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코로나19 재확산 중인데…백악관은 ‘비방전’에 내부 분열 중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15일(현지시간) 시사매체 애틀랜틱과의 인터뷰에서 백악관 참모들이 조언자인 자신에 대한 공격에 “기이한 일”이라며 “전날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을 만나 자신의 신망을 훼손하는 발언은 대통령에게 해를 입힌다고 말했다”고 했다. 지난 4월 파우치 소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현황에 대해 브리핑하는 모습. [로이터]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빠르게 재확산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방역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 백악관은 정작 코로나19 사태를 두고 내부 구성원 간의 상호 비방전이 벌어지며 제 역할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

16일(GMT, 그리니치표준시)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미국 내 코로나19 누진 확진자 수는 361만5352명을 기록 중이다. 특히, 15일 하루동안 미국 내 신규 확진자수는 7만275명으로, 지난 10일(7만1787명) 이후 다시 7만명대를 넘어섰다.

코로나19로 인한 미국인들의 피해 규모가 급격히 커질 것이란 전망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미 워싱턴대 의과대학 보건계량분석연구소(IHME)는 11월 1일까지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가 22만4089명에 이를 수 있다는 예측 모델을 내놓았다. 향후 석 달 반 새 8만7500여명이 추가로 사망할 수 있다는 의미다.

텍사스(1만1314명)·플로리다(1만181명)·캘리포니아(9665명)주의 일간 신규 확진자 수가 1만명 내외를 기록하는 등 미 남서부주를 중심으로 뚜렷한 급증세가 나타나는 가운데, 현역 주지사 중 처음으로 케빈 스팃 오클라호마 주지사가 코로나19에 감염되기도 했다.

최근 한 달간 미국 내 코로나19 일간 신규 확진자수 [월드오미터]

코로나19에 대한 대응만으로도 바쁜 이 때, 정작 백악관 내부에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들과 보건 전문가 간의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15일 시사매체 애틀랜틱과의 인터뷰에서 백악관이 잘못된 것으로 판명 난 자신의 발언을 모아 언론에 제공한 것에 대해 “(그 문서는) 터무니없는 얘기(nonsense)”라고 일축했다.

이어 자신에 대한 백악관 참모들의 공격에 “기이한 일”이라며 “자신의 신망을 훼손하는 발언은 대통령에게 해를 입힌다”고 했다.

전날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은 USA 투데이 기고문을 통해 “나와 소통한 모든 사안에서 파우치 소장이 잘못됐다”고 비난한 바 있다. 또 댄 스커비노 백악관 디지털 전략선임보좌관도 지난 12일 페이스북을 통해 파우치 소장을 조롱하기도 했다.

파우치 소장은 “백악관의 합리적인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면 그들이 실수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그들은 혼자만의 세상에 살고 있으며 가까이 가고 싶지도 않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내 갈등에 대해 직접 진화하고 나섰다.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그는 “(나바로 국장이) 그래서는 안된다. 나는 파우치 소장과 아주 좋은 관계다”라고 언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하고 있다. [EPA]

그럼에도 트럼프 행정부가 ‘쓴소리’를 하는 전문가들을 코로나19 대응 업무에서 배제 중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파우치 소장은 앞으로 코로나19 환자 정보를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아닌 보건복지부로 보고하라는 지침에 관해서는 자신과 상의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발병 관련 업무에서 배제됐다”며 “백신 개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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