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전 있어야 정상회담”…美도 北도 ‘보여주기식 만남’ 거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5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언론 브리핑을 한 후 기자회견장을 떠나고 있다. [AP]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3차 북미정상회담 성사 전제조건으로 비핵화 협상의 ‘진정한 진전’을 내걸었다.

북한이 연내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대해 부정적으로 언급한 상황에서, 미국도 11월 대선 전 보여주기식 행사용 회담을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아울러 지난해 2월 하노이 협상 결렬같은 ‘노딜 상황’을 경계하면서 북한의 의도대로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미도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5일(현지시간) 정치전문매체 더 힐이 주관한 대담 행사에서 연내 3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대해 “진실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가 2년여 년 전 싱가포르에서 시작된 결과들을 달성하는 데 있어 진정한 진전을 이룰 수 있다는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믿을 경우에만 정상회담에 관여하기를 원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이 북미정상회담의 조건으로 ‘진정한 진전’을 언급한 것은 북한의 무리한 요구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뜻이자 서로의 조건을 맞춰볼 실무 협상 재개에 북한이 나설 것을 촉구하는 의미를 지닌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10일 내놓은 담화에 대한 반응으로도 볼 수 있다. 김 제1부부장이 하노이 회담때보다 더 까다로운 협상 조건을 내건 가운데 북한에 끌려가진 않겠다는 뜻이기도 하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는 “우리는 상당히 대선에 다가가고 있다”며 “북한은 엇갈린 신호들을 보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북한 사람들과 깊이 있는 논의를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우리는 한반도의 비핵화, 그리고 궁극적으로 그곳에서의 충돌 해결이 중요하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다만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는 그들(북한)이 마음을 바꾸길 희망한다”며 “우리는 올바른 결과에 이를 수 있도록 그들이 대화에 관여하기를 고대한다”고 밝혔다. 대북 대화 재개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며 북한의 태도 변화를 촉구한 것이다.

이후 폼페이오 장관은 뉴욕이코노믹클럽과의 대담 행사에서 11월 미 대선 이전에 북미정상회담이 있을 것인지에 대한 얘기들이 오가고 있다면서 “그렇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중요한 진전을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그렇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그렇게 하도록 하는 것이었다”면서 “적절한 경우에 북한과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의 최대 이익 속에 그것을 찾을 것이라고 자신한다”고 했다. 미 대선 전 북미정상회담의 개최 가능성을 낮게 보면서도 중요한 진전을 이룰 수 있는 경우엔 회담이 가능하다며 문을 열어둔 셈이다. 특히 ‘고위급 논의’를 언급하면서 북미 고위급 회담으로 장기간 교착을 면치 못하고 있는 북미 협상에 물꼬를 트고 이를 토대로 정상회담까지 진전시킬 수 있길 바란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방한 중이던 지난 7일 3차 북미정상회담 관련 질문에 “도움이 된다면 회담할 것”이라고 긍정적 답변을 내놨다. 아울러 김 제1부부장도 10일 담화에서 북미정상회담이 올해에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면서도 “두 수뇌의 판단과 결심에 따라 어떤 일이 돌연 일어날지 그 누구도 모른다”며 공을 미국에 넘긴 바 있다. 강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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