 규모의 국채 발행 물량이 시장에 쏟아진다.

nic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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